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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7.15 Creator Crew

    게임과 예술 | 네 가지 확장 현실이 연결된 구조 신호 ‘SOS’ 팀 SOS 염인화, 윤형석, 이상민, 이승언, 전성진, 홍진석

    Creator Crew:
    엔씨의 콘텐츠와 자신의 크리에이티브를 연결해 즐거움을 확장시키는 사람들

    크리에이터 크루에서는 대전 시립 미술관 창작 센터에서 진행 중인 특별전 ‘게임과 예술: 환상의 전조’에 참여한 카이스트 문화 기술 대학원 출신 작가들의 인터뷰를 차례대로 만나 보고 있습니다. 게임과 예술 특별전에서는 즐거움에 대한 새로운 상상을 제공하는 엔씨소프트의 < NC PLAY > 그리고 과학 기술과 문화 예술을 연결한 카이스트 문화 기술 대학원 출신 아티스트 네 팀의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지난 번에 소개해 드린 ‘다양체’의 작가 김성현의 인터뷰에 이어, 이번에는 동시대의 자연 자원을 다각도에서 관찰한 후 공동으로 작성한 시나리오에 근간을 두고 있는 작품 ‘SOS’를 작업한 팀 SOS의 이야기를 소개해 드립니다. 염인화, 윤형석, 이상민, 이승언, 전성진, 홍진석 작가가 한 팀이 되어 만들어 낸 ‘SOS’의 의미와 기술과 예술의 학제적 교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겠습니다.

    * 본 인터뷰에는 염인화, 윤형석, 이승언, 전성진, 홍진석 작가가 참여하였습니다.


    게임은 다른 시공간의 자아들과 연결해 준다

    전시에 참여한 작품 ‘SOS’에 대해 소개해 달라.

    ‘SOS’는 동시대의 자연 자원을 둘러싼 조건, 시스템, 현상을 다각도에서 관찰하여 공동 작성한 사변적 시나리오(speculative fiction)를 근간으로 한다. 이를 바탕으로 초자연적인 기능과 효과를 생산하는 기술 문명에서조차도 자연환경과 생물 다양성이 여전히 하나의 거대 자본으로서 작동하는 모습을 예측하고 구현한다.

    ‘SOS’는 < 찬드라의 신호 >, < Orang >, < epiphanea >, < 연결 >이라는 총 네 개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나리오상 작품 환경 및 관객-주인공 경험 구현을 위해 디지털 트윈 기반의 가상 및 증강 현실, 그리고 인터렉티브 설치를 결합했다.

    엔씨가 후원하는 ‘게임과 예술: 환상의 전조’에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되었나. 그리고 전시에 참여하게 된 소감을 듣고 싶다.

    염인화   ‘SOS’의 참여 작가, 디자이너, 테크놀로지스트들과 약 2년간 디지털 트윈 기반 확장 현실(Extended Reality, XR)을 함께 연구했고, 개인적으로는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독립 큐레이터로 활동해 왔다. 그러던 중 학업에서 배운 연구 방법론을 게임-예술적으로 확장, 적용해 보고자 작품에 참여하게 되었다.

    윤형석   실내 공간에서 Mobile AR을 위한 위치 및 자세 추정 관련 연구를 하고 있었다. 이를 실생활에 접목해 관객들에게 기술의 아름다움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 팀 SOS에 테크니션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다른 아티스트분들과 공동으로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이 무척이나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이승언   평소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이론에 관심이 많았는데, 본 전시가 이를 적용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SOS’ 작품들에 게이미피케이션 요소들을 적용함으로써 한 작품을 또 다른 작품들과 연결해 볼 수 있는 귀한 경험이었다

    전성진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찾고 있던 중에 인터렉션을 활용한 작품으로 전시에 참여할 수 있어 의미가 깊었다. 현재 재학 중인 카이스트뿐만 아니라 엔씨소프트 그리고 대전 시립 미술관과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한 기회였다.

