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를 위한 자유로운 프로젝트 활동 공간 ‘프로젝토리(Projectory)’. 이곳은 어른의 일방적인 가르침이나 간섭 없이, 아이들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해 볼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입니다. 프로젝토리는 아이들이 흥미로운 주제를 찾을 수 있도록 상상력을 자극하고 다양한 활동을 해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프로젝토리의 공간이 될 서울 대학로의 구 쇳대박물관은 내부 리모델링을 마치고, 앞으로 새롭고 창의적인 실험에 도전할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상상하는 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이곳의 콘셉트가 공간에 어떻게 녹아 들었는지 공간 곳곳에 담긴 철학과 함께 세심한 배려가 담긴 층별 공간을 소개합니다.
문화와 예술의 거리, 서울 혜화동 대학로에 적갈색의 묵직한 건물이 우뚝 서있다. 오래된 보물 상자 같은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하늘까지 뻥 뚫린 열린 공간이 나타난다. 영화 속 히어로들의 비밀 아지트처럼 미로 같은 구조, 누워서 하늘을 볼 수 있는 공간, 온갖 재료와 도구가 갖춰진 작업장 등 구석구석 색다른 영감이 가득한 곳. 프로젝토리는 상상하는 만큼 실현되는 하얀 도화지 같은 공간으로 N개의 가능성을 기다리고 있다.
공간이 정한 틀에 생각이 갇히지 않도록
프로젝토리는 하나로 정의하기 어려운 공간이다. 지식이 수직적으로 전달되는 곳이 아니라 수평적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탐색하는 공간이다. 배움과 놀이, 다양한 가능성의 탐색과 협력의 기회가 주어지는 공간이다. 무엇보다도 미래 세대가 주인공인 공간이다. 아이들이 ‘우리만의 아지트이자 비밀 기지’로 삼을 수 있는 곳이다. 자유가 보장된 이 공간에서 아이들은 주도적으로 스스로를 돌아보고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며 함께 성장을 모색할 수 있다.
NC문화재단 사업팀의 김경헌 팀장은 “아이들은 집, 학교, 학원, 독서실 등 주어진 공간에서 정해진 일을 해야 하는 시간이 많다. 아이들이 ‘나는 누구이고 무엇을 좋아하며 어떤 것을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공간 자체가 드물다.”라고 말한다. 그는 아이들이 프로젝토리에서 다양한 영감을 받고 손수 하고 싶은 활동을 제약 없이 하면서 자기주도적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공간을 기획했다고 전했다.
프로젝토리 사용 설명서
총면적 약 450㎡ 규모의 프로젝토리는 자유 작업공간을 중심으로 기획공간,재료공간, 녹음실, 회의실, 도서관, 휴게실 등을 갖추고 있다. 프로젝토리 공간 외에도 다목적 홀과 전시공간도 마련돼 있어, 프로젝트와 연계한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
프로젝토리의 주요 활동 공간은 3층과 4층에 위치한다. 두 층을 구분하는 것은 활동의 종류로 3층은 소음이나 먼지 등에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이것저것 만들어볼 수 있는 작업 활동이 중심이 된다. 반면 4층은 좀더 깊이 생각하고 사색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정적인 활동이 주로 이뤄진다. 3층은 거대한 작업실처럼, 4층은 아늑한 도서관처럼 구성됐다. 이렇게 기본적으로 나누어진 공간 안에 좀더 특수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능들이 구석구석 배치되어 있다.
아이들은 4층 리셉션에 들어서면 라커 룸에 자기 짐을 맡기고 활동을 시작한다. 리셉션에는 개인 작업을 기록할 수 있는 태블릿 PC가 수십 대 비치되어 있다. 4층은 프로젝트 구상, 자료 조사, 토론, 시나리오 집필, 작사, 작곡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다.
뻥 뚫린 천장으로 하늘을 보면서 휴식하거나 화이트보드에 아이디어를 필기하고, 미니 도서관에선 책을 읽을 수도 있다. 미니 도서관에는 생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다양한 장르의 책과 잡지, 사진집, 영상 자료를 구비해 두었다. 또한, 삼삼오오 모여서 회의를 하거나 그룹 토의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소리실’이라는 방음 공간은 개인 방송을 할 수 있는 음향∙촬영장비도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이 공간에서 아이들은 작곡, 연주, 녹음, 촬영, 영상 편집 그리고 콘텐츠 제작까지 할 수 있다.
4층에서 3층으로 내려오면 재료 숍이 있다. 세상의 수많은 재료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길 희망하며 기획된 이곳에는 다양한 소재, 크기, 촉감의 수백 가지 재료가 구비되어 있다. 재료를 사용해 무언가 만들고 싶은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면 선택한 재료를 가지고 바로 옆의 작업공간으로 가면 된다.
