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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6.21 Creator Crew

    NC FICTION PLAY | 내일 우리는 어디로 가게 될까 ‘우리가 가는 곳’ 편혜영

    Creator Crew:

    엔씨의 콘텐츠와 자신의 크리에이티브를 연결해 즐거움을 확장시키는 사람들

    엔씨의 < NC FICTION PLAY >에서는 배명훈, 장강명, 김금희, 김초엽, 김중혁, 편혜영, 박상영, 국내 대표 일곱 명의 소설가들이 쓴 즐거움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로 엮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로 독자들은 작가들의 일곱 가지 이야기를 보고, 듣고, 경험하며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어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고 상상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와 ‘궁금한 이야기 Y’를 즐겨 본다는 작가 편혜영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주로 메마르고 스산한 풍경의 삶을 살아갑니다. ‘그로테스크의 미학’이라는 수식어가 단골로 따라붙는 작가가 생각하는 즐거움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종착점을 알 수 없지만 일단 길을 떠나야 도착할 수 있는 창작의 기쁨과 슬픔, 삶의 아이러니가 선사하는 예기치 못한 즐거움에 대한 편혜영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 NC FICTION PLAY 입장하기 → https://about.ncsoft.com/fictionplay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는 것, 새로운 선택을 해보는 것

    이번 < NC FICTION PLAY >에서 공개한 ‘우리가 가는 곳’은 어떤 이야기인지 간략하게 소개해 달라.

    이번 소설은 사라지려고 하는 사람들, 이 세계에 적응하지 못해서 사라지는 것으로 자기를 증명하려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종의 실종 대행업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이다.  주인공이 이 일을 그만두려고 하는 시점에 사라지기를 원하는 ‘여자’가 나타나면서 뜻하지 않게 함께 여행을 하게 된다.

    엔씨와 같은 게임 회사와 협업은 처음일 것 같다. 협업 제안을 받았을 때 들었던 생각과 참여를 결정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처음에는 게임회사가 소설을 연재하는 것이 한편으로는 의아했다.  하지만 게임과 소설 모두 특정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고, 같은 테마라고 하더라도 창작자의 개성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유사했다. 한편으로는 소설을 발표하는 매체가 확대되는 기회이니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혹시 게임에 대해 잘 알고 있는가? 소설가로서 게임이라는 매체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나는 오락실 세대라 RPG 게임은 잘 모른다. 하지만 RPG 게임도 창작물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 창작자 혹은 유저의 선택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되니까.  유저의 선택이나 창의에 의해서 결과가 달라지는 점이 매력인 것 같다.

    질서를 따르지 않아도 되고, 오히려 질서를 벗어났을 때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진다는 점 말이다.

    의 키워드는 ‘즐거움’이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즐거움은 무엇이며, 이번 작품에 즐거움이란 키워드가 어떻게 반영됐는지 궁금하다.

    이번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지금까지 내가 써 온 소설 속의 인물들과는 조금 다르다. 내 소설에서는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면 필연적으로 누군가 죽거나 다쳤다. (웃음) 하지만 ‘우리가 가는 곳’이라는 작품은 마치 소풍을 가는 기분으로 인물들에게 낯선 곳을 둘러보게 해주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사람들이 보기에는 무능력해 보이는 나이 든 여성이다. 어쩌면 ‘실종 대행업’이라는 직업상 고독하고 외롭게 지냈으리라 생각하는데, 그런 인물이 오랜만에 봄날 소풍을 떠나는 기분이 들었으면 했다.

    즐거움이란, 익숙했던 기존의 생각을 조금 벗어나는 것 같다.  새로운 선택을 해볼 때의 긴장과 신선함이 삶에 즐거움을 준다.

    그러면 작가로서는 어떤 때에 즐거움을 느끼는가.

    인물이나 사건에 몰두하다 보면 마치 잠긴 문이 활짝 열리듯 막힌 부분이 어느 순간 술술 풀릴 때가 있다. 등장인물과 감정적으로 만나는 순간이다. 그런 순간에는 정말 신이 난다. 물론 아주 간혹 그런 일이 생긴다. 운이 좋으면 한 작품에서 한두 장면 정도?

