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만든다는 건 전에 없던 세상을 창조하는 일입니다. 화면 속 멋지고 화려한 세계의 이면에는 뼈대부터 하나하나 만들어 가는 고된 작업이 있습니다.
과정은 쉽지 않지만, 우리는 ‘즐거움’의 가치에 확신이 있습니다. 서로 다른 전문가들이 모여 새로운 즐거움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상상합니다. 이런 즐거움을 향한 고집이 퀄리티를 결정합니다.
우리는 퀄리티를 타협하지 않습니다. 엔씨 퀄리티의 시작 < The Originality >
2020.08.18 The Originality
게임을 만든다는 건 전에 없던 세상을 창조하는 일입니다. 화면 속 멋지고 화려한 세계의 이면에는 뼈대부터 하나하나 만들어 가는 고된 작업이 있습니다.
과정은 쉽지 않지만, 우리는 ‘즐거움’의 가치에 확신이 있습니다. 서로 다른 전문가들이 모여 새로운 즐거움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상상합니다. 이런 즐거움을 향한 고집이 퀄리티를 결정합니다.
우리는 퀄리티를 타협하지 않습니다. 엔씨 퀄리티의 시작 < The Originality >
게임 그래픽을 예술의 영역이라고 많이들 생각하지만 사실 그 기술의 기반에는 수학과 과학이 있다. 통계학, 수학, 기하학, 물리학이 모두 그래픽 엔진과 연결되어 있다. 이 기술이 살아 숨 쉬려면, 아티스트들이 이 기술을 이용해서 뛰어난 게임 세계를 만들 수 있도록 엔진 개발자가 잘 이끌어야 한다.
게임 콘텐츠에 맞는 엔진 기술을 개발하고 전반적인 게임 엔진을 설계하는 일을 한다. 게임 엔진 개발자는 어려운 기술을 조금 더 쓰기 쉽게 만들어주고 게임 제작자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툴을 만드는 사람이다. 지금의 기술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표현이나, 기존의 게임에는 없었던 표현을 새롭게 시도해 보고 싶은 사람들이 게임 엔진에 관심을 갖는다.
지금 개발하고 있는 툴의 이름은 ‘월드 에디터’인데, 말 그대로 게임 속의 세계를 만드는 툴이다. 게임할 때 게임 속 세계가 현실과 가까울수록 더 몰입하게 되지 않나. 그렇게 게임 세계를 아름답게 창조하고, 그 작업 과정을 자동화하는 일을 한다.
게임 엔진 개발자는 기본적으로 수학과 컴퓨터 사이언스를 잘해야 한다. 이런 것들은 학창 시절에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 현업에서는 다양한 사람과 커뮤니케이션할 줄 아는 게 중요하다. 게임 기획자나 그래픽 디자이너는 아예 배경지식부터가 다르기 때문이다.
코딩을 잘하는 게 커뮤니케이션에 의외로 도움이 많이 된다. 코드를 뛰어나게 잘 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코드가 남들이 이해하기 쉽고, 필요할 때 사용하기도 쉬워야 진정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생각하고 코드를 짜는 것은 곧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방법과 같다.
보면서 즐기는 콘텐츠로는 영화를 이길 수 없다. 하지만 경험하는 걸로는 게임 만한 미디어가 없다. 게임 개발자는 유저가 '이 세계에서는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고 느끼게 해줘야 한다. 여기서, 캐릭터는 예쁜데 배경이 칙칙하거나 사운드는 사실적인데 그래픽이 캐주얼하면 몰입감이 확 떨어진다.
현재 콘솔 Triple-A 게임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콘솔 Triple-A 게임 유저들은 전반적인 게임 퀄리티나 그래픽의 기준이 굉장히 높다. 그 기준을 충족하려면 게임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유저들이 게임에 좀 더 깊게 몰입할 수 있다.
이전에 에픽게임즈에서 일하면서 언리얼 엔진 3과 4를 만드는 데 참여했다. 당시 오픈필드에서 지형을 좀 더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도록 엔진을 개발하면서, ‘칙칙한 하늘의 색감을 살리려면 물리적으로 어떤 모델을 적용해야 할까’ 하고 고민한 적이 있다. 게임 그래픽을 예술의 영역이라고 많이들 생각하지만 사실 그 기술은 수학과 과학에 기반한다. 통계학, 수학, 기하학, 물리학 등이 그래픽(렌더링) 엔진과 모두 연결되어 있다. 그때 고민을 바탕으로 언리얼 엔진에서는 실제 대기 산란 모델을 써서 하늘의 색감을 살려내도록 직접 개발하였다.
