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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7.22 Creator Crew

    게임과 예술 | 밝은 미래의 이면을 담은 ‘기대하지 않은 풍경 ver.2’, ‘쥐들에게 희망을 ver.2’ 오주영

    Creator Crew:
    엔씨의 콘텐츠와 자신의 크리에이티브를 연결해 즐거움을 확장시키는 사람들

    게임과 예술의 융합을 통해 즐거움에 대한 새로운 상상을 그린 특별전 ‘게임과 예술: 환상의 전조(Game & Art: Auguries of Fantasy)’가 대전시립미술관에서 9월 5일까지 진행됩니다. 크리에이터 크루에서는 이번 전시에 참여한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출신의 작가 4팀을 차례대로 만나보고 있습니다.

    세 번째로 소개할 작가는 ‘기대하지 않은 풍경 ver.2’와 ‘쥐들에게 희망을 ver.2’의 오주영 작가입니다. 여러 기술의 놀이성을 활용한 작품 활동을 하면서 동시에 좋은 기획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오주영 작가 작품의 탄생 과정과 과학기술의 이면을 주목하는 이유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내러티브와 게임성 사이에서

    이번 작품 ‘기대하지 않은 풍경 ver. 2’와 ‘쥐들에게 희망을 ver. 2’를 소개해 달라.

    ‘기대하지 않은 풍경 ver.2’는 근 미래인 2048년, 교육용 AI인 티모가 공장에서 도망쳐서 자신의 진정한 근원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를 게임으로 만든 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AI가 등장하는 여러 영화나 소설 매체에서 나올 법한 일반적인 결말이 아닌,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를 과학적 근거를 통해 역으로 제안한다. 그래서 제목에도 ‘기대하지 않은’이란 표현을 썼다.

    ‘쥐들에게 희망을 ver.2’는 나와 유사한 연구적 어려움을 겪던 과학자 P와 이야기하던 도중 자연스럽게 발전된 주제이다. P의 실제 연구 일지를 바탕으로 제작된 게임이다.

    엔씨가 후원하는 ‘게임과 예술: 환상의 전조’에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되었나. 그리고 전시에 참여하게 된 소감을 듣고 싶다.

    이번 전시는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재학 시절에 인연을 맺은 교수님의 제안으로 참여하게 됐다. 전시 내용은 흥미롭게도 게임 아트 전시였고, 대전시립미술관과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 주관하며 엔씨의 후원으로 진행된다고 하여 꼭 참여하고 싶었다.

    <게임과 예술> 전은 융합적 시도가 잘 응집된 기획으로, 작가와 기관 간의 협업이 잘 이루어졌다. 또한 단순히 게임의 형식만을 가져오거나 모방하는 것이 아닌, 게임이 예술로서 기능하는 지점에 대한 고민을 다양한 층위로 열어 두었다. 게임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직관적이면서도 열린 주제여서 새로운 임무를 수행하는 마음으로 기분 좋게 참여했다.

    ‘게임과 예술: 환상의 전조’는 게임과 예술의 융합, 더 나아가 게임과 예술의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한다. 평소에도 게임에 관심이 있었나.

    레트로 게임, 특히 픽셀로 찍어낸 게임을 좋아한다. 픽셀 게임은 기술적으로는 과거에 속하지만 그 형태만의 미학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아직도 많이 쓰이고 있는 형식이다. 단순하지만 명쾌하고, 형태가 지나치게 사실적이지 않기에 그 고유의 상징성도 가지고 있다.

    유년 시절을 친구들과 함께 픽셀 게임을 하며 보냈다. 해외 생활 중에는 온라인 게임에 의지하기도 했다. 특히 ‘트릭스터’는 13세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즐겼을 만큼 오랜 추억이 담겨 있다. 그때의 공간과 이야기, 음악과 캐릭터는 마음의 고향과 같은 곳이다. 어쩌면 이런 점에서 엔씨의 ‘트릭스터’ 게임 표현법에 빚을 지고 있기도 하다.

    그러면 게임을 활용한 미디어 아트를 제작하는 작가로서 생각하는 게임만의 매력은 무엇인가.

    관객은 지속적으로 주의가 환기되는 작품에 흥미를 느낀다. 회화나 영상과 다르게 게임을 활용한 미디어 아트 작품은 관객이 직접 캐릭터를 움직이며 이야기를 발견해 나간다. 이런 점에서 현대미술이라는 장르 안에서도 굉장히 친절한 장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제작한 작품들은 그래픽 노블과 게임, 그 중간의 어딘가에 위치한다. 게임의 서사성을 응용하는 것은 굉장히 흥미로운 작업이다.

    게임은 기술과 예술의 융합적 교류의 장이다. 과학이나 공학의 창의성과 예술적 창의성은 어떤 공통점 또는 차이점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가.

