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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6.22 The Originality

    Combat Designer, 김민재

    〈TECH TRACK〉 시리즈는 엔씨가 개발 중인 게임의 개발자들을 조명합니다. 게임 개발에 필요한 다양한 직무와 하는 일, 그리고 전문가가 되기 위해 쌓아온 커리어패스를 살펴보세요.

    이번 편 주인공은 엔씨 최초의 MMORTS 장르 게임 〈Project G〉의 전투 디자인을 담당한 김민재 님입니다.

    Project G | 엔씨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RTS(Real-Time Strategy, 실시간 전략 게임) 장르의 대규모 전쟁 기반 전략 게임. 한정된 자원을 모으며 성장하고 영토 경쟁을 위해 다양한 전술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TRACK 1 | my CAREER

    전투의 규칙을 설계하는 사람

    전투 게임의 정체성, ‘규칙’을 정하는 일

    전투 디자이너는 게임의 전투 기반 시스템을 설계한다. 전투에서 사용되는 규칙을 만드는 것이다. ‘HP가 0이면 죽는다’ 같은 단순한 규칙부터, 캐릭터 조작 행동이나 상대의 공격에 대한 반응 같은 복잡한 규칙까지 다룬다. 개별적으로 만들어진 전투 규칙을 통합하고 조합하는 작업도 포함된다.

    전투 요소는 곧 플레이의 중심축이 되기 때문에 게임에 차별성을 부여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특히 〈Project G〉처럼 전투 전략이 강점인 게임에서는 정체성을 부여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참신한 전투 시스템은 물론 짜임새 있는 전투를 통해 플레이어에게 규칙의 재미를 전달하는 것도 전투 디자인의 몫이다.

    〈Project G〉는 다양한 전략을 이용하여 전쟁을 즐기는 RTS의 특징과, 전투에 참여하는 여러 플레이어가 각자의 역할을 하며 함께 즐길 수 있는 MMO의 감성을 동시에 지닌 게임이다. 일반적 전략 게임과는 다른 〈Project G〉만의 차별점을 구현하기 위해 여러 전략 장치를 준비하고 있다.

    모든 케이스에 통하는 ‘절대 규칙’은 없다

    하나의 규칙을 정립하기까지는 무수한 테스트가 필요하다. 규칙을 구현하다 보면 기획 단계에 미처 계산하지 못했던 예외 케이스를 발견하기도 한다. 타깃을 선정하고 공격하는 전투 규칙을 프로그램팀과 논의하고 구현했는데, 막상 플레이어 입장에서 테스트해보니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플레이어와 가까운 위치에 적 A, 멀리에 적 B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한번 선택한 타깃은 별도의조작이 없으면 그대로 유지한다’라는 기본 규칙에 따르면 적 B를 공격하는 것이 맞게 돼있는데 실제로 플레이하다 보면 가까이 있는 적 A를 타깃으로 삼는 게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우선하는 규칙에 따라 A보다 멀리 있는 B를 공격하다 보니 플레이에 이질감을 느끼게 되는 이슈가 발생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기획부터 거의 모든 과정을 다시 진행해야 했다. 동일한 룰이더라도 플레이 시점이나 사용한 요소 등의 다양한 요인에 따라 어색하거나 오류로 느껴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때문에 규칙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다양한 케이스에 대한 테스트가 매우 중요하다. 천편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절대 규칙’은 없기 때문에 하나의 룰을 정하고 테스트를 통해 세세한 부분들을 다시 잡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CAREER PATH | ‘전투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엔씨에 입사한 후 5년째 전투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첫 커리어는 게임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수학 강사로 시작했지만 본래 꿈은 게임 업계에 종사하는 것이었다. 강사로 일한 지 3~4년쯤 되었을 때 본업보다 전투 게임에 푹 빠져 지내는 나를 보며, 어릴 때부터 꿈꿔온 게임 만드는 일을 다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개발자 대부분은 게임 업계에 발을 들일 때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 장르로 포문을 열곤 한다. 나의 경우엔 ‘전쟁’과 ‘전투’였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나의 관심사는 ‘많은 사람에게 재미있는 전투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입사 초기엔 MMORPG 슈팅 게임 LLL〉의 전투 시스템 관련 업무를 3년 정도 했다. 총기, 캐릭터 액션과 관련한 전투 시스템 작업을 하며 전투 디자인에 대한 실무 경험을 익힐 수 있었다. 이후 전쟁 전략, 전술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디자인을 하고 싶어서 〈Project G〉의 전투 디자인팀에서 일하게 되었다.

    플레이 경험을 논리적 사고로 풀어내는 능력

    전투 디자이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다양한 게임을 플레이해본 경험이다. 디자인을 하다 보면 게임에 어떤 재미있는 요소를 어떻게 만들면 좋을지, 플레이에 방해되는 요소는 어떤 것일지와 같은 고민과 마주한다. 이때 게임을 플레이했던 경험이 아이디어가 되어 돌파구를 찾아주곤 한다. 다양한 플레이 경험은 언제든 아이디어로 꺼내 쓸 수 있는 훌륭한 소스가 된다.

    하지만 실제 업무에서는 플레이 경험의 절대치가 능사는 아니다. 더 나아가 플레이 경험을 논리적으로 해석하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특히 전투 디자인을 하다 보면 게임 시스템을 많이 다루게 된다. 이때 논리적인 사고가 요구된다. 해당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인과관계를 추려보거나 기획 과정을 역으로 되짚어보는 사고방식이 디폴트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파이썬이나 다른 프로그래밍 언어를 공부하는 것이 좋다. 코딩이 작동하는 원리만 이해해도 논리적 시야를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된다.

