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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7.20 The Originality

    Language AI Lab Executive Director, 이연수

    게임을 만든다는 건 전에 없던 세상을 창조하는 일입니다. 화면 속 멋지고 화려한 세계의 이면에는 뼈대부터 하나하나 만들어 가는 고된 작업이 있습니다.

    과정은 쉽지 않지만, 우리는 ‘즐거움’의 가치에 확신이 있습니다. 서로 다른 전문가들이 모여 새로운 즐거움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상상합니다. 이런 즐거움을 향한 고집이 퀄리티를 결정합니다.

    우리는 퀄리티를 타협하지 않습니다. 엔씨 퀄리티의 시작 < The Originality >

    어려운 길이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사람과 AI의 즐거운 대화가 목표였다. 대화는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AI와 즐겁게 대화하면서 지식이 전달되고 서로를 이해하고 재미를 찾는 걸 꿈꾼다.

    Language AI Lab Executive Director, 이연수

    Language AI Computing Engineering

    언어 AI에 관련된 연구의 기획부터 개발, 운영까지 총괄한다. 우리 실의 연구 분야는 자연어 이해, 자연어 생성, 대화 기술, 기계 번역과 검색 기술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이 기술들을 적용한 서비스를 개발한다. 2018년 야구 정보 앱 페이지(PAIGE) (링크)를 론칭했고, 연합 뉴스와 협력해 연구 개발한 AI 날씨 기사(링크)를 올해부터 선보이고 있다. 그 외에도 게임 운영을 위해 오피니언 마이닝, 해시태그 자동 생성, 스팸 필터링 기술도 연구하고 서비스한다.

    어제 어땠어?

    우리 NLP(자연어 처리) 기술의 콘셉트는 “어제 어땠어?”라는 말로부터 시작됐다. 예를 들어 NC 다이노스의 팬인 친구 둘이서 평소에 야구 이야기를 자주 했다고 치자. 그럼 한 친구가 “어제 어떻게 됐어?”라고 질문하면 다른 친구는 경기 결과를 대답할 것이다. 진짜 팬끼리 대화했을 때의 재미를 AI와의 대화에서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처럼 우리가 꿈꾸는 AI는 나의 상황, 관심사 등 나의 모든 것을 잘 알고 있다가 필요할 때 대화로 전달해 주는 것이다. 혼잣말로 짜증을 내도 거기에 적절한 응답을 하고, 내가 궁금한 걸 바로 이야기해 주는 AI 말이다.

    나와 똑같이 말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언어 AI를 연구하는 사람에게는 특별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언어 AI 개발에 도전하는 것은 마치 망망대해를 가는 것과 같다. 정말 다양한 데이터를 다루게 될 것이고, 언어는 엄청나게 생산성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구상에 나와 똑같이 말하는 사람은 없다. 연구자들은 이 수많은 언어 데이터를 적절한 범주로 나누고 분석의 틀을 만들면서 ‘자연스러운 대화’라는 정의되지 않은 어떤 지점을 찾아가야 한다. ‘사람의 감정이 어떻게 범주화될 수 있어? 그런 건 인간을 기계로 보는 거야.’라고 생각하면 처음부터 힘들어진다.

    어렵지만 한 걸음씩 바른 방법으로 가는 중이다. 초기에는 한국어 자연어 처리를 위한 데이터가 많지 않았다. 우리는 한국어 데이터를 구축하는 것부터 시작하였다. 지금도 산학협력이나 연합 뉴스와 MOU를 맺는 등 질 좋은 데이터를 얻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한다. 또한, 우리 실은 컴퓨터공학이나 AI 전공자뿐만 아니라 언어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서로의 영역을 공부하면서 시너지를 내고 있다.

    AI와의 즐거운 대화

    어려운 길이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사람과 AI의 즐거운 대화가 목표였다. 대화는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AI와 즐겁게 대화하면서 지식이 전달되고 서로를 이해하며 재미를 찾게 되길 꿈꾼다.

    끝이라고 생각했을 때가 시작이다

    “이거 기계가 쓴 글 맞아?”

