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 리마스터〉가 9월 4일 대규모 업데이트 UNLIMIT를 공개하고 다채로운 콘텐츠를 선보여 플레이어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업데이트 이후 PC방 게임 순위도 2단계 올라가는 등의 성과를 보이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이번 업데이트는 〈리니지 리마스터〉의 새로운 변화의 시작으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UNLIMIT 업데이트는 26년간 즐겨온 리니지의 재미를 더 오래 즐겼으면 하는 개발실의 마음으로 헤오스라는 지역과 그에 관한 배경 스토리부터 시작해 디테일한 부분까지 반영하고자 했습니다. 헤오스에 얽힌 기획 의도, 제작 배경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리니지 캠프의 조수곤 DD, 배경원화팀 김진욱 팀장, 캐릭터원화팀 김성환 팀장과 함께합니다.
(왼쪽부터) 캐릭터원화팀 김성환 팀장, 조수곤 DD, 배경원화팀 김진욱 팀장
UNLIMIT 업데이트의 의미
헤오스 업데이트, 새로운 즐거움을 위한 변화의 시작점
리니지에서 신규 대륙이 열리는 것은 굉장히 오랜만이다. 그동안의 업데이트와 사뭇 다른데, 이렇게 대대적으로 업데이트한 의도가 궁금하다.
조수곤 2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리니지를 서비스하면서 내부에서는 쉬지 않고 계속 달려왔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부분이 플레이어들에게 가닿지 않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아직도 리니지는 재밌고 매력 있는 게임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며 변화할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변화한 것이 많은 만큼 오랜 기간 준비했을 것 같다.
조수곤 이번 업데이트는 사실 1년 전부터 준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주 라이브 업데이트를 하면서 또 다른 업데이트를 준비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단순히 신규 대륙이 열렸다가 아니라, 시놉시스부터 배경, 캐릭터 등 모두를 개연성 있게 구성하려다 보니 생각보다 기간이 길어졌다. 특히 헤오스 지역이 나오게 된 배경 이야기는 이전의 스토리를 아우르면서도 앞으로 헤오스에서 펼쳐질 수많은 부분의 뼈대이기에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했다.
또한 리니지는 2D 게임이다. 2D 게임에서 줄 수 있는 새로운 재미가 무엇일지를 많이 고민했다. 소위 2D 끝판왕이 되어보자는 마음가짐이었다. 리니지의 본질은 지키면서도 재미를 주기 위해서는 2D지만 2D 같지 않은 연출적 재미, 아트 등 다양한 재미 요소가 있어야 했다. 이를테면 로그인 화면도 여러 컷을 제작해 랜덤으로 나오게 만들어 더 재밌게 느낄 수 있도록 서비스적인 부분도 세심히 고려했다. 물론 여기에는 어떻게 하면 플레이어들이 리니지를 재밌게 즐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렇게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는 공간이다 보니 아덴 대륙과는 다른 느낌을 주고자 작업 방식을 달리한 부분이 있는지. 어떤 부분을 중심으로 디자인했는지 궁금하다.
김진욱 헤오스는 아덴 대륙과 맞닿아 있지만 서로 보는 방향이 다른 필드라고 보면 된다. 죽음을 관장하는 신 실렌이 스스로를 결계 속에 가둔 지역으로, 살아 있는 사람들이 아닌 죽음과 영혼들의 공간이다. 죽음과 지옥의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전반적으로 어둡고 황량하지만 실렌의 신전 같은 주요 공간과 구조물에는 강렬한 색채를 사용하여 대비되도록 했다.
이번에 공개된 내용들을 보면 양이 상당하다. 보스 몬스터도 3종이나 된다. 기존 캐릭터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이었나.
김성환 기르타스, 안타라스, 린드비오르 말고도 라스타바드에 나오는 라이아, 바란카, 슬레이브 등의 보스 몬스터들뿐만 아니라, 일반 몬스터 20종, NPC 4종 등의 신규 캐릭터를 작업했다.
캐릭터를 디자인할 때 실루엣, 헤어스타일, 얼굴, 의상, 액세서리 등 몇 가지로 세부적인 디자인 요소를 나눈 다음 생각한다. 기르타스를 예로 들면 캐릭터의 컬러, 헤어스타일, 뿔 모양 등의 디자인 요소에 집중했다. 그중 컬러와 헤어스타일을 기르타스의 아이덴티티를 정의하는 핵심 요소로 판단했다. 그래서 뿔의 형태나 배열을 조정해 컨셉 시안을 작성했고, 담당 기획자와 의견을 조율하면서 디자인을 발전시켰다.
