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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12.08 NC Cultural Foundation

    자유와 책임 속에 피어난 무한한 상상력, 프로젝토리

    무엇이 될지 모르지만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가능성의 공간, 프로젝토리에서 멤버(프로젝토리에 참가하는 아이들을 ‘멤버’라고 칭한다)들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지 두 달 남짓한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멤버들과 크루들은 기대 이상의 열정을 보이며 프로젝토리의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는데요.

    아이들에게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펼치고 새로운 시도를 해 볼 기회와 환경을 만들어 주자는 NC문화재단의 치열한 고민이 프로젝토리라는 실험실을 통해 실현되고 있습니다. 프로젝토리에서 아이들은 어떤 가능성을 탐색하며 무엇을 꿈꾸고 만들어가고 있을까요? 그리고 프로젝토리라는 공간을 넘어 NC문화재단이 만들고자 하는 창의적 문화는 어떻게 싹을 틔우고 있을까요?


    “무엇이든 좋으니까, 생각하고 기록해봐.”

    프로젝토리는 멤버들이 가입 신청을 하면 보호자와 멤버 각각 일대일 상담을 한다. 아주 드문 사례이지만 아무리 부모가 가입을 희망해도 멤버의 의지가 없을 경우 프로젝토리와 함께할 수 없다. 상담 후 멤버십 가입이 확정되면 첫 방문일에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향한 여정이 시작된다. 무엇이든 할 자유 그리고 하지 않을 자유가 있는 프로젝토리. 하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이 있다. 방문할 때마다 스스로 프로젝토리 앱에 로그인을 해서 프로젝트 계획인 ‘플랜’과 프로젝트 작업일지인 ‘노트’를 작성해야 한다. 끈기가 돋보이는 장기 프로젝트부터 여러 개의 단기 프로젝트까지, 멤버들은 자유롭게 계획을 구상해 플랜에 담는다.

    멤버들은 글, 그림, 영상, 녹음 등 자유로운 형태로 프로젝트 노트를 기록한다. 내용은 무엇이든 좋다. 멤버들은 자신의 아이디어와 생각, 작업 내용을 마음껏 노트에 적는다. 한 멤버는 ‘한 주간 열심히 산 나를 위한 휴식’이라는 플랜을 세우고, 하루 동안 다른 멤버와 실컷 수다를 떨다 가기도 한다. 이런 프로젝트도, 또 진지하게 생각과 고민만 하다 가는 시간도 프로젝토리에서는 모두 다 환영이다.

    “선생님이 아니야, 나는 크루 '스카이'야.”

    프로젝토리에는 멤버들의 생각 파트너 크루가 있다. 대다수의 멤버들은 프로젝토리를 찾은 첫날, 성인인 크루를 보면 “선생님, 저 오늘 뭐 해야 해요?”라고 묻는다. 그러면 크루는 이렇게 답한다. “나는 선생님이 아니라, 크루 ‘스카이’야. 음악에 관심이 많지. 너랑 음악과 예술에 관한 얘기를 많이 나누고 싶어. 네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생각해 봐. 오늘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 가도 괜찮아.” 크루는 멤버들이 던지는 질문에 성심을 다해 답을 해준다. 또 멤버들이 아이디어를 나누고 싶어 할 때면 진지하게 고민해 서로의 의견을 나눈다.

    먼저 개입하지 않고 평가하지 않지만 멤버들을 지지해 주는 든든한 동료로서 성인 크루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 이전에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해 프로젝토리를 경험해 본 친구들은 가입 상담을 하며 혹시 멤버가 되지 못할까 봐 많이 긴장했다고 한다. 왜 프로젝토리에 다시 오고 싶냐는 질문에 이곳에서 나눴던 대화가 너무 그리워서 그렇다는 예상치 못한 답이 돌아왔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 선생님이 아닌 나의 성장을 객관적으로 조건 없이 지지해 주는 어른들의 존재에 목말라 했다.

    프로젝토리에서는 아무리 엉뚱한 생각도 비난하지 않는다. 멤버들의 아이디어가 설령 실패할 것이 분명해 보여도 시도하도록 지지해 준다. 실패해도 괜찮다고 응원해 준다. 이런 분위기에서 아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해 보고, 크루는 멤버들을 자신과 대등한 파트너로 존중하고 교류하며 협력한다.

    성인인 크루를 포함해 누구나 수평어를 사용하고, 서로의 나이와 학년을 묻지 않는다.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멤버들은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나이에 상관없이 서로 자연스럽게 관심사를 나누며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생각의 경계를 넘어서는 기발한 상상력

    멤버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낸 프로젝트들은 한 달 동안 이루어 낸 결과물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다채롭다. 재활용 재료를 활용한 예술 작품 제작, 열정적인 크루의 모습에 영감을 받아 진행한 초상화 그리기, 도서관에서 발견한 <베틀 수업>이란 책을 읽고 시작한 직조 작업, 나만의 나라를 상상하고 새 나라의 법을 제정해 보는 일 등 멤버들의 프로젝트에는 경계가 없다. 지난 할로윈에는 할로윈을 기념하고 싶다며 자발적으로 미니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나는 인형을 가지고 노는 게 좋아! 그래서 인형에 맞는 원피스를 만들기로 했어.”

    디자이너가 꿈인 멤버 ‘로이’는 프로젝토리에 오기 전부터 종이로 인형 의상을 제작하곤 했다. 이번에는 새로운 재료 클레이를 사용한 인형 의상 제작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전에 아이클레이를 사용해 봤는데, 원피스 만드는 데 좋지 않더라고. 그래서 이걸 가져왔어.”