    사용자들에게 ‘이걸 쓰니까 정말 좋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페이지(PAIGE)에서 AI가 쓴 리뷰에 ‘이게 기계가 쓴 글이 맞냐?’는 반응을 봤을 때 정말 뿌듯했다.

    하지만 기술이 연구 단계에서 벗어나 대중을 상대로 하는 서비스까지 간다는 건 난관의 연속이다. 현실에 적용하다 보면 희소한 케이스가 아주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상용화라는 건 이런 희소하게 발생하는 케이스에도 다 대응할 수 있어야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연합뉴스 날씨 기사의 경우, 1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폭우나 폭염은 기계가 학습할 데이터가 많지 않다. 페이지(PAIGE)에선 기계가 처음 듣는 이야기를 인간이 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AI가 묵묵부답 이어서는 안되지 않나. 거기에 대응할 수 있는 적절한 수준의 답을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논문이나 특허를 내는 것에 그친다면 이러한 문제점을 발견하기 어렵다. 현실 데이터에 직면하여 발생하는 어려움이 새로운 연구 주제가 될 수도 있고, 연구가 발전하는 방향이 될 수도 있다. 또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어디서 AI가 필요한지 알게 된다. 상용화를 하지 않으면 그저 연구실에만 존재하는 기술로 남을 뿐이다.

    인간을 도와주는 AI

    연합 뉴스와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때 다들 “우리 직업 없어지는 거 아녜요?”라고 하더라. AI기술의 등장으로 일자리를 잃게 될 거라고 염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AI 기술은 인간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을 도와주는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의사가 X-ray 사진 100장을 봐야 분석, 진단 할 수 있었다면 AI를 통해 50개로 걸러주는 것이다. 이때 노동력을 반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 사람이 90% 정도의 품질을 만들어낸 후 기계가 도와줘서 100%에 가까운 품질이 나올 수도 있다. 사람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다.

    또한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고 기본권을 위협하는 환경과 일들은 아직도 주변에 비일비재하다. 이런 일을 AI가 할 수 있다고 본다.

    끝이라고 생각했을 때가 시작이다

    페이지(PAIGE) 앱은 우리가 연구하는 기술의 총체로도 볼 수 있다. 대화 기술에 들어가는 서로 다른 딥러닝 엔진만 30개가 넘는다. 하지만, 이게 AI 대화의 완성된 모습은 절대 아니기에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가는 중이다.

    초기 버전은 정말 공대생들이 만든 말도 안되는 시스템이었다. “좋은 AI와의 대화”라는 개념도 없을뿐더러, 그런 경험을 가진 사람조차 없었기에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시행착오가 많았다. 론칭 후 사용자들이 활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변화를 거쳤다. 초기에 질문과 답변만 할 수 있었던 대화는 쓰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전문 기획자들이 붙어 대화 안에 콘텐츠를 녹이고, 사용자의 니즈에 대응하면서 대화의 사용자가 늘었다.

    완전히 새로운 기술도 완전히 완성된 기술도 없다

    새로운 서비스에 NLP 기술을 도입하고자 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그동안 축적되어온 연구 결과와 데이터들이다. 연구자들은 두 가지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내가 한 게 최고다.’라고 생각하는 것, 그리고 현실성 없는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이 오류에 빠지지 않으려면 이 기술은 어디까지 연구되고 있고, 어느 정도가 성능의 한계점인지 알아야 한다.

    우리 실원들은 바쁜 와중에도 세미나를 하면서 최신 연구 동향을 좇으며 함께 공부한다. 기존의 많은 연구자들의 연구 방법론과 결과뿐 아니라 시작점을 항상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기술 개발이 완성되었다고 생각할 때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 오류를 분석하면서 기술의 한계를 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따라올 수 없는 차별화된 기술을 만들 수 있을까. 여기서부터 진짜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다.