    게임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내러티브와 게임성 중 어떤 요소에 더 집중할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나 또한 그렇다. 게임의 서사에 집중하면 플레이어나 관객은 그 외의 기능에 상대적으로 흥미를 잃어 게임 과정을 쉽게 따라오지 못하거나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반면 게임성만 살리면 플레이를 지속할 만한 내러티브가 적어져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아내기 어려워진다.

    그동안 나는 내러티브 쪽에 집중해 게임을 설계해 왔다.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는 정해진 길 외에는 들어갈 수 없고 어떤 곳에서는 공격하지 않으면 나아갈 수 없다. 그러다 보니 한편으로는 플레이어가 느낄 게임성에 대해서도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이 부분은 아직도 미완의 숙제로 남아 있다.

    과학과 기술의 내면은 불완전하다

    두 작품이 ver.2인 것으로 보아 이전 작품인 ver.1에서 달라진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어떤 부분이 달라졌는지 설명해 달라.

    이번 작품은 전시의 소주제인 ‘레트로’에 초점을 맞추어 레트로 게임 고유의 분위기와 고전 게임의 미학을 공간에 담고자 했다. 이전에는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공간에 프로젝터나 모니터를 설치했으나, 이번 전시에는 오락기를 직접 설치해 관객이 레트로 게임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게임 문화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네온사인으로 구현해 공간 곳곳에 배치함으로써 공간 디자인 면에서도 시각효과를 극대화했다. 이를 통해 관객은 환상과 현실의 경계 그 어딘가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기대하지 않은 풍경 ver.2’는 스테이지가 총 세 개로 구분되어 있다. 스테이지별 주제와 순서는 어떻게 정하게 되었는가.

    작품은 AI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서사를 이끄는 주인공을 AI로 잡은 이유는 관객에게 인간 중심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이 AI가 된다면 어떤 질문을 하게 될지’를 생각하게 하고 싶어서이다.

    게임은 세 단계, 곧 ‘AI가 구현되는 물리적 공간’, ‘시스템 구현을 위한 자원’, ‘우연한 연구적 성과’로 진행된다. ‘AI가 구현되는 물리적 공간’인 공장과 개발자가 근무하는 마천루의 빌딩은 알고리즘과 데이터적 한계 속에서 규정된 인공적인 지능을 의미한다. AI인 티모는 자신이 인간의 피조물인 것을 알게 되자 자신이 가진 지능의 원천에 대한 질문을 이어간다.

    ‘시스템 구현을 위한 자원’ 단계에 들어서면 전 세계가 해저 케이블로 연결되어 있고, 그로 인해 해수의 온도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우연한 연구적 성과’ 단계에서는 바다에 도달한 티모가 궁지에 몰려 바다에 빠지고, 오징어가 자신과 같은 지능 메커니즘을 지닌 것을 확인하게 된다. 실제로 최초의 뉴런 모델은 10미터짜리 대왕오징어에서 1미터 길이의 뉴런을 발견하면서부터 시작됐다(Squid giant axon)는 데서 착안했다. 결국 이야기는 티모가 오징어라는 정체성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다소 기대치 않은 의외의 지점에서 끝을 맺는다.

    ‘쥐들에게 희망을 ver. 2’에서 ‘희망’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가.

    게임 속에서 과학자 P의 실험은 부분적으로는 성공한다. 하지만 P는 과학적 진실을 증명하기 위해 추가로 쥐 100마리를 더 투입해야 한다는 점에 회의를 느끼고 결국 실험 실패를 인정한다. 이후 P는 쥐 대신에 쥐의 세포를 배양하는 심화 연구를 진행하고 이야기는 여기서 끝을 맺는다.

    작품 제목에 ‘희망’을 붙인 이유는 게임 후반부에 과학자가 고민 끝에 내린 선택 때문이다. 과학자 P는 어려움 속에서도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더 많은 쥐를 희생시키지 않아도 되는 좀 더 윤리적인 연구 방식을 채택한다. 단순히 실험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그 과정을 생각하고 의미를 되짚는 연구자가 많아질수록 쥐들에겐 희망이 될 것이다.

    ‘기대하지 않은 풍경 ver.2’, ‘쥐들에게 희망을 ver.2’를 통해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기대하지 않은 풍경 ver.2’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고, 사실은 여러 생명과 인프라 속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결합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과학과 기술에는 여러 제반 환경, 생명, 자원의 희생, 의외성의 역사가 함께해 왔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 과학은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존재이지만, 사실 그 내부에서 소용돌이치며 만들어지는 과학적 진실은 인간처럼 불완전하다. ‘쥐들에게 희망을 ver.2’를 통해서는 이 모순을 포착해 작품으로 공유하고 싶었다.

    기술의 놀이성을 확장하는 아티스트

    데뷔한 전시는 사진전이었다. 사진작가로 활동하다가 인터렉티브 기술을 활용하는 미디어 아트 작가로 활동 범위를 넓히게 된 계기가 있는가.