조수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캐릭터가 실제 게임에 반영되려면 이펙트, 3D, 프로그래밍 쪽과 긴밀히 협업해야 한다. 기획이 그 부분을 조율했고, 양쪽 얘기를 들어가면서 작업을 마무리해갔다. 기르타스만 보더라도 지금까지 나온 리니지 몬스터 중에서 가장 크다. 그런데 이게 쿼터뷰다 보니 제대로 안 보인다. 그래서 등장 장면에 더 힘을 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안타라스가 벽을 뚫고 나오는 장면이라든가 기술적인 부분의 지원과 맞물려 인상적인 장면이나 플레이가 많아 보인다.
조수곤 이전에는 보스 몬스터와 조우했을 때 바로 전투가 시작되었다면 이번에는 등장이나 전투 중간중간, 그리고 전투 이후 필요한 부분에 컷 신을 넣어 내러티브를 강화해 부드럽게 연결했다. 컷 신을 도입한 이유는 몇 년 전 업데이트 때 발라카스를 잡으러 동굴에 들어가면 시작을 암시하는 컷 신으로 발라카스가 갑자기 눈을 번쩍 뜨는 장면을 넣었는데 플레이어들의 반응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 기억 때문에 이번에 아예 이 부분에 집중한 것 같다. 앞으로 나올 파푸리온, 발라카스 또한 기존과 상당히 다른 컨셉의 컷 신을 넣을 예정이니 기대 부탁드린다.
2D를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하게 시도한 것 같다. 좀 더 구체적으로 알려달라.
조수곤 리니지는 2D 게임이다 보니, 최근 출시되는 신작들에 비해 기술이나 아트적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그렇지만 그 한계를 극복하고, 2D만이 가진 매력 포인트를 중심으로 구현해내기 위해 아트, 이펙트, 프로그래밍, 서버, 클라이언트 등 기술적인 부분에서 조율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단순히 몬스터를 때리는 것에서 나아가 장판같이 피해야 할 기믹 등을 처음 도입했다. 요즘은 대부분의 게임에서 차용하고 있지만 리니지에는 이런 기능이 없었기에 프로그래밍 쪽에서 굉장히 고생했다. 또한 2D 기반에서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반영하려니 아트나 이펙트 쪽에서도 여러 번 수정 작업을 거쳤다.
기르타스나 안타라스는 이미 너무나 잘 알려진 캐릭터여서 디자인에 변화를 주는 게 어렵지 않았나.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갔을지 궁금하다.
김성환 이번 업데이트에서 드래곤에 관한 목표는 형태를 통해 고유의 특성을 더욱 강조하는 것이었다. 풍룡 린드비오르는 날개를 더 크게 디자인하고 여기에 한 쌍의 날개를 추가하여 위엄 있는 존재감을 강조했다. 지룡 안타라스는 등쪽에 돌과 같은 요소를 크게 넣어 땅 속성과의 연결성을 더욱 부각했다.
또한 드래곤의 주요 특징 중 하나가 각성이다. 기본 형태도 이전 디자인에서 많이 변했지만, 각성하면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변신한다. 리니지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이미지는 컬러를 통해 이어가고자 했다. 린드비오르는 청록 계열, 안타라스는 그린 계열로, 기본형과 각성형의 디자인에 각 컬러를 세심하게 반영했다. 디자인은 변경되어도 린드비오르의 번개, 안타라스의 독 등 각 드래곤의 고유한 속성을 컬러로 명확히 강조한 것이다.
조수곤 배경에도 예전에는 없던 연출을 더했다. 필드에서 회오리가 친다거나 구름이 떠다닌다거나. 어찌 보면 대단한 건 아니지만 물도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등 배경도 움직이고. 2D지만 3D 같은 느낌을 살리는 요소가 많아졌다.
이번 업데이트에서 특히 아트적으로 많이 준비했는데, 원화 등에서 무엇을 중점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고민했는지 알고 싶다.
김진욱 쿼터뷰는 사실 오만의 탑처럼 거대한 건축물을 제대로 보여줄 수가 없다. 높은 건물이 필드 중앙에 배치되면 캐릭터가 가려지기 때문에 필드의 제일 끝에 배치한다. 물론 이 방법도 건물 전체를 보여줄 순 없지만 최대한 크게 보이기 위해 고민하는 부분이다. 이렇게 아쉬운 부분은 프로모션 일러스트를 통해 원래 스케일에 근접하는 거대함과 웅장함을 전달한다.