    깨닫고, 성장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

    내 모든 걸 소진했다고 느꼈는데, 돌아보니 내 것이 없었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SI회사에 입사해 개발자로 4년간 일했다. 그때는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일주일 내내 일하고 딱 일요일 오후만 쉬었다. 정말 죽도록 일하는 게 이런 건가 싶었다. 그렇게 내 모든 걸 소진했다고 느꼈는데, 돌아보니 내 것이 남는 게 없더라. 물론 지금은 다르게 생각하지만 그때는 그랬다. 그래서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연구실에 들어갔을 때만해도 인공지능이나 자연어 처리는 유망한 분야가 아니었다. 큰 포부보단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재미있는 무언가를 해보고 싶었다.

    상상력을 구현하는 곳, NC

    NLP기술은 아직 완성된 기술이 아니라, 계속 연구해 가야 하고 성장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계속 발전시키고 성공하려면 이런 속성을 회사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게임은 계속 진화한다. 언제든 새로운 걸 창조할 수 있고, 그 상상력에는 제약이 없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게임 속에서 대화를 나눈다. 이 모든 게 데이터로 남으니 AI가 적용되기에 적합한 환경이었다. 또한 사장님을 비롯해 동료 연구자들은 NLP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었고 이 기술에 진지했다. 엔씨는 처음부터 흥미로운 곳이었다.

    처음 팀장을 맡았을 땐 시행착오가 많았다

    차별화된 기술을 만들기 위해선 과학적인 판단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누구보다 냉철해야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대학원에서처럼 냉정하게 평가받는 게 당연한 줄 알았다. 부족한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해서든 끌어올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방법이 아니었다. 지적을 받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누구도 말을 제대로 못한다. 격려를 하거나, 선례를 보여주고,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주는 게 필요했다. 그랬더니 알아서 좋은 이야기들이 나왔다. 일은 개개인의 능력이 좋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집단의 지성이 모여야 좋은 게 나온다는 걸 늦게 깨달았다..

    재미있게 하자, 그냥

    이제 우리 실이 제일 잘하는 건 단연 협업이다. 자연어 처리의 특성상 하나의 서비스를 완성하기 위해선 기술이 수평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업무 지시로 시키지 않아도 필요한 사람들이 어느새 모여서 회의하고 만들어낸다. 평소에도 이야기를 많이 하고, 누가 무슨 이야기를 하든 서로 받아줄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어서 그렇다.

    기술을 만들고 못 쓸 때도 많다. 그런 과정을 겪다 보면 실원들은 지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이렇게 모여서 함께 이야기하고, 꿈꾸고, 같이 만들어 가는 과정을 즐기자고 말하고 싶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걸 해치는 주범이 내가 될 수도 있고. 하지만 정말 잘해 나가고 있는 실원들을 보면 대견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세상을 즐겁게 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씩

    과정은 쉽지 않지만 가는 길이 즐겁다면

    일을 왜 하냐고 물으면 단순하다. 이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이 하고 싶다. 이 기술을 어떻게 만들고, 어디에 활용할지 상상하면 일이 너무 재미있어지고 힘이 난다.

    물론 어려운 일도 항상 있다. 크든 작든 부딪히면 다 같은 크기로 어렵다. 그러면 ‘어려운 일이 또 왔구나. 내가 언제 안 어려웠던 적이 있었나?’라고 되뇐다. 그리고 ‘답은 찾아질 거야’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일을 하면서 어느 날 갑자기 나가야 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또는 지쳐서 일을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뭐 성향이 낙천적인 것도 있지만, 항상 그랬던 것처럼 ‘또 다시 재미있는 일을 찾을 수 있을 거야.’라고 털고 넘어갈 것이다.

    인간다운 대화는 NLP의 꿈이기에

    아직 “AI와 대화 잘했다”라고 칭찬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사람들은 이미 영화 속에서 수준 높은 AI와의 대화를 봤기에 만족시키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게 NLP의 꿈이기에 우리는 계속한다. 올해는 이 정도 까지의 대화 경험을 사용자에게 제공했다면, 내년에는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계속해 나갈 것이다.

    * 본 인터뷰에서 언급되는 내용은 인터뷰 당사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NCSOFT의 공식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