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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6.07 Creator Crew

    NC FICTION PLAY | 내년이면 다 괜찮을 거야 ‘첫눈으로’ 김금희

    Creator Crew:

    엔씨의 콘텐츠와 자신의 크리에이티브를 연결해 즐거움을 확장시키는 사람들

    엔씨의 < NC FICTION PLAY >에서는 배명훈, 장강명, 김금희, 김초엽, 김중혁, 편혜영, 박상영, 국내 대표 일곱 명의 소설가들이 쓴 즐거움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로 엮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로 독자들은 작가들의 일곱 가지 이야기를 보고, 듣고, 경험하며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어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고 상상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MZ세대들의 사랑을 받는 김금희 작가는 매일 출근하듯 일곱 시간씩 성실하게 글을 쓰며 스스로를 ‘글쓰기 숙련공’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노동의 가치에 대해 예민한 감각이 담긴 작품들이 많습니다. 이번에 선보인 ‘첫눈으로’에서도 그는 ‘즐거움을 위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에 주목합니다. 김금희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생각하는 즐거움 그리고 즐거움과 연결된 윤리, 노동과 놀이의 경계에 대해 들어 보았습니다.

    ∙ NC FICTION PLAY 입장하기 → https://about.ncsoft.com/fictionplay


    우리가 즐겁다고 느끼는 것의 정체는 뭘까

    이번 < NC FICTION PLAY >에서 소개한 ‘첫눈으로’는 어떤 작품인가.

    텔레비전, SNS, 유튜브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수많은 예능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온다. 예능에서는 모든 것이 희화화되고 재미를 위한 소비재가 된다. 하지만 정작 그런 예능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그런 생산 과정은 놀이가 아니라 노동일 것이다. ‘그들은 재미와 즐거움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매 순간 어떤 선택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할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정리하자면 노동과 놀이의 경계에 서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놀이에서 출발했는데 내가 잘 노는 인간이 아니어서 결국 이렇게 노동하는 인간들의 눈처럼 차가운 현실에 대해 쓰게 되어 버렸다.

    엔씨와 같은 게임 회사와 협업은 처음일 것 같다. 협업 제안을 받고 처음 든 생각은 무엇이고, 참여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는가.

    문예지라든지, 일반적으로 소설이 유통되는 경로가 아니라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국내 작가들의 소설이 소개된다고 하니 너무 신나고 기대가 되었다. 그리고 다른 새로운 독자들, 다양한 독자들에게 닿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서 무척 기뻤다. 소설은 결국 독자가 읽어줄 때 진정으로 완성되는 것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번 작품은 엔씨의 플랫폼에서 발표하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매체를 많이 의식했다. 이전의 작업에선 인물들의 심리 변화에 대한 고민이 주였다면 이번 작품을 쓰면서는 매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렇다면 게임이라는 매체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하는가?

    게임도 소설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게임도 서사를 만들어 내고, 특정한 루트가 있고, 유저의 참여와 경험에 따라 개별적으로 다른 서사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은 특히 사람들에게 모험의 경험을 선사한다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특히나 어른들은 ‘모험’이라는 것을 경험하기 힘든데, 게임 속엔 항상 목적이 있고 그걸 달성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이렇게 시도하고 실패하거나 성공하는 모험의 감각을 일상 속에서 경험하게 만들어 준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다.

    < NC FICTION PLAY >의 키워드는 즐거움이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즐거움은 무엇이며, 이번 소설에서는 즐거움이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궁금하다.

    즐거움이란 것은 다양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꽤나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사실 작가로서 ‘삶은 고통’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즐거움에 대해 그렇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물론 일하는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지만, ‘우리가 즐겁다고 느끼는 것, 지금의 사람들이 즐겁다고 느끼는 것의 정체가 뭘까?’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된 것 같아 반가웠다.

    ‘첫눈으로’에는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 인물들 하나하나는 직장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서로 뭔가 뜻이 맞지도 않고, 갈등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모두들 돌아서면 한 개인으로서 추구하는 작은 즐거움이 있음을 독자들이 이 작품을 읽으면서 발견했으면 한다.

    작가님 개인은 어떤 순간에 즐거움을 느끼는가.

    요즘 일상의 가장 큰 즐거움은 식물들을 볼 때 있다. 나는 굉장한 식물 덕후다. 식물들을 살펴보다가 뭔가 아주 작은 변화들을 발견했을 때 어떤 투명한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다. 그리고 식물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냥 아무 설명 필요 없이 기분이 환해지는 그런 순수한 즐거움의 순간이 있다.

    그렇다면 작가 김금희로서 창작을 하면서 즐거운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

    글쓰기를 하면서 가장 즐거운 순간은 머릿속에 스토리를 넣고 이리저리 굴려 볼 때다. ‘이건 정말 멋진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명작이 탄생할 것 같다!’ 하는 생각을 하면 즐거움의 파도가 몰아친다. 물론 대체로 실제 작업에 들어가면 수많은 실패로 귀결되지만…….

    이번이 끝이 아니고 다음은 온다, 삶은 계속된다

    ‘첫눈으로’의 배경을 예능국으로 설정한 특별한 이유나 계기가 있는지 궁금하다. 개인적인 경험이 작품을 쓰는데 영향을 주었는가?

    사실 즐거움을 ‘생산물’로 만들어 내는 사람들에 대한 연작 소설을 준비 중이었다. 이미 한 편을 완성했고, ‘첫눈으로’는 그 두 번째 이야기이다. ‘소봄’이라는 인물을 그릴 때는 회사를 다니며 상사와 조용한 불화를 겪었던 나의 이십 대를 자주 떠올렸다. 그리고 방송국들이 몰려 있는 상암에서 살았던 경험도 작품의 배경을 구체화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등장인물들 중 특히 방송국 사람들의 이중성, 양면성이 도드라져 보인다. 특별한 의도가 있었나?