엔진 개발자에게는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우리 게임을 저 게임보다 더 예쁘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고민이 있어야 다양한 엔진을 비교해 보면서 발전된 엔진 모델을 만든다. 비주얼에 관심이 많으니 한 번 더 쳐다보게 되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생기는 것이다.
게임 개발은 기획자, 아티스트, 디자이너 등등 서로 다른 역할을 맡은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과정이다.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아티스트들이 이해하지 못하면 표현할 수 없고, 반대로 아티스트의 생각을 엔진 개발자가 이해하지 못하면 기술적으로 도와줄 수 없다. 결국은 같이 일하는 거다. 기술이 살아 숨 쉬려면 아티스트들이 이 기술을 사용해서 뛰어난 게임 세계를 만들 수 있도록 엔진 개발자가 잘 이끌어야 한다.
나는 일할 때 기술을 파고드는 건 쉬운데 커뮤니케이션하는 게 어려웠다. 같은 목적을 향해 함께 달리자고 설득하며 비전을 제시하고, 사람들이 움직일 수 있도록 동기부여하는 게 쉽지 않았다. 나아지기 위해 일부러 노력했다. 10년 전부터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어울리고, 게임 기술을 알리는 큰 행사에서 업무 때문에라도 여러 번 발표를 하다 보니 조금씩 늘었다.
어릴 때부터 수학과 과학이 좋았다. 그리고 컴퓨터를 좋아했다. 애플 2 컴퓨터를 가지고 이리저리 코딩해 봤던 경험이 있다. 사실은 무엇보다 게임하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 그때는 게임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개 컴퓨터도 잘할 수밖에 없는 게 컴퓨터에 대해 알아야 게임을 구동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스레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
이후 대학을 졸업하고 유학 가기 전 병역 특례로 엔씨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당시는 언리얼 엔진 3가 나온 지 얼마 안 된 시절이었다. 그때 맡았던 일이 컴퓨터 그래픽스와 그 기반 기술이 되는 엔진 개발이었는데, 여기서 흥미를 붙이고 대학원 세부 전공을 컴퓨터 그래픽스로 정하면서 더 공부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일하면서 크게 힘들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 이 일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발전을 안 하면 재미없으니까, 발전하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노력도 하게 됐다. 게임 엔진을 개발하는 이들을 살펴보면 게임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 흥미를 느끼기도 하지만, 대부분 그 기반 기술이 궁금해서 계속 파고들다가 재미를 느끼고 직업으로 삼게 된 사람들이다. 흥미가 있고 재미있어야 열심히 하고 잘한다. 그리고 내가 재미있게 만든 게임을 유저들이 즐겨줄 때, 정말 보람이 크다.
경력이 쌓이고 직급이 높아지다 보니 직접 개발하는 것보다 의사결정하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되었다. 상대적으로 개발 작업을 하면서 순수한 재미를 찾는 시간은 줄었다. 그런데 R&D는 리서치한 것을 구현해 보고 실제 써봐야 의미가 있다. 틈날 때마다 엔진 개발 작업에 직접 뛰어들어서 의사결정에 필요한 데이터도 모은다.
전반적으로 업계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컴퓨터 그래픽스 분야 전반에 대한 논문을 계속 찾아 읽는다. 언리얼 엔진 외에 다른 게임 엔진 트렌드도 계속 살펴본다. 새로운 기술의 장점, 유저들이 그 엔진에 적응하는 속도 및 사용하는 기간 등은 아주 귀중한 정보이다. 사실 제일 중요한 건, 자료를 보고 있다는 것 자체보다 ‘우리 프로젝트에 이게 필요하겠구나’라는 인사이트를 얻는 것이다.
최근 렌더링 분야에서는 레이 트레이싱이 화두이다. 영화 같은 오프라인 렌더링에서 쓰던 기술인데, 게임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옮겨오고 있다. AI 기술이 더 발전하면서 게임 개발에서도 자동화되는 영역이 늘어날 것이다. 그러면 게임 콘텐츠 양이 굉장히 커질 수 있다. 앞으로 게임 세계는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면서 더 커지고 더 빠르게 변할 것이다.
앞으로 욕심을 낸다면 전체적인 게임 개발 파이프라인을 잘 통합하고 싶다. 아티스트나 디자이너는 더 예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나 기술을 내게 물어보고, 나는 더 좋은 기술을 가르쳐줄 수 있으면 좋겠다. 퀄리티는 발전을 향한 의지가 있어야 높아지지 않을까. 원래 이런 인터뷰도 생전 안 하던 것이고 부끄럽지만, 이걸 함으로써 내가 발전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앞으로도 기회가 올 때는 ‘OK’로 응답할 것이다.
* 본 인터뷰에서 언급되는 내용은 인터뷰 당사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NCSOFT의 공식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