    홍진석   오브제, 게임, 확장 현실이라는 소재를 활용한 작업물을 구상하던 중 함께 확장 현실을 연구한 동료들과 한 팀이 되어 전시에 참여했다. 동료 작가들과 함께 다매체를 활용한 전시를 진행할 수 있어서 많은 배움을 얻은 시간들이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로서 게임만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염인화) 지금, 여기, 처해 있는 현실 속의 내가 다른 시공간대의 자아들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 게임만이 가진 매력이라 생각한다.

    (이승언) 플레이어가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선택권을 가진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선택권은 플레이어를 이야기의 주체로 만들고, 더 나아가 고유한 경험을 얻을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윤형석) 시공간을 초월해 또 다른 현실을 오감을 모두 활용해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점. 그리고 그 과정에서 참여자가 직접 주체적인 행동으로 전개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어쩌면 게임은 이미 우리 일상에 깊숙하게 존재하고 있는 문화 아닐까.

    게임은 기술과 예술의 융합적 교류의 장이다. 두 분야에 동시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둘 사이의 간극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은 없었는가.

    (염인화) 나의 ‘창의적’ 실천 행위들은 예술 작품, 시스템 설계와 개발 그리고 평가, 학술 논문, 워크숍과 강의 등의 형식으로 물질화된다. 이 모든 행위들이 상호 연관된 창작물들이고, 그저 결과의 형식만 다른 것이라 생각한다.

    예술과 엔지니어링의 간극은 두 개념 사이에서 발생하기보다는 두 개념을 안고 예술계와 공학계를 오가며 활동하는 와중에 발생한다. 이 두 세계에서 요구하는 기준, 언어, 표현 방식에 따라 나의 실천 행위들을 자가 통역하여 보여줘야 하는데, 그것이 가장 큰 간극이자 어려운 점이다.

    (윤형석)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이 둘 사이를 잘 표현한다고 생각한다. 멀리서 볼 땐 정말 다르게 느껴지는 두 분야가 하나로 융합되어 멋진 결과물로 만들어진다. 이 결과물은 무척이나 아름답고 화려하지만,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상호 다른 언어를 극복하고 다른 사고 체계를 이어가는 도전 또한 존재한다.

    하지만 두 분야가 지나치게 가까워지면 상호 정체성과 색깔을 잃는 경우도 생기는 것 같다. 결국은 적당한 거리감과 상호 존중이 바탕이 될 때 멋진 조화를 이룬다고 생각한다.

    (이승언) 엔지니어링이라는 요소가 예술적인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강력한 수단이라 생각한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가능해진 표현 방법들이 창의성을 극대화시킬 때가 있기 때문이다. AR을 통해 숨겨진 세계를 오버레이 하여 표현하는 등의 새로운 시도들이 그 예라고 볼 수 있다.

    이번 특별전은 게임과 예술의 융합 , 더 나아가 게임과 예술의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한다. ‘SOS’는 어떻게 게임과 예술의 융합을 시도했는가.

    (이승언) ‘SOS’는 하나의 오픈 월드 RPG 세계이다. 그리고 관객은 ‘SOS’ 세계관을 탐험하는 플레이어가 되어, ‘SOS’를 구성하는 작은 세계들인 각각의 작품과 인터렉션 하며 퀘스트를 수행한다. ‘SOS’의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세계관을 해석하고 그 의미를 재창조하는 모든 과정이 게임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윤형석) 예술은 일상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보이는 것들을 다시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하는 굉장히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 게임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에서는 예술과 게임에 대한 틀을 깨고 둘의 연결성을 이뤄 보고자 했다.

    관객이 오롯이 작품의 주체가 되는 경험

    이번 작품 제목 ‘SOS’에 담긴 의미가 궁금하다.

