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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6.04 Creator Crew

    NC FICTION PLAY | 내가 벌인 모험은, 내 운명은 얼마나 내 것이었을까? ‘일은 놀이처럼 놀이는……’ 장강명

    Creator Crew:

    엔씨의 콘텐츠와 자신의 크리에이티브를 연결해 즐거움을 확장시키는 사람들

    엔씨의 < NC FICTION PLAY >에서는 배명훈, 장강명, 김금희, 김초엽, 김중혁, 편혜영, 박상영, 국내 대표 일곱 명의 소설가들이 쓴 즐거움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로 엮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로 독자들은 작가들의 일곱 가지 이야기를 보고, 듣고, 경험하며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어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고 상상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 장강명 작가는 SF에서 르포타주까지, 오타쿠 문화에서 노동 문제까지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이야기꾼입니다. 그를 만나 이번 작품 ‘일은 놀이처럼, 놀이는……’ 속에 나타난 기술의 진보와 사회의 상호 작용 그리고 창작에 대한 고충과 즐거움에 대한 그의 생각을 직접 들어 보겠습니다.

    ∙ NC FICTION PLAY 입장하기 → https://about.ncsoft.com/fictionplay


    즐거운 순간은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능동적으로 찾아 나서야 한다

    이번에 참여한 엔씨의 < NC FICTION PLAY >에서 ‘일은 놀이처럼 놀이는……’이란 작품을 쓰셨다. 어떤 이야기인지 소개해 달라.

    이번 작품은 이른바 ‘예술가 소설’이기도 하고, 가벼운 SF이기도 하다. 또 ‘내가 바라던 것을 내 힘이 아닌 남의 힘으로 쉽게 얻었을 때 그것이 과연 좋은 것일까’를 묻는 일종의 우화이기도 하다. 소설 내용 자체는 나에게는 새롭지 않지만, 그 책을 만드는 주체나 이후의 마케팅 등은 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다. 문학 출판계도 대중음악 업계처럼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은데, 그런 변화의 전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소설가, 논픽션 작가, 방송 진행자 등 많은 활동을 하지만 게임 회사와 협업은 처음일 것 같다. 엔씨의 제안을 받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처음에는 ‘게임 회사가 왜?’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고 지금도 여전히 궁금하다. 엔씨의 제안을 받아들인 첫 번째 이유다. 소설가로 살면서 만나는 사람들의 폭이 좁아졌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래서 언론계 인사나 영상 업계 관계자들과의 교류를 마다하지 않는 편이다. 다른 업계 이야기를 듣는 게 재미도 있고 자극도 된다. 게임 회사와도 부담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일을 해보고 싶었다. 사실 소설이 아니라 게임 세계관을 같이 만들어 보자는 제안은 받았던 적이 있다. 그런 제안을 수락하기엔 내가 게임을 잘 모른다는 생각이 강해서 고사했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소설을 쓰는 것이라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했다.

    두 번째로는 장편 소설 작업을 오래 하면서 약간 지쳐 있었는데, 단편 소설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그런 기분 같은 게 ‘일은 놀이처럼, 놀이는……’에도 반영된 듯하다.

    게임이라는 매체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다지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 편은 아니다. 그러나 ‘게임이 21세기의 새로운 종합 예술이 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품고 있고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영화가 20세기 초반에 나왔을 때 당시의 문학 평론가들이 ‘영화가 과연 예술이 될 수 있는가’를 놓고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논쟁을 하지 않았나.

    지금 게임도 그와 같은 단계라고 생각하고 곧 새로운 인터랙티브 예술이 될 거라고 예상하지만, ‘어떤 식으로 발전할지’, ‘게임의 예술성이란 무엇인지’는 잘 가늠하지 못하겠다. 어떻게 변화될지 무척 궁금하다.

    < NC FICTION PLAY >의 주제가 즐거움이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즐거움은 무엇이며, 이번 소설에 즐거움이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궁금하다.