    학부가 미술대학 자율 전공이어서 회화, 조소, 예술학과를 넘나들며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사진으로 이미지를 변형하는 여러 작업을 진행하면서 표현 기법과 상호작용성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결국 시각디자인 학위로 졸업하게 됐다. 여기에 공학적 지식을 습득하면 이를 더 발전시킬 수 있겠다고 생각하여 카이스트로 진학해,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미디어 아트 작가로서 작품 활동을 하게 됐다.

    다양한 기술 중에서도 게임, 인공지능 챗봇 등 인터렉티브 기술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한 작품은 작가가 관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거치는 무수한 선택이 응집된 결정체이다. 내가 활용하는 다양한 인터렉티브 기술은 실은 모티브나 전달 방식에서 문학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작품에서도 내러티브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고, 내용에 몰입할 수 있게 전달하는 기술에 자연히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

    과거 제안했던 챗봇 작품의 경우 작품의 텍스트는 선형적으로 나열되는 방식이 아니라 관객이 입력한 글을 분석한 결과와 상호작용하는 텍스트를 화면에 띄운다. 고정적이지 않으면서 더 입체적이고 다원적인 내러티브를 보여줄 수 있다. 관객은 개인의 관심사에 따라 다른 응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각각 다른 결과물을 얻을 수 있고 이는 각자 새로운 경험으로 이어진다. 작품에 활용하고 있는 또 다른 기술로는 게임이 있는데, 게임은 플레이어가 게임 속 캐릭터를 직접 조작하고 움직이면서 작품 속에 몰입하도록 유도한다.

    이런 시도들로 관객이 변화되는 것을 인지하거나 또는 일종의 깨달음을 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기술을 작품에 활용하는 데에는 많은 고민과 어려움도 따른다. 고난도의 기술을 사용하거나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직관적이지 않으면 관객은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고 공간을 떠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연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항상 고민하게 된다. 기술을 공부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예술의 융합이 늘어난다. 이러한 학제 간 활동의 한가운데 있는 사람으로서 고민하는 주제는 무엇인가.

    학제 간 융합 예술이 단지 기술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의미가 있다고 여기는 것을 조심하고 있다. 특히 초기 작품에서 그 부분을 경계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작품에서 내가 활용한 기술이 예술과 의미론적으로 얽힐 수 있는 지점은 무엇인지를 고민한다. 나아가 나만의 표현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작품을 만드는 데 있어서 흔들리지 않는 원칙이 있다면.

    작품을 만들기에 앞서 충분히 조사한 후 기획 단계에 들어간다. 또한 기술을 접목하고자 할 때에는 기술의 작동 원리부터 완전히 이해한 후에 사용한다. 이 두 가지가 선행되어야 작품의 깊이를 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작품의 주제는 주로 기술과 인간이며 이를 둘러싼 환경에서 발생되는 다양한 이야기에 주목하고 있다. 실험실 쥐와 과학자의 이야기, 예술작품을 바라보는 인공지능, 인간의 시선을 뇌파로 미리 예측하는 헬멧까지, 모두 5년간의 공학 연구를 바탕으로 한 기술의 기반 위에 고안해 낸 작품이다.

    앞으로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소개해 달라.

    현재 ZER01NE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이동성(Mobility)을 주제로 한 게임을 제작하고 있다. 또한 7월에는 기존에 제작한 작품들을 이응노미술관에서 전시할 예정이다. 아트센터 나비의 멘토링 사업으로 발달장애아를 대상으로 한 융합예술교육의 프로그램도 기획하며 제작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오는 10월 ART&TECH 상상공장과 협업해 교육과정의 하나로 진행될 예정이다.

    앞으로도 여러 기술 매체의 놀이성을 활용한 작품 활동을 지속하고, 동시에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기획을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미디어 아트 작가로서 추구하는 목표가 있다면.

    예술은 사람들로 하여금 타인의 관점에서 새로운 환경을 경험하고, 가상의 이야기 속에서 시간을 보내게 하며, 실제 자신의 삶에서도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도록 작용한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의 세계관을 통찰하거나 변화될 수 있는 힘을 주기도 한다. 작가로서는 관객을 이야기 속으로 매개할 수 있는 더 효과적인 장치를 고안하기 위해 계속 고민하고 확장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예술은 각기 다른 개개인의 이야기임에도 타인이 공감하게 하고 희로애락을 느끼게 하는 힘을 가졌다고 믿는다.

    * 본 인터뷰에서 언급되는 내용은 인터뷰 당사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NCSOFT의 공식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전시 정보

    게임과 예술: 환상의 전조(Game & Art: Auguries of Fantasy)
    2021년 6월 8일 ∼ 9월 5일
    대전시립미술관 창작센터
    관람비 무료
    엔씨소프트,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대전시립미술관 공동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