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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7.13 Players

    THRONE AND LIBERTY 이다혜 | 게임의 바탕을 다지는 시스템 디자이너

    〈TECH TRACK〉 시리즈는 엔씨가 개발 중인 게임의 개발자들을 조명합니다. 게임 개발에 필요한 다양한 직무와 하는 일, 그리고 전문가가 되기 위해 쌓아온 커리어패스를 살펴보세요.

    이번 편 주인공은 신작 〈THRONE AND LIBERTY〉의 시스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이다혜 님입니다.

    THRONE AND LIBERTY | 엔씨의 신작 오픈 월드 MMORPG로, 입체적 세계관과 지형, 환경 요소에 따라 전투 구도가 변화하는 다채로운 플레이가 특징이다.

    TRACK 1 | my CAREER

    게임의 틀을 짜는 사람

    플레이어의 눈앞에 닿기까지 바탕을 설계하는 일

    시스템 디자이너는 게임의 베이스가 되는 시스템 구조를 설계한다. 게임 시스템에 필요한 스펙의 기획서를 작성하고, 디렉터와 개발팀, 아트팀에 리의 기획안을 설명한다. 이후 진행하기로 결정되면 실제 구현되는 과정을 좇으며 검토와 피드백을 반복한다. 사실상 개발의 시작부터 끝에 이르러 스펙이 완성되는 전반적인 과정을 함께하는 일이다.

    시스템 디자인의 대상은 인터랙션, 지도, 월드 구조, 연출 시스템, 내부 구조 등 게임 안의 거의 모든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캐릭터가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고 가정해보자. 대부분의 게임은 캐릭터가 공간을 이동하는 동안 주위 환경과 인터랙션할 수 있는 기능이 없다. 하지만 시스템 디자이너가,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는 동시에 위아래의 대상과 전투하고 대화도 할 수 있도록 상호작용하는 기능을 기획할 수 있다. 그러고 나면 이 인터랙션 기능을 개발팀과 아트팀이 구현할 수 있도록 시스템적인 부분을 세팅하는 역할을 맡는다.

    〈TL〉은 플레이어의 자유도가 매우 높다. 플레이어가 공성 병기로 변신하여 지형을 들어 올리거나, 그 위에 탑승한 플레이어들이 안팎을 교차해가며 전투할 수도 있다. 움직이는 지형에서도 자유롭게 행동하며 이동할 수 있는 만큼 이 기능들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시스템 디자이너의 책임이 막중하다.

    당연한듯 자리하고 있지만 당연한 것은 없다

    시스템 디자인은 그 자체로는 돋보이기 어려운 파트다. 플레이어들이 메뉴를 보고 놀라거나 옵션을 보고 감탄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플레이어가 게임에 접속하는 순간부터 접하는 모든 플로에는 시스템 디자이너의 손길이 닿아 있다. 게임을 실행하면 나오는 타이틀 화면부터 계정 생성, 서버와 캐릭터 선택, 월드 접속에 이르는 모두가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시스템이다. 당연히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하나부터 열까지 기획하고 우리가 손을 댄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약관이나 심의 같은 법률적 준수 사항도 시스템 디자인에서 고려해야 한다. 법에 따르면 심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을 인게임에 마련해야 한다. 이 조항을 게임 내 어디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지를 기획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메인 메뉴 안에 심의 등급 항목을 넣고, 플레이어가 그걸 누르면 팝업으로 띄우고, 거기에 오픈 소스 라이선스명도 같이 넣겠다고 계획하는 식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접속한 플레이어가 실질적으로 어느 서비스에서, 어떤 국가로 접속했는지, 혹은 어떤 서버에 접속했는지에 따라 표시되는 내용이 달라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CAREER PATH | ‘시스템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어릴 적부터 온라인 게임에 미쳐 있었다. 밤을 새서 게임하는 일이 부지기수였고 게임용 컴퓨터를 구입하겠다고 학기 중에 주 5일을 아르바이트를 할 정도였다. 돌이켜 보면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것을 넘어, RPG 메이커 2000 같은 프로그램으로 장애물 피하기 게임을 만들어 보는 등 게임 제작의 꿈을 키워 온 것 같다. 이런 열정 때문이었는지 국어국문을 전공했는데도 첫 커리어를 게임 회사로 시작할 수 있었다.