    로이는 집에서 직접 가져온 클레이를 자와 찰흙 칼로 모양을 다듬고 잘라, 원하는 형태의 원피스를 만들어 나갔다. 사실적으로 표현된 치마 주름과, 의상에 걸맞은 세심한 장신구까지. 로이는 자신만의 개성을 의상에 멋지게 담아냈다.

    “실패는 그냥 실패일 뿐, 이곳에선 그 누구도 나를 실패자라 부르지 않아.”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에 지원했을 정도로 랩에 관심이 많은 ‘패드’는 “In the Projectory”라는 제목의 랩 가사를 직접 작사하고 소리실에서 녹음까지 진행했다. 패드가 쓴 가사에는 멤버들이 프로젝토리를 어떤 곳으로 생각하는지 또렷이 드러난다.

    주위를 둘러보면 루저는 영원한 루저
    …… 하지만 이곳을 둘러보면 실패는 그냥 실패일 뿐
    누구도 나를 실패자로 부르지 않아
    그래서 이곳은 시도는 그냥 시도일 뿐
    공간과 시간의 제약에 날 가두지 않아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지금 있는 프로젝토리
       …… 우리가 마음대로 있는 곳, 자유로운

    “나는 프로젝토리에 오기 전부터 캣타워를 만들고 싶었어. 그래서 오래 할 수 있는 거야.”

    8월에 멤버십 가입 상담을 한 ‘젤로’는 현장 투어 당시부터 캣타워를 만들고 싶다며 재료를 골라 두었다. 다른 멤버들과 달리 젤로는 캣타워를 만드는 프로젝트 하나를 한 달이 넘도록 끈기 있게 진행했다. 어느 날은 하루에 7시간이나 프로젝트에 몰두하는 집중력을 보여 주기도 했다. 그 이유를 묻자, 담담하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는 프로젝토리에 오기 전부터 캣타워를 만들고 싶었어. 그래서 오래 할 수 있는 거야.”

    캣타워를 만드는 과정에서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젤로는 진지하게 고민하며 하나하나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그 모습을 보니 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젤로의 자신감이 더욱 확연해지고 심지가 단단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액션,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를 좋아해!”

    미스터리와 추리극을 좋아하는 ‘벤 테니슨’은 'The Memory: 시작'이라는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시나리오와 포스터, OST 작곡까지 다양한 프로세스를 스스로 해냈다.

    영화 제작이나 연기 경험이 없음에도 직접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완성도 높은 연기를 보여 준 벤 테니슨. 이 신인 감독은 개인 프로젝트에서 공동 프로젝트로 노선을 변경해, 여자친구와 제이슨의 폭력배 부하 역할을 할 배우들을 대모집 중이다.

    “하이북스”의 두 번째 팀 프로젝트 “하이애니”

    “하이 북스”라는 출판사를 만들어 책을 펴냈던 ‘피닉스’, ‘짜파게티’와 ‘제이크’. 이 셋은 출판사에서 애니메이션 제작사로의 변화를 꾀했다. 사명을 “하이 애니”로 변경하고 <어몽 어스> 캐릭터를 클레이로 제작해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만들기에 도전한 것이다.

    캐릭터를 클레이로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스토리를 입혀 한 번에 90장이 넘는 사진 촬영을 진행했다. 서로 의견이 다를 때면, 각자의 의견을 번갈아 수용하며 환상의 파트너십을 보여 주기도 했다. 그 결과, 자연스러운 캐릭터의 움직임과 흥미로운 스토리로 깜짝 놀랄 만큼 우수한 퀄리티의 애니메이션이 탄생했다.

    “우린 모두 다르니까, 뭐든 다 정답이 될 수 있어.”

    프로젝토리에서는 정답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일 수 있음을, 우리는 모두 다르기에 다양한 답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곳은 서로 비교하고 우위를 겨루는 경쟁이 없다. 잘하고 못 하고를 따지지 않는다. 그저 왜, 무엇을, 어떻게 하고 싶은지 묻는다.

    서로를 동등하게 존중하는 수평 문화, 지시하고 감시하는 어른이 아니라 멤버들의 동료이자 든든한 조력자인 열정적인 크루, 무엇이든 생각하고 체계적인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시스템 그리고 실패해도 실패자로 평가받지 않으며 다양성을 수용하는 문화. NC문화재단이 세심하게 닦아 놓은 이 문화의 기반 위에서 아이들은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자신만의 개성을 발휘하며 쑥쑥 성장하고 있다.

    우리가 꿈꾸는 미래를 향해

    정해진 시간표와 수업 과정을 따라가는 학교나 학원과 달리, 모든 걸 직접 계획하고 실행한다는 것은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또 그만큼 신경 써야 할 부분도 상당히 많다. 실패를 기꺼이 감수해야 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예상치 못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프로젝토리에는 무언가를 시키는 사람도 없고, 작업물을 검사하는 사람도 없다.

    멤버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스스로 결정한다. 이런 온전한 자유와 책임을 누리는 기회가 있는 프로젝토리라는 실험실은 거대한 실험에 동참해 준 크루들과 멤버들에게 어떤 인생의 자양분이 될까?

    프로젝토리는 장기적인 실험이다. 프로젝토리의 커뮤니티 문화와 철학을 체화한 멤버들과 크루들이 사회로 나가 프로젝토리의 수평적이고 유기적인 문화를 널리 확산해 나가는 미래를 꿈꾼다. 이를 향한 프로젝토리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