    요즘 ‘행복’이라든가 ‘즐거움’이라든가 ‘의미’라든가 하는 개념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즐거움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 것 같고, 그중에는 깊고 복잡한 즐거움도 있고, 가볍고 얇은 즐거움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깊고 복잡한 즐거움은 내가 능동적으로 행동하고 나를 자평할 때에만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이는 단순히 ‘아무런 스트레스 없이 쾌감만 있는 상태’가 아니며 어떤 때에는 그 과정에서 역경을 정면으로 겪고 이겨내야 한다. 게임도 적절히 어려운 모드를 치트 키 없이 자기 힘으로 헤쳐 나갈 때 제일 재미있지 않나. ‘일은 놀이처럼, 놀이는……’에서는 그 역경을 제대로 된 방식이 아닌 방식으로 피해 나간 사람이 겪는 혼란을 다뤘다.

    그럼 장강명 작가에게 즐거운 순간은 어떤 순간인가?

    굉장히 많다. 수동적으로 내게 즐거운 순간이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능동적으로 즐거움을 찾아 나서야 한다. 그냥 스쳐갈 수 있는 순간들도 알뜰하게 쥐어짜서 즐거움을 맛보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맥주 한 잔을 마실 때도 예전엔 그냥 벌컥벌컥 마셨다면 이제는 그 맛과 감각을 최대한 음미하려고 한다. 요즘은 부모님이 키우는 강아지가 내 즐거움의 원천이다. 똑같은 길도 강아지와 함께 나서면 매일 보는 하늘 빛도 길가의 나뭇잎도 새롭게 느껴지고 즐겁다.

    작가로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도 마찬가지다. 여러 단계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또 그런 즐거움들을 매 단계마다 느껴보려고 애쓴다. 처음 구상하는 단계는 그 자체로 즐겁고, 이야기가 쭉쭉 나올 때도 즐겁다. 막혀 있다가 묘수를 찾았을 때, 멋진 에피소드를 썼을 때, 마침내 초고를 완성했을 때, 다른 사람들의 호평을 받을 때 즐겁다.

    허구와 진실, 그 경계를 허무는 이야기

    작품 속 주인공의 이름이 ‘장강명’인 것도 그렇고, 현실과 소설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듯한 도입부가 흥미롭다. 본인의 경험에서 영감을 얻었는가?

    실제로 이 소설을 청탁 받았을 때 장편 소설의 원고가 풀리지 않는 상황이었다. ‘어디 영감이 퐁퐁 샘솟고 글이 술술 써지게 하는 기계 없나? 그런데 정말 그런 기계가 있으면 과연 좋기만 할까?’ 이런 생각을 단편 소설로 풀어 보았다. 결말을 어떻게 지을지 생각하지 않고 쓰기 시작했는데 약간 기괴한 분위기로 흘러서 마음에 든다. 독자들이 어떻게 읽을지 굉장히 궁금하다.

    작가님 본인도 작중 인물처럼 슬럼프를 겪었다고 말했다. 어떤 방법으로 극복했는가?

    나도 어떻게 극복하는지 정말 알고 싶다. 그리고 다른 작가들의 대답이 무엇인지도 너무 궁금하다. 2-3년전까지만 해도 “그냥 꾸준히 쓰면 된다.”, “꿋꿋하게 써 나갈 뿐이다.”라고 했는데 슬럼프를 한번 크게 겪어 보니 그게 잘 안 되더라.

    산책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술도 마셔 보고 악기도 배워 보고, 제주도로 한 달 동안 여행을 떠나 보고……. 그러다 보니 슬럼프가 지나가긴 했는데 무엇을 해서 지나갔는지는 잘 모르겠다. 슬럼프 해결에 도움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자체로는 다 좋은 일들이었다. 결국에는 시간이 약이었던 것 같다.

    작품에서 ‘넘어가자’란 표현이 총 몇 번 나오는지 세어 보았나? 그 표현을 쓴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독자들의 해석에 맡기는 건지, 같은 표현마다 다른 의미가 있는지 무엇을 의도한 것인지 궁금하다.

