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 한국어
    • ENGLISH
    • 日本語
    • 中文-繁體

    2020.07.09 AI

    AI는 기자의 일상을 어떻게 바꿨나

    AI에 대한 연구개발을 선도해 오고 있는 엔씨는 AI센터와 NLP(Natural Language Processing, 자연어 처리)센터를 중심으로 AI R&D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중 NLP센터 산하 언어(Language)AI랩과 지식(Knowledge)AI랩의 전문 연구진은 자연어 이해, 자연어 생성, 대화, 기계 번역 등 언어 처리 및 데이터 요약, 구조화, 지식 추론과 관련된 AI 기술을 활발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3년 차 사회부 기자 A 씨의 하루는 새벽4시에 시작된다. 특히 당직 일인 오늘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막 들어온 여러 조간신문을 읽으며 기사 모니터링을 시작한다. 새벽 5시쯤에는 기상청으로부터 날씨 정보가 팩스로 도착하기 시작한다. 숫자와 데이터로만 이루어진 팩스를 보며 아침 뉴스에 내보낼 날씨 기사를 30분 내로 작성해야 한다. 빠르게 기사 작성을 끝내고 한숨 돌릴까 싶으면 아침 기사 아이템을 위한 발제 회의가 시작되고 그날 취재할 일정을 체크해야 한다. 취재 현장에 나가 취재원들을 만나고, 인터뷰도 진행하다 보면 어김없이 오후 기사 마감시간이 코앞이다. 근처 카페에 들어가 오후 마감시간에 맞춰 기사를 송고한 후 회사로 복귀한다. 도착하자마자 또 다시 저녁 날씨 기사로 작성해야 하는 기상청의 데이터가 팩스로 들어온다.    - 사회부 기자 A 씨의 하루 –

    많은 사람이 손쉽게 접하는 뉴스 기사의 이면에는 이렇듯 기자들의 많은 수고가 숨어 있다. 독자 대부분은 기자가 단순히 취재원을 만나고 기사를 작성하는 일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사회부 기자 A 씨처럼 취재 이외에도 매일 해야 하는 날씨 기사 작성처럼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업무도 겸해야 한다. 이렇다 보니 현장에서 발로 뛰는 기자들은 깊이 있는 취재가 필요한 기획 기사나 르포에 더 많은 열정을 쏟고 싶음에도 항상 시간에 쫓기는 상황이다. ‘기자가 본인의 주 업무인 취재와 아이템 발굴에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라는 고민은 AI 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언론사의 업무 방식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는 전환점이 됐다.

    국내 첫 머신러닝 기반 날씨 기사 작성

    2020년 4월 28일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 핵심 기술인 머신러닝 기반의 날씨 기사가 연합뉴스를 통해 첫 선을 보였다. 엔씨의 NLP센터와 뉴스통신사 연합뉴스가 2018년 5월 AI미디어 공동 연구 업무 협약(MOU)을 맺은 이래 약 2년 만의 성과였다. 엔씨는 데이터를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문장으로 표현해 주는 자연어 생성 기술을 개발하고, 연합뉴스는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업무를 자동화해서 양질의 기사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엔씨는 머신러닝에 필요한 양질의 데이터를 연합뉴스로부터 제공받고, 연합뉴스는 저널리즘 위기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전략이 포함된 것이었다.

    협약을 맺은 후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연합뉴스에서 기자 2명, 기술 담당 1명, 총 3명의 인원이 매주 엔씨로 출근하여 AI 연구개발 과정에 참여했다. 기자의 업무 중에 어떤 과정을 AI 기술이 대체할 수 있을지 과제를 선정하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엔씨 NLP센터와 연합뉴스가 밀접하게 협력하고 논의한 결과, 2020년 4월 28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머신러닝 기반 AI가 자동으로 작성하는 날씨 기사 서비스가 상용화되었다. 엔씨가 선보인 기술은 머신러닝 기반 기술로 AI가 모든 문장을 100% 자체적으로 생산한다. 이용자는 매일 하루 3번(새벽, 점심, 저녁) AI 날씨 기사를 확인할 수 있다. 머신러닝 기반의 자연어처리(NLP) 기술이 미디어에 도입된 국내 첫 사례이다.

