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영화가 ‘하나의 종합예술’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한 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선 여러 분야가 긴밀하게 공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Art Lab에서 소개할 다크엘프 시네마틱 영상 또한 리니지W 사업팀과 리니지W 아트팀(리니지W Camp),사운드팀(Sound Center), 아트팀(Visual Center) 네 조직이 촘촘하게 협업하여 제작했습니다.
다크엘프는 리니지에서 새로운 서사를 이끌고 인게임 전투에 변화를 가져다주는 클래스였습니다.
리니지W의 다크엘프는 이러한 전작의 특징을 계승했는데요.
원작의 헤리티지를 시네마틱 영상에 녹여내고자
네 조직이 고민하고 작업한 과정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하겠습니다.
[리니지W] 빛과 그림자 - 다크엘프 시네마틱 트레일러
힘에 집착하다가 타락하여 불멸을 잃은 요정, ‘다크엘프’는 숲을 떠나
라스타바드에 새로운 제국을 건설한다. 하지만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분열하기 시작한 이들은 단테스를 새로운 왕으로 추대한다.
거대한 야망과 권력에 눈이 멀어 마족의 계략에 넘어간 단테스는 이계의 지배자 기르타스를 소환한다. 블루디카와 붉은 기사단이 간신히 막아 기르타스가 완전히 소환되는 것은 막았지만 이 전쟁으로 수많은 다크엘프가 희생되고 라스타바드는 몰락하고 만다.
이후 다크엘프들은 침묵의 동굴에 남아 선대의 죄악을 씻고 라스타바드를 수복하기 위해 힘쓰며 영역을 넓혀간다. 150년이 걸린 일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공간을 누군가가 습격해 또다시 많은 다크엘프가 희생된다. 고민 끝에 다크엘프들은 다시 세상에 나가기로 결심한다.
그들에게 다가온 위협을 옛 동맹에 알리고
침입자와 그들과 결탁한 배신자들에 맞서 싸우기 위해.
다크엘프, 헤리티지의 헤리티지
오리지널의 ‘근본’을 재현하다
다크엘프는 PC 리니지에서부터 기존 클래스 간의 상성이 고착될 즈음 전투의 판도를 바꾸고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내는 캐릭터로 등장했다. 리니지W도 지난 4월 첫 공성전 이후 다크엘프 캐릭터를 업데이트하여 새로운 서사가 만들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리니지W 사업팀에서는 ‘오리지널의 헤리티지를 잇다’, ‘빛과 그림자’, ‘과거와 현재, 생과 사의 대비’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다크엘프를 풀어냈다. 그중에서도 전작의 감성과 서사, 즉 헤리티지를 계승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시네마틱 영상 시점 또한 지난 4월의 첫 번째 공성전 이후이다. 그러므로 영상 곳곳에서 바리케이드와 무너진 수호탑 등 공성전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다크엘프는 공성전에서 패배하여 무력해진 군주에게 필요한 구원과도 같은 클래스라고 할 수 있다.
리니지W의 다크엘프는 “찬란했던 영광은 잃었지만 일족을 부흥시키기 위해 일어선다”라는 서사를 바탕으로 백발, 검은 의상에 붉은색 머플러, 어두운 피부 등 원작 다크엘프의 특징적인 부분을 계승하고 짙은 다크서클과 얼굴의 상처, 슬림한 체형을 부여하여 고독하고 어두운 이미지를 한층 끌어올렸다.
전작의 영상을 오마주하다
시네마틱 영상에서는 PC 리니지의 시네마틱 영상, The Cross Rancor : 하늘과 땅의 설정과 클라이맥스 장면을 오마주했다. PC 리니지의 다크엘프에서 강조한 ‘빛과 그림자‘, ‘생과 사‘를 옮겨 온 것으로, 교차되는 전투 장면을 통해 ‘생과 사‘의 대비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영상에 사용된 핵심 단어들을 가져와 가사에 활용했다. 클라이맥스에서도 ‘빛과 그림자’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자 천장의 스테인드글라스를 깨고 처음 등장하는 다크엘프를 역광으로 처리했다.
다크엘프만의 특징을 살리는 섬세한 비주얼라이징
시네마틱 영상은 짧은 러닝타임 안에 스토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Visual Center 산하 Visual Tech실은 이번 다크엘프 영상을 더욱 감각적으로 연출하기 위해 마블러스 디자인, 언리얼 엔진 리얼타임 등 새로운 비주얼 기술과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전반부의 음울한 영상 분위기를 클라이맥스에 이르러 효과적으로 반전시키기 위해 사운드팀과도 긴밀하게 협업하며 비주얼 작업을 진행했다.