    어디로 가는지 모를 때에는 일단 어디로든 가보는 게 도움이 되는 법이다

    이번 작품 ‘우리가 가는 곳’을 쓰면서 소설을 쓰던 기존 방식을 버렸다고 했다. 이번 작업이 평소 작업하던 소설들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다.  

    소설을 쓴다는 점에서는 유사했지만, ‘플레이’ 라는 테마를 염두에 두고 썼다. 평소에 쓰던 것과 다르게 소설의 인물들이 함께 웃거나 주위를 둘러보며 편안하게 쉬는 장면을 두었다. 아무래도 테마를 의식해서 그랬던 것 같다.

    한 인터뷰에서 “작품의 개연성을 위해 작가는 등장인물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는 수밖에 없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번 작품은 실종을 원하는 ‘여자’와 실종 대행업을 하는 ‘나’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며 개연성을 찾아갔는지 궁금하다.

    자발적 실종자에게 가능한 질문은 하나였다. “왜 사라지려고 하는가?”

    작가님 작품의 추동력이 ‘역설’이라고 들었다. ‘우리가 가는 곳’에서도 의도한 ‘역설’이 있는가.

    한 인간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이 소설은 사라지거나 실종되는 방식을 통해서 오히려 존재하고자 하는 인물들을 다룬다는 점에서 역설적이라 할 수 있겠다.

    작가님도 혹시 작품 속 ‘여자’처럼 증발하고 싶었던 적이나 어떤 상황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학창 시절에는 가창 시험이 너무 싫어서 그날만 되면 정말 어디로든 사라져버리고 싶었다. (웃음) 하지만 지금은 사라져버리고 싶을 만큼 싫어하는 일을 억지로 하는 경우가 그다지 많지 않다.

    확신은 생각을 고정한다

    게임은 상상을 스토리, 그래픽, 음악 등으로 구체화하지만, 소설은 언어만으로 독자가 허구의 서사를 납득하게 해야 한다. 소설에 담긴 세계의 구체성은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소설로 쓰려는 재료를 가지고 얼마간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이런저런 상황에 그런 요소들을 던져두기도 하고, 다른 생각을 해보기도 하면서, 이야기의 소재나 인물들과 같이 노는 느낌으로도 지내본다. 그러다 보면 점점 실감할 수 있는 인물이 되고 이야기의 형체가 만들어진다.

    그러면 일상에서 하는 관찰이 작품을 구축하는 데 있어서 주된 상상의 원천이라는 것인가?

    그런 경우가 많다. 소설을 쓰려고 할 때 구상한 이야기나 장면이 있겠지만,  써 나가는 과정에서 즉흥적으로 바뀌거나 다른 상황을 반영하기도 한다. 그런 즉흥성이 오히려 작품을 더 활달하게 만든다.

    소설을 쓰면서 매번 잘 풀리지만은 않고 벽에 부딪히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 그런 순간이 오면 어떻게 극복하는지 궁금하다.

    그런 순간은 많다. 이겨내거나 벽을 넘지 못한다. (웃음) 넘는다기보다는 그냥 벽을 둘러 멀리 걸어가는 쪽을 선택한다. 그 이야기로부터 거리를 두고 조금 멀어져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시간도 필요하다. 시간이 지나 조금씩 달라지거나 다른 감정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때가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순간이 당연히 더 많다. 그럴 땐  그저 소설을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무작정 써 내려가기도 하는데, 그렇게 쓰다보면 빗장이 풀릴 때도 있다. 

    소설을 쓸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업 원칙이나 방식이 있다면 무엇인가.

    쓰기 전에는 내가 써야 할 소설에 대해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막상 쓰기 시작하면 내가 모르는 것이 많고, 내가 알고 있다고 여긴 것도 잘못된 것임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언제라도 내가 틀릴 수 있다고 전제하고 쓰는 편이 도움이 된다. 확신은 생각을 고정시킨다.

    소설을 쓰다 보면 모든 것이 계획대로만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경험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작품 속에서 가장 좋아하는 한 문장을 말해 달라.

    “어디로 가는지 모를 때에는 일단 어디로든 가보는 게 도움이 되는 법이다.”

    * 본 인터뷰에서 언급되는 내용은 인터뷰 당사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NCSOFT의 공식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