    회사라는 조직은 마치 각자의 역할에 충실한 게임 캐릭터들처럼 개인들에게 기계적인 일관성과 효율성을 요구한다. 하지만 실상 노동하는 인간은 그렇지 못하다. 각 개인들은 각자의 성격, 경험, 취향, 신념들에 따라 모세 혈관처럼 세밀한 차이들을 지닌다. 이와 같은 조직 내의 개인들에 대해 그리고 싶었다. 노는 인간을 보여주는 콘텐츠 뒤에 숨은 노동하는 인간들의 번민과 갈등이랄까.

    소봄과 지민 중 본인은 어떤 캐릭터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소봄이기도 하고 지민이기도 했다. 직장 생활을 하던 시절에 내가 김 사원이었다가 후에는 김 팀장대리(이런 직급이 있었다)가 되기도 했던 것처럼 말이다. 아무래도 나의 회사 생활의 경험이 인물들에게 드리워져 있다. 굳이 따져 본다면 성격적인 면에서는 지민과 가까운 것 같다. 지민은 옛 남자 친구인 ‘맛집 알파고’가 방송국의 필요에 의해 이용당하는 것을 끝내 자기 윤리 기준에 따라 용인하지 않는다. 나 역시도 사람들의 즐거움을 위해 개인을 희생시키는 것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다. 고민하며 움직이고 반성적 사고를 한다는 점이 닮은 것 같다.

    마지막 장면에서 소봄은 지민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눈물을 닦고 일어나 혼자 그날의 밤으로 걸어 들어간다. 소봄은 한 단계 성장할지 아니면 외롭고 쓸쓸한 세상에 순응하게 될 것인지 궁금하다.

    소봄은 아마 여러분들처럼 앞으로 걸어갈 것이다. 독자들이 생각하는 대로, 비틀비틀 두 개의 가방을 메고서. 우리는 모든 실패를 피해갈 수 없다. 설령 이번에 피했더라도 다음에는 실패할 수 있다. 그때 필요한 건 이것이 끝이 아니고 다음이 온다는 것, 삶이 계속된다는 감각이다.

    "그러니까 우리, 이번 실패는 실패대로 흘러가게 두자."

    게임은 상상을 스토리, 그래픽, 음악 등으로 구체화하지만, 소설은 언어만으로 허구의 서사를 독자들에게 납득시켜야 한다. 소설에 담긴 세계의 구체성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가만히 내 속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마치 어떤 감각처럼 몸에 달라붙는다. 마치 영화를 보듯 아주 구체적인 어떤 장면이 떠오르고 소리도 들리고 감정도 느낀다. 소설을 창작한다는 것은 이런 면에서 작가에게는 이미 체감으로 다가온 것들을 언어로 번역해 내는 것에 더 가까운 작업인 것 같다.

    그렇게 작품 속의 세계관을 구축해 나갈 때, 상상의 원천이 따로 있는지 궁금하다.

    일상 속에서 감정이 덜컹 움직이는 순간이 있다. 두려움일 수도, 슬픔일 수도, 즐거움일 수도 있다. 그런 순간들에 나는 왜 내 감정이 그렇게 움직였을까 너무 궁금해진다. 그런 도드라진 순간들을 최대한 증폭시켜서 잘 간직하다가 농축해서 소설에 담아내려고 한다. 일상에서 내 마음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가 착상을 하는 편이라고 볼 수 있다.

    소설을 쓸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업 원칙이나 방식이 있다면 무엇인가.

    진심으로 내가 고민하는 지점에 대해 쓰고 최대한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소설을 마무리할 때 이런 저런 각도에서 살펴보면서 퇴고를 정말 많이 한다.

    소봄이 실패를 겪고 좌절하는 것처럼 작가님 역시 작업이 벽에 부딪혔을 때가 있을 것 같다. 그런 순간이 오면 어떻게 극복하는지 궁금하다.

    사실 거의 매 작품마다 그런 좌절의 벽에 부딪힌다. 그렇더라도 하루 동안 정해진 작업 시간에는 어떻게든 모니터 앞에서 버텨낸다는 원칙을 세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스스로 뭘 하고 있는지 잘 모르면서 계속 천착하는 것은 해롭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는 환기를 위해 요리를 하거나, 노래를 듣거나, 여행을 가거나, 책을 읽기도 한다. 여기서 책은 주로 시집인데, 소설이 막힐 때 소설을 읽으면 스트레스가 더 극한으로 치닫는다. 몸에 좋은 비타민 영양제 하나 먹는 기분으로 아름다움이 농축된 시를 읽고 나면 다시 조금 더 쓸 수 있는 용기가 나고 힘이 난다.

    그럼 실패를 겪고 있는, 혹은 슬럼프에 처한 독자들에게 이 작품을 통해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가.

    팬데믹으로 우리 모두 굉장히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겪고 있다. 자신이 나쁜 사람이라고 울먹이는 소봄에게 ‘아니야.’라고 말해 주는 지민처럼 나도 소설을 통해 독자들에게 그런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었다. 지금 힘들지 모르지만 이게 끝이 아니라고, 지금의 실패가 지나가면 그다음의 날들이 또 온다고. 그러니 좀더 기운을 내어 보자고.

    마지막으로 작품 속에서 가장 좋아하는 한 문장을 말해달라.

    “그러니까 우리, 이번 실패는 실패대로 흘러가게 두자.”

    * 본 인터뷰에서 언급되는 내용은 인터뷰 당사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NCSOFT의 공식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