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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10.02 NC Dinos

    위기 상황에서 강한 남자, 김진성 선수 인터뷰

    "카메라 있다고 이야기 안 해 줬는데..."

    썬크림으로 약간은 하얗게 뜬 얼굴이 신경 쓰이는지 카메라를 걱정하던 김진성 선수.

    '황제 마무리'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그야말로 상남자였습니다.

    이런 내용이 인터뷰로 나가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 거침이 없었던 인터뷰를 만나 보시죠 : )

    Q. 프로 데뷔 후 두각을 나타내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서 그런지 아마추어 시절이나 지명 당시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어떤 선수였는지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A. 고교 2학년까지 서울고등학교에서 야구를 했다. 2학년 때는 활약도 좋았고. 당시 감독님이 바뀌면서 코치님을 따라 성남 서고로 전학을 가게 되었는데 그 때부터 뭔가 좀 꼬이기 시작했다. 무리하다 보니 팔꿈치 부상도 왔고, 본의 아니게 1년 유급도 하게 되고... 프로 진출과 대학 진학을 놓고 학교와 의견 충돌도 있었다.

    Q. 이전에 다른 인터뷰에서 고교 시절 야구를 하기 싫었다고 한 적이 있었는데 그것 때문인가?

    A. 그렇다. 전학 이후 여러가지로 힘든 일이 많았었다. 3학년 때는 부상 때문에 등판을 아예 하지 못하기도 했고.

    Q. 그럼에도 불구하고 SK가 2차 6라운드에서 지명을 했다. (주: 선수를 지명한 구단은 해당 선수에 대한 권한을 2년간 행사할 수 있다)

    A. 1년 유급해서 그 다음 해에 입단을 했지만 계약금을 받지 못했다. 부상 문제도 있었고...

    Q. 다이노스 입단 후 최일언 코치의 조언에 따라 포크 볼을 던지기 시작했다고 알고 있다. 팔꿈치 부상 경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포크 볼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포크 볼은 팔꿈치에 무리가 간다고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A. 실제로도 무리가 많이 간다. 하지만 포크 볼을 던지지 못하면 1군에서 통하는 투수가 될 수 없다니 방법이 없지 않나.

    Q. 그렇다면 그 전까지는 패스트 볼/슬라이더의 투 피치 투수였다는 이야기 인가?

    A. 아마추어 시절에는 패스트 볼만 던지고 변화구는 전혀 던지지 않았다. 슬라이더는 넥센에 있을 때 어찌어찌 하다 보니 배우게 된 거고….. 그 전에도 커브 같은 변화구를 던져보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Q. 그런데도 프로에서 지명을 했다는 건 대단한 거 아닌가?

    A. 고교 2학년 때 구속 140km/h을 꾸준히 넘겼다. SK에서도 2학년 때의 활약을 보고 지명했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Q. 그렇다면 최일언 코치가 포크 볼을 추천한 이유는?

    A. 패스트 볼을 던질 때 높은 위치에서 찍어서 던지는 투구 스타일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세로로 크게 떨어지는 종류의 변화구가 필요했다.

    Q. 부상 경력이 있으니 루틴에 각별히 신경을 더 쓸 것 같은데?

    A. 경기 시작 전 전체 훈련과 별도로 2시간 30분 정도 사전 운동에 투자한다.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서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편이다.

    2014년부터 매일 꾸준히 하고 있다. 연투하는 날은 조금 쉬고. 시즌 개막 전 캠프 기간에는 어깨와 팔꿈치 보강 운동을 더 많이 한다.

    Q. 포크 볼은 타자가 치기 쉬운 코스로 몰리거나, 주자 3루 상황에서 공이 뒤로 빠지면서 실점을 내줄 수도 있는, 어떻게 보면 약점도 뚜렷한 구종이다. 다른 변화구를 던질 계획은 없나?

    A. 계속해서 시도해봤다. 커브나 투심. 그런데 손민한 선배처럼 손끝의 감각이 뛰어나지 않아서인지 잘 안 되더라. 최일언 코치님도 그냥 포크볼이나 잘 던지라고 하신다.

    한계에 부딪혔다는 느낌이 들면 모르겠는데, 상대하는 타자들이 결정구가 포크볼이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삼진 당하는 걸 보면 아직은 괜찮구나 싶다.

    Q. 올시즌 기록이 좋다. 시즌 시작 전에 특히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A. 딱히 없다. 시즌 시작 후에도 원종현 선수가 워낙 잘 하니까 부상없이 잘 따라가고 1군에서 꾸준히 활약 하자는 정도의 목표.

    6, 7월에 ERA(평균자책점)가 많이 올랐을 때 그냥 될 대로 되라 - 라는 심정도 있었는데 다행히 8월부터 다시 좋아졌다.

    개인적으로는 원종현 선수가 잘 던지고 있으니 홀드 타이틀을 따냈으면 좋겠다. 고생도 많이 했던 선수고…… 앞에서 잘 받쳐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Q. 선수 생활 중에 욕심나는 타이틀이 있다면?

    A. 딱히 없다. 그냥 연봉이나 많이 올랐으면 좋겠다.

    Q. 지난 번 김태군선수가인터뷰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다.

    A. 나는 FA를 노릴 수 있는 기회가 사실상 없는 선수다. 연봉이라도 많이 올랐으면 좋겠다.

    Q. ‘황제 마무리’라는 별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A. 알고 있다. 좋은 의미, 나쁜 의미 반반 정도라고 생각한다.

    5회무사만루위기에서마운드에오른김진성! 삼진두개를포함해실점없이이닝을마무리

    [D-Shot] 엄지척! 을부르는김진성의투구 (2017.8.25 vs kt)

    Q. 시작은 위기 상황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점을 칭찬하기 위한 네이밍이었다고 생각이 되는데, 실제 기록상으로도 주자가 없을 때 피안타율이 오히려 높다. 상황에 따라 변화가 있나?

    A. 나도 알고 있다. 보통 위기 상황, 특히 만루 상황에 올라갈 때 '막을 거다'라는 느낌이 온다. 보통은 1점만 줘도 잘 막았다고 생각하지만, '삼진으로 다 잡아버리지 뭐'라는 생각을 한다.

    Q. 보통은 그런 상황에서 ‘수비를 믿고 던진다’고 이야기 하지 않나?

    A. 수비를 믿는 건 좋다. 필요하다. 하지만 마운드에서는 내가 다 삼진으로 잡아버린다는 생각으로 던진다.

    반대로 여유가 있을 때는 오히려 그런 생각이 없어서 그런지 몸도 퍼지고 긴장도 하지 않고... 그럴 때 오히려 결과가 좋지 않다.

    코치님들도 그런 걸 잘 알고 계시니까 불펜에서도 계속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해주신다.

    동료 선수들과 농담을 주고 받거나 하면 전투력을 끌어올리라고(...) 계속해서 주문하시고는 한다.

    Q. 마지막 질문. 어떤 야구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가?

    A. 최선을 다하고 노력하는 선수. 어렵게 운동하고 있는 후배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롤 모델이 된다면 좋겠다.

    * 본 인터뷰는 2017년 8월 27일 진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