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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1.02 ART LAB

    빛으로 조각하는 인상 표현

    빛으로 분위기를 연출하는 ‘라이팅’ 기법은 전통 회화부터 영상 연출, 비주얼 아트에 이르는 분야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생동감이 필수적인 캐릭터 일러스트에서는 빛의 흐름과 빛이 반사하는 피사체의 컬러, 조명의 위치가 그림의 분위기를 결정합니다.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3D 물리 엔진은 빛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해줍니다. 특히 3D 스컬핑 툴을 활용한 조형을 적절히 사용하면 2D 컨셉 아트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세계관과 캐릭터를 더 생동감 있게 구현할 수 있습니다.

     

    이번 Art Lab에서는 3D 툴을 활용하여 2D 컨셉 아트를 제작한 사례를 살펴봅니다. 엔씨에서 18년간 〈리니지2〉 캐릭터 디자인을 담당해온 김강산 님은 보다 폭넓게 3D 툴을 활용하는 방법을 공부해왔습니다. 사내 임직원을 대상으로 연구 내용을 강연하기도 했는데요. 이 강연 내용을 Art Lab에서 공개합니다. 〈리니지2〉 일러스트에 실제로 적용하고 빛을 활용하여 캐릭터를 표현하는 등 다양하게 시도하며 쌓은 아트 노하우를 자세히 다룹니다.

    *빛의 흐름: 빛과 그림자의 경계 라인을 중심으로, 피사체의 표면에 따라 날카롭게 표현하거나 부드럽게 풀어주는 ‘명암의 모양’을 뜻한다.


    ‘복셀 스컬핑’과 ‘라이팅’ 기법

    3D를 처음 시작할 때 중요한 점은 목적에 맞는 툴과 기능을 선택하여 공부하는 것이다. 2D 캐릭터 아티스트로서 전문적인 3D 작업보다는 2D 일러스트에 사용할 간단한 에셋을 제작하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3D 툴에서도 그림을 그리는 듯이 직관적인 툴이 필요했다. 우선 유명 컨셉 아티스트들이 많이 활용하는 3D 스컬핑 소프트웨어 ‘3Dcoat’와 3D의 다양한 기능이 통합된 3D 제작 소프트웨어 ’Blender‘를 선택했다.

    *3D coat: 복셀 스컬핑 분야의 대표적 3D 그래픽 소프트웨어

    *Blender: 접근성과 범용성이 좋은 3D 그래픽 소프트웨어

    이후 두 프로그램을 적절히 활용하여 3D 에셋을 제작하기 편리한 ‘복셀 스컬핑’ 기능으로 3D 작업을 진행했다. 복셀 스컬핑은 후술할 3D를 활용한 2D 일러스트 예시에 공통적으로 쓰였다. 복셀 스컬핑의 개념을 설명하기 전에, 널리 쓰이는 3D 모델링 방식인 '서페이스'를 언급하고자 한다.

    1. 서페이스와 복셀 스컬핑

    조각 기법을 뜻하는 ‘스컬핑’은 형태를 만드는 것이고, ‘서페이스’는 표면을 움직여 형태를 만드는 스컬핑을 뜻한다. 서페이스 모델링에서는 면을 늘릴 때 밀도가 추가로 생기지 않는다. 그렇기에 밀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추가되는 메쉬를 관리해야 하므로 2D 컨셉 아트에 활용하기에는 직관성이 다소 떨어진다.

    *메쉬: 점과 선이 이어져 만들어진 3차원 면

    복셀 스컬핑’에서 ‘복셀’은 Volumetric Pixel의 줄임말이다. ‘부피가 있는 픽셀’ 혹은 ‘3차원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픽셀 데이터’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래서 해상도에 관한 개념이 적용되고, 모델링이 디테일해질수록 픽셀 데이터, 즉 해상도가 늘어나 용량이 무거워진다.

     

    복셀 스컬핑에서는 도형을 생성하고 자르고 늘리는 등 형태를 변형할 때마다 알아서 복셀이 채워진다. 이 때문에 표면, 즉 서페이스를 관리하는 수고가 필요하지 않다. 결과적으로 3D 제작 공정을 간소화하여 스컬핑에 직관성을 더해준다.