3층은 소음이나 먼지 등에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이것저것 만들어 볼 수 있는 작업 활동이 중심이 된다. 시야가 탁 트이고 층고가 높은 공간으로 개인 작업부터 단체 작업까지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내구성이 강한 모듈형 가구들이 비치되어 있다. 또한 도구들을 안전하게 사용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크루가 상주하고, 별도의 집진 환기 시스템도 갖춰져 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어떤 재료를 활용해서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 볼 것인지’를 고민하고 직접 시도해 볼 수 있다.
2층은 다양한 전시를 할 수 있는 스튜디오 공간이다. 미디어 아트, 사운드 아트 등 아이들에게 다양한 감각과 감성을 선사할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할 예정이다. 프로젝토리는 아이들에게 미리 정해진 활동을 위해 재료나 자료를 주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활동을 촉발하기 위해 영감을 주는 공간이다.
상상의 힘을 키우는 다양한 재료와 도구
3층 작업 공간에는 종이 끈, 새활용 플라스틱, 나무 조각 등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재료와 드릴, 망치 등 다양한 도구로 가득 차 있다. ‘창의 활동’의 도구라 하면 보통 3D프린터, 레이저 커터 같은 하이테크 장비가 연상된다. 그러나 프로젝토리는 상상의 힘을 키워줄 수 있는 아날로그 도구와 재료에 초점을 맞췄다.
그 이유에 대해 NC문화재단 박계현 부이사장은 “프로젝토리를 설계하면서 윤송이 이사장이 무엇보다 강조했던 가치는 ‘본질에 집중하자’는 것이었다. 재료와 도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첨단 도구나 기계가 아닌 종이와 풀, 가위로도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상상력’에 가치를 더 두었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문화의 씨앗이 움트도록
사람들이 모여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곳에서 새로운 문화의 씨앗을 심을 수 있다. 공간은 문화를 만들고 공간은 곧 문화가 된다. 그렇게 이곳에서 프로젝토리만의 문화가 생겨나길 바랐다.
프로젝토리만의 문화와 커뮤니티 철학을 담아내기 위해서는 프로젝토리만의 공간이 필요했다. 공간 자체가 실험의 출발지가 되고, 그 시도를 통해 추구하는 문화가 잘 안착이 되면 프로젝토리의 문화는 다른 여러 곳으로도 뻗어나갈 수 있다. 그 기반을 닦기 위한 첫걸음이 바로 혜화동 구 쇳대박물관 건물을 리모델링한 이 공간이다.
혜화동은 문화와 예술을 상징하는 곳이다. 수많은 공연과 예술 활동이 벌어지는 이곳은 자유와 도전, 창의성의 가치를 품고 있다. 혜화동에 위치한 구 쇳대박물관은 승효상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로, 많은 사람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고 오랜 역사와 이야기가 담겨 있는 건물이었다. 구 쇳대박물관은 프로젝토리가 추구하는 문화와 잘 어울리는 곳으로 미래 세대의 자유를 보장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는 공간으로 새롭게 변모했다.
리모델링 과정에서는 건물 자체의 특징과 매력 그리고 역사가 담긴 건물의 기본적인 구조와 건축가의 의도를 최대한 지키고자 노력했다. 대학로에서 갖고 있던 상징적인 아이덴티티를 위해 외관은 최대한 그대로 보존했다. 외양적으로는 주변 지역과 잘 조화되게 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새로운 변화를 꾀했다. 하늘이 보이도록 뚫려 있는 중정의 자연 채광을 최대한 활용하고 계단과 복도로 이루어진 미로 같은 공간을 살린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아이들이 프로젝토리라는 아지트 안에서 스스로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발견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아이도, 공간도 성장한다
프로젝토리는 아이들을 위한 장소이지만 ‘아이스러운’ 느낌을 배제했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에서 보이는 전형적인 모습을 탈피하고, 어른, 아이 구분없이 모두가 사용하고 싶은 세련된 공간으로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하지만 아이들의 안전만큼은 세심하게 신경 썼다. 아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중정 유리의 난간을 높게 배치하고, 구석구석 날카로운 모서리를 없애는 등 공간 곳곳 배려를 담았다.
눈치 보지 않고 내가 원하는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생각하고 도전할 수 있는 곳. ‘실패해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활동할 수 있는 공간. 이것이 프로젝토리를 세운 이유이자 목표이다. 이곳에서는 누구든 마음 편히 실패할 수 있고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다.
프로젝토리는 정답이 없는 미래를 살아갈 다음 세대에게 새로운 문화를 선물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세심한 배려와 고민이 구석구석 반영되어 있지만 이곳은 아직 완성된 공간이 아니다. 빈 도화지가 알록달록한 작품으로 탄생하듯, 프로젝토리도 아이들의 자유로운 생각과 도전으로 더욱 멋지게 변화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