    세어 보지는 않았는데, 독자 입장에서 재미있게 느껴질 장치라고 생각했다. 글을 읽으며 ‘왜 이렇게 이 단어가 많이 나오는 거야?’라고 불평하던 독자가 뒷부분에서 이유를 알아차리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일부러 실명이나 카이스트 같은 기관명을 사용했는데, 픽션이지만 픽션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게임으로 치자면 대체현실게임(ARG)을 흉내 낸 것이라고 할까.

    작가님의 SF 소설에는 새로운 기술이나 약이 개발되고, 그 기술을 사용해 봤더니 ‘이건 아닌데’ 싶은 결말이 나오는 이야기가 많다. 새로운 기술이 연구되고 개발되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정확한 분석이고 제가 받고 싶었던 질문이기도 하다. 어떤 기술들은 단순히 발명자가 기대했던 편익을 낳는 데에 그치지 않고 사용자, 심지어 사용자 인근 사람들의 행동과 사고방식까지 바꾸어 놓는다. 소셜 미디어가 대표적이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기존의 문화와 사회 제도를 파괴적으로 바꾸는 신기술도 있고, 많은 경우 일반적인 기술 이용자들은 그런 변화와 충격에 수동적인 입장에 서게 된다. 나는 이런 움직임에 관심이 많고 픽션과 논픽션으로 써 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건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게 옳은가? 이대로 괜찮은가?'

    작가님은 소설가가 되기 전 기자였다. 기자의 글쓰기와 소설가의 글쓰기는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기사는 육하원칙에 맞게 객관적 팩트 위주로, 기사 가치가 높아 보이는 순서대로 써야 하다 보니 사람들의 내면이나 일견 사소해 보이는 일화들을 잘 다루지 못하게 된다. 또 나는 일간지 기자였기 때문에 하루 단위로 사건을 쪼개어 소개해야 하는데 거기에서 오는 갈등도 많았다. 그런 점에서 보다 길고 깊은 글에 대한 갈증이 늘 있었다.

    내가 느끼기에는 저널리즘 글쓰기를 배우며 얻은 것들이 소설 쓰기에 도움이 많이 된다. 핵심을 명료하게 짚는 것, 취재를 부담스럽게 여기지 않는 것 등이 그렇다.

    게임은 스토리, 그래픽, 음악 등으로 세계를 구체화하지만, 소설은 언어만으로 허구의 서사를 독자들에게 납득시켜야 한다. 소설에 담긴 세계의 구체성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하는가?

    지하철 광고판, 아내에게 들은 이야기, 신문 기사 등 다양한 일상의 모든 순간에서 영감을 얻는다. ‘내가 고민하는 어떤 문제의식을 보여주려면 어떤 디테일들이 필요할까?’ 하고 연구를 하기도 하고 반대로 아주 추상적인 어떤 이미지나 인상적이었던 꿈의 한 장면에서 시작해서 이야기를 만들어 본 소설도 있다. 그런데 막상 퇴고할 때는 소설을 시작하게 된 그 꿈 장면은 삭제되기도 한다. 소설이 탄생하는 계기나 과정이 너무 다양하고 제각각이다.

    소설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나 자신만의 작업 방식이 있다면 설명해 달라.

    점점 더 나은 소설을 쓰는 좋은 소설가가 되고 싶다. 그러나 나는 천부적 재능을 타고난 작가는 아니어서 초점을 한곳에 모아 집중하려고 애쓴다.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건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게 옳은가? 이대로 괜찮은가?’ 같은 질문들이 말이다. 글을 쓸 때에도 세상에 대해 품고 있는 질문들이 동력이 되는 것 같고, 서사를 만들 때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지라도 주제 의식을 불어넣는 데에는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그러면 이번 작품에서처럼 가까운 미래에 일을 놀이처럼 할 수 있는 헤어밴드가 개발된다면 작가님은 그 제품을 구입하실 것인가?

    헤어밴드가 나오면 구입할지 안 구입할지는 잘 모르겠다. 소설 속에서 질문을 던지고 정작 나 스스로는 답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작품 속에서 가장 좋아하는 한 문장을 말해 달라.

    ‘넘어가자.’

    * 본 인터뷰에서 언급되는 내용은 인터뷰 당사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NCSOFT의 공식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