     

    서페이스와 복셀 스컬핑은 각자 장단점이 있으므로 두 가지를 유연하게 사용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인체 모델링의 메쉬를 변형할 때는 서페이스 상태에서 하는 것을 추천한다. 서페이스에서는 메쉬를 늘리고 줄여도 면을 재생성하지 않아 퀄리티가 유지되는 반면, 복셀에서는 메쉬를 변형할 때마다 재구성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수정이 많아지면 표면이 찌그러져 원본의 디테일이 손상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2. 라이팅

    3D를 활용한 2D 일러스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빛을 이용하는 ‘라이팅’ 기법이다. 라이팅 기법을 활용하면 빛의 강도에 따라 캐릭터의 인상을 다르게 표현하거나, 컬러를 담아 캐릭터 컨셉이나 그림 전체의 분위기를 결정할 수 있다. 최근에는 3D 엔진에서 빛에 관한 보다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사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복셀 스컬핑과 라이팅을 활용한 2D 일러스트 제작 과정

    복셀 스컬핑과 함께 라이팅을 적절히 활용하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더욱 효율적이고 퀄리티 높게 그려낼 수 있다. 백지부터 구상해야 했던 내용을 3D 에셋으로 제작해 컨셉을 구현하고 연출하는 데 더욱 시간을 쏟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래 예시는 앞서 언급한 기능으로 제작한 '〈리니지2〉 18주년 이벤트 일러스트' 3D 프로세스다.

    1. 리니지2 18주년 이벤트 일러스트

     3D 에셋에서는 그림의 구성에 따라 필요한 부분만 골라 효율적으로 제작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리니지2〉 18주년 일러스트의 경우 캐릭터가 이미 디자인되어 있으므로, 효율적인 작업을 위해 배경의 주요 오브젝트인 아덴성과 드워프의 무기만을 3D로 구현하기로 했다.

     

    아래 그림을 오른쪽으로 넘기면 일러스트 제작 과정을 대략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우선 3D 에셋을 제작하고, 일러스트 구도를 고려해 아덴성의 3D 에셋들을 조화롭게 조합하는 '레벨링'을 거쳤다. 이후 Blender에서 아덴성과 드워프의 해머에 적당한 텍스처를 적용하고 자연스러운 라이팅 작업을 통해 전반적 배경에 사실적 분위기를 연출했다.

    라이팅에는 의도적으로 비주얼 스토리텔링을 담았다. 아덴성 위쪽으로 쏟아지는 빛이 렌즈 플레어를 통해 엘프의 손으로 이어지고, 모험을 권하는 엘프의 얼굴에 시선이 머물도록 했다.

     

    여기서 포컬 라인의 포인트는 엘프의 얼굴이지만 아덴성도 비중 있게 드러내고자 했다. 그래서 태양의 실제 위치를 고려하면 역광으로 성 전체가 어둡게 보이지만, 빛 방향을 태양의 위치와 조금 다르게 연출했다. 같은 이유 때문에 대기 이펙트를 높여 성의 거리감이 느껴지도록 했지만 퀄리티와 선명도는 많이 낮추지 않았다.

    *렌즈 플레어: 렌즈가 빛을 모으거나 분산하는 과정에서 빛이 산란하고 반사하여 여러 개의 둥근 광점이 보이는 현상이다.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을 더해주는 특성이 있다.

    *포컬 라인(focal point): 주요 초점, 즉 가장 인상적인 라인이 만나는 관심의 중심점

    리니지2 18주년 일러스트

    2. 리니지2 '천상의 망토' 로그인 페이지 일러스트

    다음은 캐릭터 중심 일러스트에서 무기와 방어구를 3D로 스컬핑한 사례다. 프로젝트에 자주 등장하는 아덴성이나 무기 등의 랜드마크나 오브젝트를 3D 에셋으로 제작하면 다른 일러스트에도 활용할 수 있으므로 디테일하게 작업해두면 좋다.

    캐릭터 스컬핑과 라이팅 심화기술

    3D 툴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기본 모델링을 활용하면 캐릭터 스컬핑을 어렵지 않게 작업할 수 있다. 아래 예시에서는 기본 인체 모델링을 바탕으로 원하는 캐릭터를 표현하고 일러스트를 완성하는 과정을 담았다. 이와 함께 컬러감을 더한 라이팅 기법으로 캐릭터의 컨셉을 연출하는 방법을 심도 있게 풀어냈다.