    엔씨에 와서는 개발 중인 게임의 글로벌 콘텐츠 디자인, 〈블레이드 & 소울〉의 북미/유럽/러시아 해외 라이브를 거쳐 지금의 〈TL〉에 합류했다. 앞선 프로젝트에서는 사실 시스템 디자인 업무를 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실무 경험이 시스템 디자이너로 성장하는 초석이 되어주었다. 라이브 서비스를 위해 필요했던 UI 대응 업무나 해외 라이브 경험이 지금 모두 유용하게 쓰이고 있으니 말이다.

    지금은 가장 적성에 맞고 재미있게 느끼는 일이다. 로비나 서버 구조 쪽 업무는 쉽게 접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데, 많은 사람에게 익숙하지 않은 분야의 일을 확실히 끝까지 마무리해낼 때 업무에 더욱 매력을 느낀다. 지금의 실무 경험들을 소중히 쌓아나가 시스템 디자이너로서 굳건히 자리매김할 미래가 기대된다.

    플레이어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

    게임 기획자로서 첫 단추를 끼울 때 대부분 플레이어의 관점에서 게임을 바라보는 실수를 하기 쉽다. 그러나 영화를 좋아하는 것과 영화를 만드는 것은 다른 일이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게임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사람으로서 게임을 구조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새로운 게임을 접하면 왜 이렇게 기획됐는지, 어떻게 이렇게 동작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구조적 관점의 사고는 기획 이후의 현실화 단계에도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프로그래머나 아트팀을 설득하려면 개발자의 언어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구조를 잘 이해하고 있다면 프로그래머나 아트팀과 협업하기 좋은 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 프로그래밍에 관한 지식이 있다면 프로그래머의 논리로 보다 수월하게 소통할 수 있겠지만, 꼭 프로그래밍을 배워야 하는 건 아니다. 그런 사고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한 것이다.

    TRACK 2 | my PROJECT

    새로운 차원의 자유도를 실현하다

    플레이어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그라운드가 된다

    〈TL〉은 플레이어가 기존 지형의 개념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는 환경을 새롭게 창조했다. 고래가 월드 상공을 날아다니고, 플레이어가 그 고래 위에서 상호작용하거나 활강하여 특정 지형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우리는 움직이는 지형이라는 개념을 ‘땅이 움직인다’가 아니라 ‘플레이어가 딛고 있는 어떠한 대상이 움직인다’로 두었다.

    플레이의 자유도는 치밀한 설계에서 나온다

    ‘정화의 탑’ 가운데 있는 이동식 엘리베이터도 어김없이 그라운드가 되었다. 예전에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는 부분을 구현하지 못해서 워프를 시켰다. 워프되는 시간을 로딩으로 전환하고 로딩 과정을 연출로 가리는 식으로 처리했다. 하지만 지금은 실제 엘리베이터처럼 상하로 이동하는 와중에도 플레이할 수 있고, 실시간으로 주변 환경과 전투를 벌이거나 대화하는 등 인터랙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플레이어가 직접 ‘배틀캐리어’라는 공성 병기로 변신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엔 공성 병기 자체가 지형이 된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위에 올라탈 수도 있고, 성벽에 있는 캐릭터와 병기에 올라탄 캐릭터 간의 전투도 가능하다. 예전에는 공성 병기에 올라타는 인원과 위치가 정해져 있었고, 올라타고 나면 위치가 고정되어 움직일 수도 없었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발전이다. 이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R&D에만 1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되었다.