새로운 시도를 위한 프리프로덕션
공성전 전후로 교차되는 전투 장면부터 다크엘프가 등장하는 클라이맥스까지 영상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프리프로덕션 단계부터 여러 작업자가 많은 의견을 나누었다. 일반적으로 영상을 제작할 때는 스토리보드를 여러 개의 패널로 그리는데, 이번 영상의 공성 부분 스토리보드는 공성 전과 후로 나누어 2장의 긴 그림으로 제작했다. 한 공간에서 횡으로 진행되는 만큼 길게 그린 스토리보드를 세트장으로 보고 캐릭터의 동선과 오브젝트를 계산하여 배치했다. 이를 바탕으로 장면마다 세분화하여 교차편집하면서 컷과 컷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조율했다.
비주얼의 핵심, 라이팅과 애니메이팅
원래 초기에는 ‘생과 사’를 효과적으로 대비하고 혼란과 처참함을 보여주기 위해 공성전 전후의 배경을 각각 다른 형태로 구성했다. 이후 리니지W 사업팀과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에서 공성전 전후의 상황이 더 직관적으로 보이도록 동일한 배경에서 상황만 바꾸는 형태로 수정했다.
이렇게 교차되는 두 장면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두 개의 레벨과 각각의 라이팅이 필요했다. 카메라가 횡으로 이동하며 교차하는 순간 오브젝트들이 서로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도록 했으며, 색감과 환경도 대비되도록 조명을 세팅했다. 또한 영상의 주요한 분위기인 좌절감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가로축을 따라 천천히 카메라가 이동할 때 라이팅을 어둡게 세팅하고, 노래하는 병사 장면에는 서늘한 분위기를 연출해 장면이 자연스럽게 전환되도록 이끌었다.
영상 제작 초기부터 VIsual Tech실 내 각 파트의 작업자들이 함께 아이디어를 논의하는데, 이때 직접 연기한 애니메틱을 제작하기도 한다. 물론 직접 연기하기 어려운 부분은 영화 장면이나 피규어를 활용하기도 한다. 프리프로덕션 당시 공성전 과정에서 공격받아 쓰러지는 병사와 시체가 된 병사를 매칭시켜보자는 애니메이터의 아이디어를 애니메틱 과정을 통해 영상에 적용해보았고, 덕분에 최대한 자연스러운 컷 전환 장면을 만들 수 있었다.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텍스처
텍스처를 표현할 때도 공성전에 패한 캐릭터의 좌절감에 포인트를 두었다. 피땀이 흐르는 병사의 피부, 다크엘프 얼굴의 상흔, 병사의 낡은 갑옷 등을 곳곳에서 볼 수 있는데, 이들 텍스처의 밀도를 강조해 전장의 참혹한 분위기를 극대화했다. 실제나 영화 속 이미지들을 수집하고 Substance3D*에서 베이스 텍스처를 기반으로 마스크, 필터 등의 기능들을 활용하여 임의의 피부 영역을 정한 후 무작위로 색상을 추가하고, 디테일한 부분은 그라데이션 컬러로 부드럽게 변화시켜 풍부한 색감을 표현했다. 피의 질감도 실제처럼 구현하기 위해 언리얼 엔진의 최신 머티리얼*을 활용해 두께감과 명도를 단계적으로 표현한 결과 생생한 현실감을 얻을 수 있었다.
*Substance3D: 3D 디자인 소프트웨어
*머티리얼(Material): 오브젝트에 적용할 수 있는 페인트
클라이맥스를 위한 효과적인 비주얼 이펙트 구현
전체 영상에서 주인공인 다크엘프가 등장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하지만 극적인 비주얼로 강한 인상을 주고자 노력했다. 앞부분에 등장하는 병사들의 처절한 감정선과 대비되도록 다크엘프의 표정 처리에도 신경 써서 감정선이 잘 드러나지 않게 했다. 천장을 깨며 등장하는 신은 과거 리니지 시네마틱 영상을 오마주했는데, 스테인드글라스가 깨지는 순간이 최고의 클라이맥스인 만큼 사실적으로 재현하고자 노력했다.
스테인드글라스가 깨진 단면에는 후디니 Fracture* 기능을 활용했다. 깨진 유리 단면의 UV값*을 정리하고 유리 파편 모양과 텍스처를 적용했다. 다크엘프가 낙하하는 타이밍에 맞춰 깨지는 유리 파편 더미를 생성하고 후디니에서 RBD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마지막으로 언리얼 엔진에서 머터리얼을 적용하여 정상적인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불러들이는지 확인한 후 시퀀서*에서 기존 스테인드글라스 오브젝트를 대체하여 적용했다.
