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 한국어
    • ENGLISH
    • 日本語
    • 中文-繁體

    2018.04.19 Culture & Values

    게임과 사랑 모두를 쟁취한 위너 이윤석 님

    여기 독특한 이유로 게임의 달인이 된 엔씨인이 있습니다. 바로 (현)부인(구)여친에게 잘 보이려고 연습하다 보니 달인의 경지까지 이르게 된 건데요.

    게임 이야기로 시작해서 부인 자랑으로 끝을 맺는, 사랑꾼 면모를 톡톡히 보인 이번 달인을 소개합니다~ 염장의 달인…이 아니라 사운드 볼텍스의 달인 이윤석 님입니다!


    이윤석 님은 2011년 공채로 입사한 8년 차 프로그래머이다. 우리 회사에서 제작하는 게임에 맞게끔 엔진을 튜닝하고 개발에 조금 더 속도 낼 수 있는 에디터를 개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오락실 스타였다. BM 98, EZ2DJ, 비트 매니아, DDR, DJ 맥스 시리즈 등등 안 해본 리듬 게임이 없고 또 잘했다. 게임을 하고 있으면 관중들이 몰렸다. 남들이 뒤에서 ‘우와’ 하는 게 좋아 더 열심히 했다고 한다.

    그런 이윤석 님에게 <사운드 볼텍스> 게임은 특별하다. 다른 리듬 게임보다 진짜로 연주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진짜 DJ가 된 것 같은 손맛과 스피디 함에 하자마자 빠져들었다.

    현란한 손놀림 (•̪ o •̪)

    사실 진짜로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다. 사운드 볼텍스를 하면서 지금의 부인을 만났기 때문이다.

    운명의 소개팅, 운명의 여자

    지금의 아내와는 소개팅으로 만났다. 첫 만남 장소는 영등포 타임스퀘어였다. 몰 안에 큰 오락실이 있었다. 아내가 오락실에 가보는 게 어떻겠냐고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아내가 오락실에 들어서자마자 고른 게임은 유비트(코나미 사에서 제작한 리듬게임)였다.  오 신선한데?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주머니에서 *E-amusement pass 카드(코나미 사의 모든 게임의 개인 기록을 관리할 수 있는 카드)를 꺼내더란다.  그리고 게임을 시작했는데, 속으로 얼마나 하겠어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고수였다.

    실제 부인의 게임 플레이 영상 

    첫 만남에 호감을 가져서 사귀게 되었다. 당시 윤석 님이 했던 게임이 마침 <사운드 볼텍스>였고 부인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더욱 열심히 연습했다고 한다.

    “연애하면서 오락실 참 열심히 다녔어요. 그러다 보니까 다음에 만날 때 내가 좀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혼자 연습도 다니고 그랬죠.”

    소개팅에서 운명의 여자를 만날 수 있는 확률? 아마 높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오락실을 좋아하던 소년이 오락실을 좋아하는 여자를 만났다.

    “엄청 좋았어요. 인생에서 꿈꿔왔던 여자를 만난 거니까요.”

    인연은 결혼까지 이어졌다. 재미있는 건 웨딩사진을 사운드 볼텍스 기계 앞에서 찍었다는 것. 두 사람의 추억이 가장 많이 쌓인 곳이라 선택했다. 자주 가던 오락실에서 촬영했는데 전 날 사장님이 트위터로 공지까지 올렸다고 한다.

    게임 개발자 부부의 결혼 사진.jpg

    이 부부가 사는 법

    배우자가 집에서 게임한다고 하면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특히 게임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을 공감한다. 집에서까지 게임을 하냐는 거다.

    이 부부는 각자 게임하는 시간을 존중한다. 일이 끝나고 따로 방에서 게임하는 게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게임하고 밥 먹으면서 이야기를 하는 게 즐겁다. 개발자다 보니 자연스레 개발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결혼 생활이 모두 맘 같지는 않겠지만, 이 부부가 끈끈해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게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부러움을 살 만한 이 부부가 사는 법을 소개한다.

    1. 오락실 관광을 떠난다

    국내 여행을 할 때 관광 명소 주변의 오락실을 찾아다닌다. 관광 명소의 정보보다 그 주변에 오락실이 어디 있는지, 사운드 볼텍스가 있는지 먼저 확인한다. 오락실 먼저 거쳐서 한 판 즐기고 맛있는 거 먹는 게 이 부부의 여행이다.

    2. 덕질을 공감한다

    덕은 덕만이 그 마음을 이해한다. 부부는 서로의 덕질을 응원한다.

    “연애 한지 얼마 안 된.. 한 일주일 됐나? 한창 서로에게 잘 보이려고 할 때였는데.. 그때 디아블로 3가 발매된다고 한창 떠들썩했었어요. 아내가 연락이 와서 그러는 거예요. 휴가 내고 대기를 탈 거라고. 또 놀랐죠. 줄 서서 디아블로 한정판을 사겠다고 하니까. 그때 날씨가 너무 안 좋아서 제가 줄 서지 마라 만류할 정도였어요. 그런데도 쟁취해 오더라고요. 사실 놀란 이유는 저와 너무 비슷해서였어요. 왜냐면 저도 얼마 있다 플스4 정식 발매 행사에서 새벽부터 10시간을 기다려 플스를 품에 넣었거든요. 한창 추울 때였는데 아내가 찾아와 고생이 많다면서 커피와 김밥을 쥐여주고 옆에 있는 카페에서 기다리더라고요. 얼마 후엔 XBOX 행사장에서 같이 기다리면서 게임기를 샀어요.”

    하지만 육아는 힘들어

    이 부부의 꿈은 얼마 전 태어난 아들과 함께 게임을 하는 것이다. 생후 100일이 좀 넘은 아들은 아직 초보 아빠와 엄마를 괴롭히지만, 정신없이 육아하는 와중에도 아기가 크면 오락실에 가서 같이 리듬게임하고 싶다는 얘길 나눈다.

    “집에서 같이 게임하는 문화가 잘 조성됐으면 좋겠어요. 아들도 건전하게 게임을 즐기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어요.”

    일이 안될 땐 사운드 볼텍스

    여자친구에게 잘 보이고 싶어 열심히 했던 사운드 볼텍스는 이제 평생 함께할 친구가 되었다. 일을 하다가 안 풀릴 때는 현금을 들고 오락실로 향한다. 열심히 하다 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고민으로 뭉쳐있던 머릿속을 비울 수 있다. 못 깨던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생긴다. 내일 다시 열심히 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그렇게 머리를 비우고 다음 날 출근해서 안 풀렸던 문제를 해결한다.

    문제는 어떻게든 풀린다. 머리 싸매고 있는 게 능사는 아니니까.

    “사실 제가 달인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녜요. 하지만 달인처럼 한 분야에 몰두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업무를 하다 보면 제가 참 초라해질 때가 있어요. 하지만 거기서 나는 안 되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다른 곳에서 빨리 무너진 자존감을 회복해야 하거든요.

    저는 이 게임을 하면서 성취감을 느끼는 거고요. 다들 잘 하는 거 한 가지씩은 있어요. 몰두하다 보면 스스로 뿌듯해질 때가 와요. 일상의 스트레스를 여기서 하나하나 보상해나가는 거죠.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 하는 분들은 일에 너무 파고들지 말고 해소할 수 있는 다른 영역을 찾아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이번 달인 잘 보셨나요~? 게임과 사랑 모두를 쟁취한 승리자를 소개해 드린 것 같은데요.

    아직 소개 못한 재능 많은 엔씨인들이 많습니다~

    다음 엔씨의 달인이 과연 누굴지, 많은 기대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