    1-1. DAZ 3D를 이용한 기본 인체 모델링과 포즈 구현

    아래 예시는 다양한 무료 3D 모델링을 사용할 수 있는 'DAZ 3D' 프로그램을 활용한 작업이다. 우선 복셀 스컬핑으로 기본 인체 모델링을 활용하여 원하는 캐릭터의 외관을 구현했다. 캐릭터 컨셉을 ‘사이버펑크 전사'로 정하고, 어울리는 전투 태세 포즈를 잡았다.

    *DAZ 3D: DAZ Production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캐릭터 전문 3D 프로그램. 인체, 무기, 의상, 건물 등 다양한 에셋을 활용할 수 있다.

    DAZ 3D를 이용한 캐릭터 활용

    2D 일러스트를 위한 3D 모델링에서는 게임에 쓰는 3D 데이터처럼 모든 면을 정돈할 필요가 없다. 그렇기에 디테일보다는 위 예시처럼 보이는 각도의 조형미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보이지 않는 부분의 불필요한 공정을 최소화하고, 중요한 부분에 시간과 정성을 투입하여 3D 모델링에 사용하는 시간이 드로잉하는 시간에 비해 길지 않도록 효율적으로 작업해야 한다.

    1-2. 복셀 스컬핑과 KitBash 에셋을 응용한 컨셉 연출

    DAZ 3D에서 포즈 작업을 마친 모델링을 3Dcoat로 불러들여, 다소 밋밋한 캐릭터에 컨셉을 더해주는 스컬핑 작업을 진행했다. 사이버펑크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KitBash 에셋을 응용해 인체에 기계 모델링을 심었다. KitBash를 활용하면 기계 부품 대신 뼈를 심어 그로테스크한 느낌도 연출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 인간이 아닌 이종 컨셉에 활용하기 유용하다.

    *KitBash: 프라모델 키트처럼 조합하기 좋게 부품 모델링을 활용하는 방식

    KitBash를 활용한 캐릭터 컨셉 연출

    1-3. 컬러로 구현하는 장르, 라이팅 작업

    마지막 라이팅 작업에서는 사이버펑크 장르에 자주 쓰이는 네온 컬러의 빛으로 컨셉을 표현했다. 컬러만 보고도 장르를 예상할 수 있도록 장르의 주요 컬러를 사용하는 것도 효과적인 라이팅 방법 중 하나다.

    2-1. Mixamo를 활용한 군중 전투 장면

    다음은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쉽게 구현할 수 있는 Mixamo 사이트에서 간단한 군중 전투 장면을 표현한 예시다. Mixamo에서는 원하는 캐릭터를 골라 직접 만든 캐릭터에 애니메이션을 매칭할 수 있다. 이렇게 작업한 모델링을 obj 확장자 파일로 저장하고 Blender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mixamo: Adobe에서 지원하는 무료 리깅 및 애니메이션 사이트

    Mixamo를 이용한 군중 신 구현

    2-2. 주인공 캐릭터 망토 스컬핑 과정

    이렇게 구현한 장면을 바탕으로, 여러 몬스터와 인간 군대가 결전을 벌이는 일러스트를 구상했다. 우선 보스 몬스터에 대적하는 주인공 캐릭터를 제작했다. 앞서 진행한 기사 모델링을 기반으로 작업하고, 주인공으로 보이도록 망토를 추가했다. Blender의 천 시뮬레이션 기능을 사용해 어깨 양쪽에 핀을 꽂고 천 시뮬레이션을 테스트하면서 망토 형태를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주인공 캐릭터 망토 스컬핑

    2-3. 언데드 몬스터 서페이스 스컬핑 과정

    다음으로 기사와 대립하는 몬스터를 만들기 위해 기존에 제작한 언데드 몬스터 3D 모델링을 추가로 작업했다. Blender의 스컬핑 룸에서 서페이스 스컬핑으로 모델링의 외형을 약간 변화시켜 일러스트에 등장할 덩치 큰 보스 몬스터와 언데드 크리처들을 제작했다.