    월드맵, 복잡해진 만큼 직관적으로

    〈TL〉은 지형을 무척 다채롭게 쓴다. 지상부터 지하 6층까지 하나로 이어진 압도적인 지하 공간이 존재하는가 하면, 상공을 움직이는 지형도 있다. 하지만 지도는 지상뷰를 기본으로 하는 2D 이미지 스트리밍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지상과 지하, 다층계 같은 3D 복합 정보를 표기하기가 어려웠다. 동시에 월드에 배치된 개체들이 어느 지역에 존재하는지, 어떤 장소에서 이벤트가 발생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도 담아야 했다. 심층적 지형을 지도에 공간적으로 표현하는 동시에 각 공간의 콘텐츠 정보도 제공하도록 만드는 것이 관건이었다.

    (〈TL〉 지도 기본 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월드 계층 구조’를 만들었다. 영지>지역>던전 간 종속 관계를 설정해 정보의 계층 구조를 만드는 식이다. 특정 영지 아래 어느 지역이 존재하는지, 지역 안에 던전이 있는지, 던전은 몇 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어떤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를 순차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월드 계층 구조를 이용하면 각 층계에 대한 정보도 별도로 표현할 수 있고, 공간에 배치된 개체들이 어느 지역과 관련 있는지를 정의할 수도 있다. 사냥터 정보나 특정 지역의 몹을 체크할 때 활용된다. 여기까지 작업하고 나면 이후로는 맵 아이콘이나 이벤트 정보 등을 어떻게 보여줄지 정리하고 쌓아 올리는 과정을 거친다.

    (〈TL〉 지도 일정 및 이벤트 현황 확인 가능)

    단순해 보인다면 성공한 것

    결과물이 꽤 단순하고 당연해 보인다면 우리가 목표한 바를 달성한 것이다. 복잡하고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지만 플레이어가 직관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이 지도의 제작 방향이었다. 또한 처음엔 위치와 정보를 표현하기 위해 지도를 제작했지만, 지금은 여러 개발자와 기획자들이 게임내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이 지도의 정보를 구성하는 데 바탕이 된 구조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개인적으로 뿌듯함을 느낀다.

    TRACK 3 | my ENVIRONMENT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일,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

    기획안이 현실이 될 때까지, 발로 뛰는 커뮤니케이터

    우리 팀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떠올릴 법한 IT 회사에 관한 이미지와 조금 다른 특징이 있다. 바로 ‘발로 뛰는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컨펌받은 기획안을 유관 부서에 넘긴 뒤에도, 작업이 완성될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지 않는다. 개발 시작부터 마무리 구현까지 함께 팔로업하는 것이 진짜 기획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획자는 프로그래머나 아트 직군과 밀접하게 협업하는 업무 특성 때문에 협업과 소통이 일에서 무척 큰 부분을 차지한다. 때문에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느냐가 곧 기획의 결과물을 좌우한다. 대면으로 소통할 때 더욱 섬세하게 조율하고 서로 피드백할 수 있다고 느낀다. 놓치고 지나갈 법한 부분들, 혹은 비대면 소통에서는 욕심내서 가져가지 못했을 부분들이 있는데,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하다 보면 의외로 잘 풀릴 때가 있다.

    업무 사이클이 빠르게 순환될 수 있도록

    기획자로서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것보다는 그것을 실제로 만들어내는 과정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게 된다. 사실상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작업이다. 수많은 테스트와 피드백, 변경 작업을 반복하는 이 과정은 많은 사람과의 협업을 통해 이루어진다. 거쳐야 할 부서도 사람도 수정도 많아서 절대적인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과정을 얼마나 빠르게 순환시킬 수 있느냐에 작업 전체의 효율이 달려 있다. 이때 빠르게 테스트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환경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서 큰 도움이 된다. 엔씨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업무 툴이나 공유 드라이브 덕을 보고 있다. 여러 부서가 보다 효율적으로 협업하고 진행 상황을 공유하기 위해 엔씨의 자체 개발 툴들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구성원 모두가 각자 영역의 퀄리티에 대한 욕심을 바탕으로 막판 스퍼트를 내고 있다. 론칭을 앞두고 의지를 바탕으로 단단하고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다. 그 에너지가 모여 보다 좋은 결과물이 나올 거라고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