    (이승언) SOS는 명백한 구조 요청이다. ‘SOS’는 관객에게 다양한 형태의 구조 요청을 보낸다. 그 요청을 수락한 관객은 ‘SOS’ 세계관의 ‘플레이어’가 된다. 즉 ‘SOS’의 네 작품은 구조 요청이자 일종의 초대장인 것이다. 무엇에 대한 구조 요청인지는 관객이자 플레이어가 어떠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어떻게 인터렉션을 하는지에 따라 다를 것이다. 세계관의 탐험은 오롯이 초대장을 받은 관객이자 플레이어의 몫이다.

    ‘SOS’는 공동으로 작성한 ‘사변적 시나리오(speculative fiction)’에 근간을 두고 있다고 했다. 흔히 ‘시나리오’라는 용어는 영상 매체에서 주로 사용되는데, 전시에서도 ‘시나리오’가 사용될 수 있는가.

    (윤형석) 이것이 우리가 해소하고 싶었던 부분이다. 오프라인 전시에서 관객들이 미리 작성된 시나리오를 읽으며 전시를 체험하는 과정이 영상 매체와 동일하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국 ‘소통’이라는 면에서는 동일하다고 본다. 이러한 간극을 줄이고자 ‘시나리오’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SOS’는 총 네 개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혹시 작품의 관람 순서가 정해져 있는가. 있다면 정해진 순서를 통해 관객들이 어떠한 메시지를 얻었으면 하는가.

    (이승언) 관람 순서는 정해져 있지 않다. 관객의 흥미와 관심에 따라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SOS’를 구성하는 네 작품들은 각각 하나의 세계를 대변한다. 각 세계에서 관객들은 다른 세계로 넘어가 탐험도 하며 일종의 오픈 월드 RPG 세계관을 형성한다. 관객들이 특정 관람 동선에 구애받지 않으며 RPG게임의 플레이어처럼 본인만의 경험을 얻어 갔으면 한다.

    이번 전시는 과거-현재-미래가 자유롭게 연결된 ‘무시간성(timeless)’과 ‘무공간성(spaceless)’으로 구성되었다. ‘SOS’를 구성하고 있는 작품들은 각각 ‘무시간성과 ’무공간성’이 어떻게 구현했나.

    (이승언) ‘무시간성’을 시간의 흐름에 구속되지 않는 성질이라고 정의한다면, 관람객은 SOS 세계관을 탐험하며 무시간성을 체험한다. ‘SOS’를 구성하는 작품과 상호 작용함으로써 관람객은 그 세계에 접속하여 플레이어가 되어 미래의 한 시나리오를 그린 세계를 탐험한 후 다시 현 시점으로 돌아와 감상을 나눈다. 또한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연결되어 있는 작품 세계와 증강 세계를 넘나드는 존재가 된다는 점에서 ‘무공간성’이 구현되었다고 볼 수 있다.

    (윤형석) 무시간성과 무공간성은 주관적인 개념이라 생각한다. 관객들은 전시를 보면서 과거의 추억을 떠올릴 수도 미래를 상상할 수도 있다.  특정 시간성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면에서 무시간성을 내포한다 볼 수 있다. 또 관객은 공간적 한계를 넘어 자유롭게 자신만의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관객들은 전시 공간상에 있지만 그 공간상에 없게 된다. 공간을 초월한다는 점에서 무공간성이라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이디어의 연결이 만들어 내는 관계성으로부터

    < 찬드라의 신호 >는 게임의 형태를 띄고 있다. 염인화 작가님은 이 작품을 통해 관객이 “살아 있음”을 체화했으면 한다고 했다. 가상 현실의 플레이를 통해 어떻게 궁극적으로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는지 설명해 달라.

    (염인화) ‘살아 있음’을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작품 속 ‘찬드라’가 경험하는 특정 요소들이 관객 개개인의 기억과도 맞닿길 바랐다. 관객마다 경험하는 ‘찬드라’는 다르기에 어떤 ‘찬드라’로서의 관객이 지금, 여기 존재함을 나타내고 싶었다.

    홍진석 작가님은 < Orang >은 증강 현실을 통해 관객과 주인공의 감시를 만들어 낸다고 했다. 증강 현실이 가지는 매체적 물성은 무엇이며 ‘감시’라는 속성으로 어떻게 이어지는가.