*후디니 Fracture: VFX 전문 프로그램인 후디니에서 단순하고 자연스럽게 물체를 쪼개는 방법
*UV값: 텍스처의 좌표계
*RBD 시뮬레이션: 물체의 운동을 나타내는 다이내믹
*시퀀서(Sequencer): 시네마틱 시퀀스를 실시간으로 미리 보면서 제작하는 언리얼 엔진의 멀티 트랙 에디터
데이터의 효율성을 고려해 큰 유리 조각 위주로 장면을 구성한 다음 작은 파편들을 표현하기 위해 파티클 이미터*를 추가했다. 이러한 작업으로 작은 파편들이 빛을 반사하여 반짝이는 느낌과 빛이 새어 들어오는 느낌을 살릴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그림자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다크엘프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
*이미터(Emitter): 다양한 특수 효과를 내기 위한 언리얼 엔진의 파티클 시스템
시네마틱 영상을 이끄는 사운드
시네마틱 영상의 사운드는 연출에서 큰 축을 담당한다. 작업 초기부터 리니지W 사업팀, Visual Center와 함께 영상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여러 회의를 거치며 OST를 작업했다.
다크엘프를 듣다
병사가 느끼는 절망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비극적인 상황과 대조되는 담담한 멜로디의 발라드로 제작했다. ‘리니지W 세계관 속에 산다면 누구나 알고 있을 법한 구전민요’ 같은 느낌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보통 민요들처럼 쉽고 반복되는 모티프를 활용해 어렵지 않은 멜로디로 제작했다.
또한 중세 발라드라는 콘셉트에 맞춰 선법*을 사용하여 중세 선율의 느낌을 살렸고, 그레고리안 성가* 등을 참고하여 프리 템포*로 노래 분위기를 연출했다.
보컬 역시 허망한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너무 힘이 들어가거나 빠지지 않은 중간 지점을 포인트로 디렉팅했다.
*선법(旋法): 스케일의 각 구성음의 배치 순서를 기반으로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한 조합
*그레고리안 성가(Gregorian chant): 로마 전례 양식에 사용하는 무반주의 종교 음악
*프리 템포: 음악적 느낌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자유롭게 연주하는 것
가사의 경우 과거 리니지 시네마틱 영상에서 사용한 주요 키워드를 활용하여 음악적으로도 오마주가 될 수 있도록 했다. 먼저 한글로 작사한 다음 영어로 번역했는데 이 과정에서 한글 가사와 영어 가사의 뉘앙스가 달라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작업했다.
또한 다크엘프 클래스의 이야기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상징적인 단어들을 사용해 시적인 느낌을 담고자 했다. 어둠 속에서 암약하는 클래스의 특성을 표현하기 위해 어두운 느낌의 단어를 활용했다. 다크엘프의 상징으로 ‘그림자’를 사용했으며, 기도문 형식의 가사로 다크엘프가 등장하는 클라이맥스 장면을 암시했다.
몰입도를 높이는 전환 사운드
리니지W에는 각 클래스별로 진행되는 스토리 콘텐츠가 있다. 이 내러티브를 돕기 위해 클래스별로 다른 테마를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인게임의 다크엘프 테마를 영상 후반부 하이라이트에 활용해 게임과도 연계하고자 했다. 다크엘프의 움직임을 잘 드러내어 더 긴박하고 스피디한 느낌을 주기 위해 음역대를 올려서 제작했다.
디테일을 살린 효과음
횡으로 움직이는 카메라를 따라 공성전이 끝난 이후의 적막감을 보여주는 시점에도 공성전의 비명이 들리도록 하여 전장의 처참함과 죽음의 공포가 느껴지도록 분위기를 연출했다. 비명 소리는 대나무로 만든 소금*과 직접 제작한 데스 휘슬*이라는 악기를 사용하여 만들었다. 음가*가 있는 소리가 아닌 실제 사람의 음성처럼 들리도록 입 모양을 바꿔가며 다양한 방식으로 녹음했고, 피치 시프트* 및 페이저*라는 사운드 효과를 사용해 디자인했다.
*소금(小笒): 가로로 부는 대한민국 전통 목관악기
*데스 휘슬(death whistle): 사람의 비명 소리가 나는 악기
*음가(音價): 발음 기관의 기초적 조건에 의한 단위적 작용에 의하여 생기는 성음 현상
*피치 쉬프트(Pitch Shift): 음높이의 변화
*페이저(Phaser): 소리의 위상을 변조시키는 효과
다크엘프가 등장하는 장면에는 스테인드글라스가 깨지며 발생하는 소리 외에도 구원에 대한 희망을 표현하기 위해 반짝거리는 벨 소리를 더했다.
하나의 종합예술이 탄생하기까지
시네마틱 영상을 효과적으로 연출하려면 여러 구성 요소를 잘 조화해야 한다. 이번 영상은 ‘근본’의 리니지를 중심으로 원작의 헤리티지를 계승하는 동시에 리니지와 리니지W를 하나로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러한 주제를 효과적으로 담기 위해 리니지W 사업팀과 리니지W 아트팀, Visual Center 그리고 Sound Center는 기획 초기부터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영상의 흐름과 움직임, 시각적 구성, 사운드 등이 잘 어우러지도록 노력했다. 이번 영상 제작을 마중물 삼아 NC의 전문화된 조직들의 협업이 더 값진 결과들을 낳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