    TRACK 2 | my PROJECT

    〈Project G〉만의 창발적 룰을 만들어가는 일

    예측 불가능한 변수도 규칙이 된다

    (〈Project G〉의 캐릭터. 왼쪽부터 릭 블러드, 수르 틴코, 타이욘)

    전략 게임의 묘미 중 하나는 규칙 속의 변수다.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한 전략이 언제나 플레이어의 계산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단순히 흘러가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규칙을 만드는 우리 전투 디자이너의 일이기도 하다. 〈Project G〉에서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를 통해 플레이어가 게임에 더욱 열을 올리고 성을 다할 수 있도록 촘촘하고 견고하게 규칙을 쌓아 올리고 있다.

    〈Project G〉는 네 가지 종족과 개성 있는 캐릭터 각각의 전투 상성 관계를 활용하여 다양한 수의 전략이 나오도록 기획됐다. 또한 전략적으로 지형을 활용할 여지를 폭넓게 마련했다. 언덕을 차지해 지리적 우위를 선점하거나 덤불을 이용해 기습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거기에 여러 플레이어 간의 동맹과 배신은 예상 밖의 승부를 만드는 훌륭한 장치가 된다.

    전투의 상성을 더욱 부각시켜줄 또 다른 핵심 요소는 전략 병기다. 드래곤을 활용한 전투와 드래곤을 견제할 수 있는 전략 병기 등의 일부가 트레일러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특히 이 전략 병기는 능력치가 동일하더라도 플레이어의 컨트롤에 따라 ‘하드 캐리’가 가능하도록 제작하고 있다. 기존 게임들이 아이템이나 캐릭터의 능력치에 따라 승부가 결정돼 전략의 재미가 반감되는 것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플레이어들이 저마다 다양한 피지컬을 뽐내며 화려한 플레이를 보여주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Project G〉만의 룰을 정의하다

    새로운 룰을 만들면, 그 룰이 게임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시스템 내에 새로이 정의 내려야 할 요소들이 생긴다. 현재 우리 팀은 〈Project G〉에만 존재하는 독창적인 전투 규칙들을 기반 시스템에 통합하여 정리하고 개선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일례로 〈Project G〉에는 다른 전쟁 게임에서 보기 힘든 사거리 개념1이 존재한다. 이 룰을 새롭게 도입하자 플레이어가 타깃을 선정하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해졌다. 여러 플레이어와 전투하던 중 적 하나를 처치하고 나면 그 다음 타깃은 어떻게 결정해야 하느냐는 기준이 필요하다. 전투하는 개체마다 위협적이거나 공격하기 좋은 대상이 다를 것이기 때문에 대상 변경을 위한 우선순위가 필요한 것이다. 때문에 사거리의 우월함을 이용할지, 상성을 이용할지를 기준으로 삼고, 타깃 변경 시 규칙으로 동작할 수 있도록 정의하는 작업이 함께 이뤄졌다.

    1 탄알, 포탄, 미사일 따위가 발사되어 도달할 수 있는 곳까지의 거리

    새로운 룰에는 새로운 연출이 필요하다

    새로운 룰을 만드는 작업은 연출 측면의 기능과도 밀접하게 이어져 있다. 복잡다단하게 세운 규칙을 게임 내에서 구현할 때 어떻게 표현되느냐가 결국 플레이어와 직접적으로 맞닿는 지점이다. 새로운 룰을 추가함에 따라 유닛들이 서로 중첩되면 어디를 공격하는지, 누구와 싸우고 있는지 분간되지 않아서 전투가 리얼해 보이지 않는 이슈가 발생하기도 한다. 객체들이 뭉쳐 보이는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전투 시의 위치와 모양을 정해주는 룰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공격 대상 중 주요 타깃을 분리하여 보여주거나, 병사들이 각 개체를 공격하는 연출을 추가해 타깃을 분간하는 등 연출과 관련하여 다양하게 고민한다. 이처럼 〈Project G〉에서 우리 게임만의 독창적 룰을 개발하기 위해 전투 기반 시스템부터 연출에 이르는 통합적 부분들을 고민하고 있다.

    TRACK 3 | my ENVIRONMENT

    유기적으로 협업하기 위해 넓게 바라보다

    모두가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전투를 제작하는 과정에는 여러 부서가 개입되기 때문에 협업이 필수적이다. 전투 디자인에서는 아트팀이나 프로그래머분들이 제작한 어셋, 데이터 등을 활용하여 시스템과 콘텐츠를 함께 만들어간다. 큰 흐름부터 디테일하고 개별적인 일감 관리에 이르는 정보들을 서로 놓치지 않고 유기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환경적 뒷받침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엔씨에서 제공해주는 관리 인프라의 도움을 톡톡히 받고 있다. 공동 회의체를 운영하고, 전체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공유하기 위해 프로젝트의 전 인원이 엔씨의 자체 개발 툴들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협업하는 팀의 진행 상황과 중간 결과물에 대한 공유는 내가 참여 중인 프로젝트를 보다 넓은 시야에서 바라보게 해줌으로써 게임 전반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자신의 업무에만 함몰되면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낳고 효율성을 떨어뜨리기 쉽다. 나의 업무와 전체 프로젝트의 방향성과 속도를 맞춰가는 것이 팀 플레이의 핵심이다.

    〈Project G〉의 기획, 프로그램, 아트 모두가 출시를 위한 목표 의식으로 뭉쳐 있다. 담당한 분야는 다르지만,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의 결과물을 내고자 집중하는 투지가 곧 최상의 팀플레이를 만드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