    (홍진석) 증강 현실의 매체적 물성은 실제 현실에서의 물리적 특성을 지니지는 않지만, 실제 현실과 상호 작용하면서 그 고유의 특성이 발현된다고 생각한다. 이때 증강 현실의 존재는 별도의 장치를 통해서만 감지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어디에도 있지만, 장치 없이는 발견할 수 없는 점이 감시적 속성이라고 본다.

    전성진 작가님의 < epiphanea >는 다른 작품과 달리 별도의 공간에 마련되어 있다. 공간을 별도로 구성한 이유가 있는가.

    (전성진) 처음 전시장을 선택할 때부터 그 공간이 마음에 들었다. 나누어진 공간에 관객이 한 번 더 들어갈 수 있게 하는 공간의 구조가 좋았다. 의도적으로 들어가는 행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회복, 노력으로 자연과 관계 맺음을 통한 회복과 그 속에서 경험할 수 있게 되는 평안 등.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내 삶의 의미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럼 < epiphanea >의 공간 내부에서 관객의 인터렉션이 어떻게 ‘자연과의 관계 맺기’로 해석될 수 있는지도 궁금하다.

    (전성진) 관객이 앉아서 움직이면 앞의 프로젝션에 그 움직임이 연기나 영혼 같은 형태로 비친다. 끊임없이 파동하는 나무 앞에 비치는 그 형체가 나의 영혼인지 나무의 영혼인지 모르게 되는 순간 < epiphanea > 내부는 연기로 가득 차게 된다. 관객이 움직임을 오래 지속할수록, 자연과 내가 하나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 영혼의 형체가 내 주변 공간을 채워 완성시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우측의 조명을 통해 관객은 피어오르는 연기와 금계국을 보게 된다. 전시 설치 당시 초여름 들꽃 금계국이 만개해 있었다. 그 꽃의 이름을 관객들이 알고 불러 주었으면 해서 전시장 바닥에 분필로 이름을 적어 놓았다. 이름을 불러주는 행위에서 자연이 물체(it)가 아닌 나와 관계 맺을 수 있는 ‘너’(thou)의 존재라는 ‘깨달음’(epiphany)을 전달하고 싶었다.

    이승언 작가님의 < 연결 >은 ‘실효적 게이미피케이션(Meaningful Gamification)’의 게임화 방법론을 통해 작품들 간의 상호 연결성을 강조한 세계관을 구축한다. ‘실효적 게이미피케이션’이란 어떠한 방법론이며 < 연결 >에는 어떤 식으로 적용되어 있는가.

    (이승언) 게임적인 요소나 원리를 비게임에 적용하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중에서도 ‘실효적 게이미피케이션(Meaningful Gamification)’은 외적인 보상보다는 자발성에 기반하여 내재적 동기를 이끌어 내는 방법론이다. 실효적 게이미피케이션에는 게임 디자인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여섯 가지 요소들이 있는데, 그 요소들 중 ‘익스포지션(Exposition)’과 ‘인포메이션(Information)’을 < 연결 >에 적용했다.

    ‘익스포지션(Exposition)’과 ‘인포메이션(Information)’은 <연결>의 이스터 에그 다이어그램에 적용했다. 각 작품 및 이스터 에그를 추상적인 상징 아이콘으로 표현해 하나의 게임 디스플레이를 만들었고, 파편적인 이스터 에그 콘텐츠로 서사를 부여했다. 그리고 직접적인 설명 대신 아이콘, 선택적인 이스터 에그 인터렉션을 통해 참여자 본인만의 상상력으로 콘텐츠들을 연결하도록 하였다.