    언데드 몬스터 서페이스 스컬핑 과정 1

    언데드 몬스터 서페이스 스컬핑 과정 2

    2-4. 일러스트 시안 구상과 레벨링 과정

    이렇게 준비한 에셋들을 Blender에서 적당히 배치해 시안을 구상했다. 왼쪽 시안은 성문의 프레임을 중심으로 한 구도가 매력적이었으나 일러스트에서 캐릭터가 돋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되었다. 이에 구도로 캐릭터를 강조하기에 좋은 오른쪽 시안으로 레벨링을 진행했다.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일러스트에서 매우 중요한 것은 캐릭터 간의 배치에서 느껴지는 적절한 균형감이다. 이를 위해서는 캐릭터를 이리저리 옮기며 가장 자연스러운 구도를 찾는 세심한 레벨링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래 예시는 레벨링을 자세히 담은 영상이다. 일러스트에서 표현할 구도를 Blender의 왼쪽 화면에 고정해 결과값을 확인하고, 오른쪽 화면에서 캐릭터를 레벨링했다.

    레벨링 과정

    이렇게 완성한 3D 렌더링 이미지를 기반으로 포토샵에서 페인트 오버까지 진행하여 최종 일러스트를 완성했다. 페인트 오버 과정에서 일러스트의 중심인 주요 캐릭터의 무기가 빛나도록 표현하고 각반에 금장을 추가하는 등 방어구들의 디자인을 공들여 수정했다. 또한 어깨와 다리 자세를 낮추어 긴장감을 더해 포즈의 디테일을 살렸다.

    2-5. 빛과 구도에 담긴 서사의 흐름

    일러스트 작업에서는 구도나 라이팅을 통해 독자에게 그림의 서사를 전달할 수 있다. 사람의 시선은 대부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향하므로, 오른쪽에 공격해 오는 주요 적들을 배치하고, 왼쪽에는 독자가 감정이입할 수 있는 주인공이 적들과 맞서는 구도로 설정했다. 또한 x 축을 기점으로 먼 곳에 아군의 성을 배치하고, 가까운 곳은 적들이 나오는 공간으로 설정했다. 요약하면 오른쪽과 하단은 적들의 공간, 왼쪽과 상단은 아군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쓰러진 병사들과 아군을 포위하고 거리를 좁혀 오는 적을 배치하여, 전투가 시작된 시점이 꽤 지났음을 보여주고자 했다. 적진 방향에서 등장한 영웅과 어두운 안개를 뚫고 비추는 달빛은 상황이 역전됨을 암시한다. 빛은 왼쪽 상단에서 출발해 오른쪽 하단 영웅의 검에 도착한다. 영웅의 시선은 거대한 언데드를 향하면서도 왼쪽 맞은편의 성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지점을 보고 있다. 위에서 대각선으로 내려온 승리의 기운이 영웅을 통해 수평의 저편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이후 영웅 캐릭터로 인해 아군이 승리하는 상황이 진행되리라는 것을 예감하도록 했다.

     

    이처럼 구도와 빛을 이용한 연출은 그림에 입체감을 부여하고, 보는 이에게 풍부한 내러티브를 전달한다.

    하단의 쓰러져 있는 기사들도 좌우 대조를 이룬다. 왼쪽 A는 빛 반사가 나타나고 상대적으로 선명하여 살아날 여지가 있어 보이지만, 오른쪽 B는 빛 반사가 전혀 없이 톤이 건조하며, 살아날 가망이 보이지 않아 분위기가 절망적이다. 오브젝트의 성격이 같지만, 의도에 따라 좌우의 터치를 다르게 했다.

    새로운 시도를 통해 발전하는 아트 역량

    3D 아트를 2D 컨셉 아트에 접목하는 방법은 본디 배경 아트에서 널리 사용되었다. 2D 캐릭터 아트는 조금 다른 접근이 필요했지만, 3D툴을 활용하여 결과물의 퀄리티를 높일 뿐만 아니라 작업 프로세스도 효율화할 수 있었다. 작업 시간을 아낀 덕분에 캐릭터의 인상을 표현하는 데 집중할 수 있었고, 라이팅과 카메라 기법, 연출 등을 더 깊이 공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회사에서 본인의 역할을 다하며 역량 개발을 병행하긴 쉽지 않다. 그래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우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랐다. 나의 사례가 본인의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시도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나아가 다양한 시도가 응원받는 문화에서 엔씨의 아트 직군의 역량이 더욱 성장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