    템플릿 방식 vs. AI 방식

    국내의 초기 로봇 기사는 시황과 주식 종목 등 증시 기사가 많았다. 2017년에는 연합뉴스가 자연재해 분야 및 ‘사커봇’을 통한 스포츠 분야 자동화 기사를 처음 선보였다. 이런 자동화 기사는 대부분 템플릿 기사 생성기술을 이용해 정형화된 텍스트의 틀을 잡아 놓고 기계가 읽을 수 있는 ‘구조화 데이터’로 빈 칸을 채운다. 그래서 정해진 틀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결과물이 단조롭고 반복적이다. 개발이 쉽고 오류가 적지만, 일기예보처럼 데이터가 복잡하고 문장 유형이 다양한 기사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그러나 엔씨가 선보인 기술은 머신러닝 기반 기술로 AI가 모든 문장을 100% 자체적으로 생산해 낸다. 이 머신러닝 기술은 AI가 대량의 데이터를 읽고 스스로 기사 작법을 학습하는 인공지능 핵심기술로서,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을 꺾은 ‘알파고’에 적용되어 널리 알려졌다. NLP는 사람이 일반적으로 쓰는 자연어를 기계가 이해해서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다.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답하는 AI음성 비서 서비스도 NLP 기술로 개발되었다. 머신러닝 NLP기술 도입으로 엔씨 머신러닝 AI는 자연스러운 문장을 다채롭게 구현할 수 있다.

    날씨 기사를 자동으로 작성하는 기술이 어렵지 않은 과제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NLP센터 이연수 실장은 “날씨 기사 머신러닝 AI의 상용화는 생각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라고 말했다. 세계의 여러 학계에서도 이미 날씨 기사 자동화 기술은 어려운 기술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엔씨 AI기술은 세계 수준에 맞춰 상용화를 한다. NLP센터 이연수 실장은 AI 기술을 상용화할 때 가장 어려운 문제로 “희소하게 발생하는 케이스에도 기술이 다 대응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1년에 평균 다섯 번 정도의 폭우가 내렸다면 10년 동안 기계가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는 50번의 케이스밖에 없다. 하지만 기계가 학습하려면 훨씬 많은 유사 케이스가 필요하기 때문에 날씨 기사 머신러닝 AI를 개발할 때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을 결정하고 비슷한 데이터들을 추가적으로 가공해야 했다.

    엔씨 머신러닝 AI는 기상청 일기예보 데이터와 한국환경공단 미세먼지 자료 등을 바탕으로 매일 새벽·아침·저녁 3차례 자동으로 날씨 기사를 작성한다. 초고가 나오면 뉴스룸 기자들의 편집을 거쳐 포털, 웹사이트 등에 게재되고 고객사에도 전송된다.

    AI 날씨 기사가 제시하는 저널리즘의 미래

    그러면 자동으로 날씨 기사를 작성하는 AI기자의 등장은 연합뉴스 기자의 일상에 그리고 언론 생태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보통 일기예보 기사는 사회부 당직기자가 담당하는 취재 업무와는 별도로 하루 세 번 기상청으로부터 날씨 정보를 팩스로 받아 일일이 작성하는 방식이었다. 연합뉴스 권영전 기자는 “날씨 기사는 400자 내외의 비교적 간단한 구성이지만 작성에는 매번 많은 수고가 따른다. 기후 변화에 따라 유동적이기에 항상 최신 정보를 잘 살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상청의 6시 자료에는 비소식이 없었는데 7시 자료에는 비가 올 것이라고 예보하는 경우도 있어 기사를 여러 번 작성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라고 하며 날씨 기사 작성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한 날씨 기사는 계절별 태풍이나 폭염 특보 등 중요한 내용이 있을 경우에는 톱기사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기자들에게는 날씨 기사 작성이 반복적이지만 사명감을 가지고 공들여서 해야 하는 중요한 업무이다.