    궁극적으로 작품들 간의 상호 연결성을 강조한 특별한 의도가 있는가. 이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윤형석) 오늘날 우리는 다원화된 초연결사회(Hyper Connected Society)에 살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연결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연결되어 있음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 그리고 자신이 느끼는 세상에 대한 다차원적인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오늘날 존재하는 여러 갈등 속에서 우리가 잊고 있는 연결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기술과 예술의 융합은 예술을 기술로 풀어내는 것

    팀 SOS 모두가 처음부터 인터렉티브 기술을 공부한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 각자 어떠한 계기로 인터렉티브 기술을 포함한 예술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가.

    (염인화) 학부와 대학원을 거쳐 미술사를 공부했다. 주로 디지털 기술 기반의 매체 이론과 작품들을 연구했는데, 기술을 세세히 알지 않고서는 심도 있는 매체-이론적 사유가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또 한편으로는 독립 큐레이터로 활동하며 텍스트에만 국한되어 있던 표현 매체를 기술적 매체로도 확장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그래서 그 이후 프로그래밍, 영상, 3D 시각화 기술들을 배워 나갔다.

    (윤형석) 어렸을 때부터 ‘연결성’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학부 때는 사회 과학을 공부하며 사람 간의 제도적이고 구조적인 연결을 관심 있게 공부했다. 이후 심리학 기반 데이팅 앱을 창업하면서는 보다 더 직접적이고 본질적인 방법으로 사람 간의 연결을 보고자 하였다. 지금은 가상 및 증강 현실, 디지털 트윈 및 메타버스 관련 연구를 하며 가상과 현실의 연결을 주요하게 다루고 있다.

    (이승언) 취미로 동화를 한 편 썼는데, 이 동화를 텍스트가 아닌 다른 매체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다. 독자가 좀 더 몰입할 수 있는 형태를 고민하다 자연스럽게 인터렉티브 미디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VR/AR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유니티 엔진(Unity Engine)을 공부하게 되었다.

    (전성진) 학부 시절 포항 시립 미술관에서 봤던 키넥트를 활용한 작품이 인상 깊었다. 그때부터 엑스박스 키넥트 센서를 활용하는 방법과 작품과 관객이 직접 소통하는 인터렉티브 미디어 아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관객의 어떠한 움직임도 아름다운 작품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터렉티브 아트에 매력을 느꼈다. 이후에 VSLAB에서 인터렉티브 아트에 활용되는 프로그램들을 배우고, 개인 작업을 계속 해 오던 중 첫 전시를 하게 되었다.

    (홍진석) 학부 때 아트&테크놀로지를 전공하며 미디어 아트, 게임, 영화, 확장 현실, 애니메이션, 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 등 다양한 학제적 경험을 하였다. 그리고 카이스트에서는 인터렉티브의 성격을 가진 작업물 제작을 많이 시도했다. 하지만 디지털 패브리케이션을 활용한 조형물과 설치물 제작 및 오브제를 증강 현실과 연결하여 서로 상호 작용을 하는 ‘SOS’ 작업은 완전히 새로운 시도였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기술과 예술의 융합도 많이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학제 간 활동’의 한가운데 있는 사람으로서 주목하고 있는 지점이 따로 있는가? 혹은 중요시하거나 조심하는 부분은 없는가.

    (윤형석) 당연한 것이겠지만, 상호 존중과 이해하는 태도, 그리고 열려 있는 자세가 중요하지 않을까. 전문 지식 수준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이런 자세와 태도가 가장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염인화) 덧붙여 학제 간 활동을 하다 보면,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의심받을 때가 많다. 그렇기에 신뢰할 만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내 자신이 신뢰할 만한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목표, 실력, 실천, 인품, 이익 등 모든 측면에서 말이다.

    (전성진) 미디어 아트가 단순히 ‘기술을 활용한 예술’이 아니라 ‘예술을 기술로 풀어내는 것’이었으면 한다. 모든 작품의 바탕에 그 작가만이 생각한 순수한 의미가 들어가며, 자신의 삶과 맥락에 대한 깊은 고민이 선행되면 좋겠다. 물론, 작품 활동이 선행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는 과정도 동일하게 중요하다. 이런 고민들을 기반으로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를 대중들이 잘 알아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작품을 구상할 때 아이디어나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는가.

