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각학습 효과를 연구하다가 디지털 치료제 개발까지 생각하게 됐다.
오랜 기간 신경과 교수로 일하면서 어느 순간 갑갑함을 느꼈다. 한때 별명이 ‘논문 공장’일 정도로 눈만 뜨면 논문 생각만 할 때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재미가 없어졌다. 새로움에 대한 갈증이 생겼고, 오랜 꿈인 뇌에 관한 책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뇌 공부를 더 깊게 할 수 있었다. 공부를 하다 보니 내가 뇌졸중만 알았지 정작 뇌를 잘 모른다는 걸 깨달았다. 신경과 의사면서 뇌를 잘 몰랐던 거다. 심리학자들이나 공학자들이 뇌를 더 많이 아네, 이런 생각이 들어 성찰도 됐다.
그렇게 뇌 공부를 하러 연수를 떠났다. 이후 하버드의 심리학 연구실인 visual perceptual learning lab에서 시지각학습을 연구했다. 다양한 학자들이 모여 fMRI로 시지각학습 연구를 진행하는 곳이었다. 연수할 곳을 정할 때 일부러 의사도 없고 나도 그 분야를 잘 모르고, 그들도 나를 잘 모르는 lab을 선택했다. 중년의 교수 신분이지만 다시 postdoc의 삶을 선택한 것이다. 그 곳에서 진행한 시지각학습 훈련에서 게임과 뇌의 관계에 주목했다.
* fMRI(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 혈류와 관련된 변화를 감지해 뇌 활동을 측정하는 기술. 쉽게 말해 뇌의 어느 부위가 활동하여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지 관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