    AI 자동 기사 작성 서비스 이후의 업무 절감 효과는 분명했다. “통상 날씨 기사 1건을 쓰려면 최소한 20∼30분이 걸렸는데, AI 작성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이 시간이 5분 안팎으로 단축됐다.”라고 연합뉴스의 김태균 기자는 답한다. 그는 “특히 날씨 기사를 쓰는 새벽·아침은 신문 체크, 일정 보고, 기사 계획 논의 등으로 기자가 가장 바쁜 시간대이다. 이럴 때 예보 기사를 예전보다 훨씬 더 간편하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담당 기자가 느끼는 업무 부담도 크게 줄었다.”라고 만족을 표했다. 사람마다 주관적인 판단이 다르겠지만 대략 수동 작성 때의 체감 부담이 100이었다면 지금은 30으로 내려갔다는 것이 현장 기자 다수의 반응이다.

    기자의 업무 환경은 기술의 발전에 따라 바뀌었다. 펜으로 원고지에 글을 쓰고 전화로 속보 기사 원고를 불러주다가 컴퓨터 앞에서 키보드를 두들기는 모습이 일상이 되었고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제작ㆍ송고하고 영상을 송수신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AI 기사 작성 자동화에까지 이르렀다. 자동화와 AI 기술은 언론사에서 그 쓰임새가 매우 다양하다. NLP기술로 특정 텍스트를 읽고 데이터나 통계 수치 등 팩트 체크를 해줄 수도 있고, 이용자의 뉴스 소비 패턴을 추적해 기사를 자동 추천해 주거나 관심 뉴스를 모아주는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AI가 인간을 능가하게 될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기자의 일이 로봇으로 대체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적지 않다.

    엔씨 NLP센터 이연수 실장은 “AI자동화 시스템은, 사람이 90까지 품질을 낼 수 있다면 여기에 기계의 도움으로 99-100의 품질을 만들어 내도록 하는, 인간과 기계의 분업체계”라고 말한다. 자동화 이후의 세상은 인간과 기계가 함께 일하는 곳이지 한쪽이 다른 쪽을 대체하는 세상이 아니며, AI로 기자라는 직업이 사라지기보다는 오히려 저널리즘의 핵심 영역인 현장 르포, 심층 인터뷰, 탐사 보도 등 인간이 할 수밖에 없는 책무에 대한 비중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연합뉴스 AI팀 박주현 차장은 “처음에는 AI가 내일을 빼앗는 것이 아닐까 하는 막연한 거부감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AI 활용으로 뉴스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기레기 논란, 가짜 뉴스 등으로 이미지가 실추된 언론의 저널리즘 혁신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콘텐츠의 미래, AI 연구로 미래 동력을 키운다

    지난 4월 엔씨와 연합뉴스는 공동연구 성과로 머신러닝 기반 AI날씨 기사 상용화를 발표하면서 기존 AI미디어 공동연구 업무협약을 기반으로 양사 간의 신규 계약을 체결했다. 기사 생산 과정을 돕는 AI기술과 더불어 AI가 기사 내용을 파악해 관련 사진을 자동 추천하는 기술, 특정 이슈의 흐름을 파악해 타임라인에 따라 자동으로 연표를 생성하는 기술 등을 추가로 제공할 계획이다. 엔씨는 AI기술이 미디어 분야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뉴스 기술과 서비스에 대한 공동 연구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엔씨와 연합뉴스의AI프로젝트 사례는 인간의 일과 기계의 일을 명확히 구분하고 각각의 장점을 결합했을 때 어떤 시너지가 일어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AI는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존재가 아니라 더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훌륭한 동반자로서 그 역할을 해낼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저널리즘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 분야로도 점점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