    (염인화)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주로 렘(REM)수면 상태나 꿈에서 영감을 많이 얻는다. (웃음) 일상 경험들이 무의식 속에서 조합되어 마치 계시처럼 눈앞에 나타날 때가 더러 있다.

    (윤형석) 기본적인 상호 존중과 이해가 있는 상태에서 상대방과의 여러 깊은 대화를 하면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편이다.

    (이승언) 일상생활 곳곳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평범한 루틴도 어느 날 내 상태에 따라 문득 새로운 의미가 되기도 한다. 평범한 것이 다르게 보이는 순간을 잡아내 아이디어로 발전시키는 편이다.

    (홍진석)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에서 주로 아이디어를 얻는 편이다.

    (전성진)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다. 자연 속에서 느껴지는 질서 속 무질서, 규칙 속 자유로움 그리고 그 둘 사이의 균형이 나에게 영감을 준다.

    다수가 한 팀을 이루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작업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무엇인가. 팀 내에서 만든 규칙이나 작품적인 원칙이 있었는지도 궁금하다.

    (염인화) 작품을 준비하는 지난 6개월간, 단 한 차례의 언쟁 없이 전시를 성공적으로 연 것이 우리 팀의 자랑이다.(웃음) 삶과 작품에 대한 각자만의 ‘규칙’과 ‘원칙’ 그리고 ‘아이디어’ 등을 최대한 존중한 것이 비결이랄까.

    (윤형석) 전성진 작가가 평소에 주장하는 ‘워먼 我们’(뜻: 우리)의 개념이 크게 중요시되었다. ‘SOS’는 함께로서 존재하지만 그 이전에 각자의 작품과 정체성은 온전히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관객들이 전시를 보러 왔을 때 각 작품을 개별적으로 감상한 뒤 그것들이 하나로 연결되는 통일성을 깨닫는 즐거움과 은은한 여운을 느끼길 바라며 작업했다.

    미디어 아티스트로서 앞으로 추구하는 목표나 꿈이 있다면?

    (염인화) 기술을 배우기 전에는 기술 매체 시대 속 남겨진 사람들의 역사를 재기록하는 예술적 실천에 초점을 두었다. 기술을 배우고 난 이후로는 기술 매체 시대의 미래상에 대해서도 많은 상상을 하게 되었다. 역사의 후방과 전방 모두 목도하고 기록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

    (이승언)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 만큼, 새롭게 배운 지식에 나만의 해석을 더한 작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전성진) 스스로에게 아티스트라는 호칭을 붙여도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

    (홍진석) 계속 삶을 이야기하는 사람이고 싶다.

    (윤형석) 오늘날의 첨단 기술을 활용해 시대를 꿰뚫어 보며 사람들에게 공론의 장을 선사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 그 결과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면 행복한 삶일 것 같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개인적으로, 혹은 팀으로서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염인화) 2021년 아티언스 대전(Artience Daejeon)에 참여 작가로 선정되어 한국 생명 공학 연구원의 박사님과 협업 중이다. 작품은 딥러닝 및 확장 현실 기술을 활용한 인터렉티브 게임의 형식으로 전시될 예정이다. 또, < 찬드라의 신호 >에 함께한 폴바주카 작가님과 올 10월 UNESCO 창의 도시 정책 포럼에서 라이브 사운드 및 게임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확장 현실’과 ‘게임’을 활용한 협업 작품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팀 SOS과도 기회가 되면 언제든 또 함께 작품을 하고 싶다.

    * 본 인터뷰에서 언급되는 내용은 인터뷰 당사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NCSOFT의 공식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전시 정보

    게임과 예술: 환상의 전조(Game & Art: Auguries of Fantasy)
    2021년 6월 8일 ∼ 9월 5일
    대전시립미술관 창작센터
    관람비 무료
    엔씨소프트,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대전시립미술관 공동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