흔히 야구를 기록의 스포츠라고 합니다. 경기 중에 벌어지는 소소한 상황 하나하나까지 모두 기록으로 남기는, 기록으로 시작해서 기록으로 끝나는 종목이기 때문이죠.
때문에 야구는 문자를 통해 경기 내용을 유추하는 게 가능한 거의 유일한 스포츠입니다. 기록을 잘 볼 수 있으면, 야구 관람의 재미도 커지죠.
NC 다이노스 데이터팀 임선남 팀장이 들려주는 야구 데이터 분석 이야기, 1편에서는 야구 기록의 기원을 마련한 헨리 채드윅의 업적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 ͜ʖ ͡°)
1856년의 어느 날, <뉴욕 타임즈>의 크리켓 전문 기자 헨리 채드윅(Henry Chadwick)은 우연히 본 야구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됩니다.
이렇게 재미난 스포츠이자 공공 오락이 있다니! 하며 눈이 반짝반짝해진 채드윅은 야구에 대한 글을 많이 써서 대중에게 야구를 알리는데 큰 기여를 합니다.


채드윅이 담당했던 스포츠 크로켓 #야구만_안봤어도
19세기에 손꼽을 만한 ‘야덕’이 된 채드윅은 경기 결과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보여주는 양식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당시에는 요즘처럼 신문에 역동적인 경기 사진을 실을 수 없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채드윅이 1860년 경 개발한 게 바로 ‘박스 스코어’ 입니다.
최초의 박스 스코어는 선수별로 득점과 아웃의 개수만 표기하고 팀 별로 합산한 게 전부였습니다.
곧 안타, 타점, 풋아웃(아웃을 직접 처리한 횟수), 어시스트(아웃이 되도록 공을 던져준 횟수), 실책 등이 추가되었죠.
또 희생타, 병살타, 몸에 맞는 공 등의 정보를 표 아래에 텍스트로 넣게 됐습니다.
채드윅의 노력 덕분에, 사람들은 집에서 편하게 응원하는 팀이나 선수의 성적을 받아보고 비교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야구 대중화의 길이 활짝 열린 것이죠.
그런데 삼진을 왜 K라고 쓰는지 아시나요? 채드윅이 투수의 성적을 기록하며 낸 아이디어인데, “삼진 처리했다(strucK out).”의 K를 가져온 것입니다.
채드윅 본인의 말에 따르면 “S보다 K가 더 struck out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기 쉬울 것 같아서” 였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가요?


1908년 어느 흔한(?) 야덕이 작성한 박스 스코어 #금손 #리스펙트
그런데 채드윅의 박스 스코어에서 삼진의 반대라 할 수 있는 볼넷은 없습니다. 채드윅은 야구의 진정한 재미는 공격-수비 간의 상호작용에 있다고 믿었습니다.
때문에 타자와 투수만 관여하고 다른 야수는 움직이지 않는 볼넷 따위(!?)는 기록할 가치가 없다고 봤습니다.
심지어 채드윅은 담장 밖으로 날아간 홈런도 야수들이 관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높게 쳐 주지 않았죠.
하지만 홈런은 대중의 취향에 의해 야구의 중요한 요소로 점점 자리를 잡아가게 됐습니다. 볼넷과 출루율은 그 가치를 인정받기까지 매우 긴 시간이 걸렸지만요.
2000년대 초반,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빌리빈 단장은 출루율을 기준으로 선수를 영입해 하위권에 머물던 팀을 상위권으로 끌어올리기도 했습니다.
한편 채드윅은 야구를 좀 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게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 초창기 야구 규칙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예를 들어 186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뜬공이 땅에 한 번 바운드된 직후에 잡으면 플라이볼과 마찬가지로 아웃으로 처리를 했죠.
하지만 채드윅이 주도해서 땅에 닿기 전에 공을 잡아야 아웃이 되는 것으로 규칙을 개정했습니다.


넘나 부실해서 뜬공을 잡기 힘들었던 초창기 글로브
채드윅은 또한 마운드와 홈플레이트 사이의 거리를 규격화했으며, 9회까지 동점이면 연장전을 벌이도록 했죠.
야구 규칙에 대한 그의 지식은 당대 최고 수준이라서, 경기 중 애매한 상황이 벌어지면 심판이 경기를 관전 중이던 채드윅에게 달려가 정확한 규칙을 물어보는 경우도 많았다고 하네요.
채드윅은 야구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도 주목해, 남북전쟁 기간 동안 심신이 지친 대중들을 위한 특별 야구 경기를 주선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야구가 고상한 시민 스포츠가 되기를 희망했죠. 때문에 선수들의 음주나 도박 습관을 강하게 비판했고, 이를 근절하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1938년, 기록의 아버지이자 야구의 아버지로 불리는 채드윅은 야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습니다. 어때요, 그럴 만 하지 않나요? ^ㅁ^
임선남
대기업 사무직 직원으로 살다가
엔씨소프트 데이터정보센터(DIC)를 거쳐
현재 NC다이노스 데이터팀 팀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스스로 야구 덕후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냥 야구를 좋아하고 데이터를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야구 데이터가 업이 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세이버메트릭스는 야구를 합리적, 객관적으로
잘 이해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러한 이해가
야구를 더 재미있게 해 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대기업 사무직 직원으로 살다가
엔씨소프트 데이터정보센터(DIC)를 거쳐
현재 NC다이노스 데이터팀 팀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스스로 야구 덕후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냥 야구를 좋아하고 데이터를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야구 데이터가 업이 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세이버메트릭스는 야구를 합리적, 객관적으로
잘 이해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러한 이해가
야구를 더 재미있게 해 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