김성환 쿼터뷰에서는 하늘이 안 보이는 부분이 제일 아쉽다. 그래서 기회 있을 때마다 일러스트에 하늘이 들어가도록 컷을 잡는다. 플레이어가 쿼터뷰로 보는 세상만이 전부가 아니라 사실은 이렇게 넓은 공간이고, 거대한 몬스터다라는 것을 일러스트를 통해 인지시켜주는 것이다.
26년보다 더 오래 이어질 리니지의 미래
새로운 재미를 찾기 위한 달리기는 계속된다
UNLIMIT의 업데이트의 의미, 소회가 궁금하다.
조수곤 이번 업데이트로 리니지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드릴 수 있었던 점이 가장 의미가 컸다. 개발실 내부에도 다시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생기면서 리텐션된 느낌이다. 다양한 게임이 계속 출시되고 있는 와중에 사실 이번 업데이트는 대중이 보기에는 엄청난 혁신은 아닐 수도 있다. 그래도 게임적으로나 시각적으로 훨씬 변화한 모습들에 플레이어들이 놀라고 좋아해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덕분에 더 달릴 힘이 생긴 것 같다.
김성환 이번 업데이트를 준비하면서 AD님께 들은 말이 있다. “아트는 서비스다”라고. 즉, 캐릭터원화팀에서 좋은 일러스트를 플레이어에게 많이 제공해 재미나 즐거움을 주면 좋을 것 같다는 말이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이후 작업할 때 더 신중하게 접근하고 집중하게 됐다. 이번에도 작업하면서 힘들 때마다 저 말을 새기면서 다시 마음을 다잡고 할 수 있었다.
김진욱 헤오스 필드가 새로운 경험의 공간이 되는 것이 목표였다. 아덴에서 경험하지 못한 리니지의 새로운 월드, 긴장과 설렘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2D 환경에서의 표현의 한계가 있지만 새로운 방향을 찾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좋은 결과와 맞닿은 것 같다.
리니지는 특히 오랜 기간 같이 일하는 동료가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서로 의견이 달라 힘든 적은 없었는지. 리니지만의 부서 간 협업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하다.
김성환 기본적으로 리니지 부서는 오래되다 보니, 시스템이 잘 잡혀 있다. 팀워크가 좋다. 작업을 각각 나눠서 본인에게 딱 정해진 것들만 하는 게 아니라 해보고 싶은 거 다 해볼 수 있는 분위기다. 원화 담당이 연출 부분에 아이디어가 있으면 이펙트 부분이나 컷 신 작업에도 이미지를 활용해서 시각적 방향성을 제안한다.
김진욱 진짜 그렇다. 원화가 나오면 모델링, 애니메이션, 이펙트순으로 진행하는데, 원화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애니메이션에 채워주기도 하는 등 서로서로 보완해주는 관계다. 오래 같이 일하다 보니 내 것, 내 부분이 아니라 우리의 것을 위해 함께한다라는 개념이 잡혀 있다.
조수곤 시나리오 부분에서 막히는 게 있으면 당연히 함께 해결한다. 예를 들어 용이 죽어서 사라지는 게 아니라 도망가는 걸로 하고 싶었다. 그래야 이야기가 맞을 것 같았다. 그래서 용이 더는 싸움을 못 하게 될 즈음 도망가고 나중에 다시 오는 형태로 하면 좋겠다고 얘기했더니 아트에서 이런 식은 어떨지 제안했던 게 안타라스 컷 신이다.
이번 업데이트로 변화라는 키워드가 붙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달릴 것인지?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조수곤 UNLIMIT는 기획, 아트, 프로그래밍, 만든 것들을 검증하는 QA, 그리고 운영, 마케팅 등 정말 어디 하나 쉬운 곳이 없었다. 다들 힘들다고 곡소리도 냈고. 그래도 결국 플레이어들의 반응이 좋으니 다들 치유된 것 같은 분위기다. 그래서 더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많아졌다. 또다시 힘들겠지만(웃음) 상황이 허락하는 한 계속 달릴 거다.
리니지가 원래 가지고 있었던 본질을 잃지 않고 계속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변화하는 것. 그게 앞으로의 리니지가 가야 할 방향이다. 헤오스에서 새로운 내용, 캐릭터들을 담은 시나리오로 찾아뵐 테니 계속해서 기대해달라.
김성환 리니지를 플레이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옆에서 멋있다고 하는 반응이 나오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최근 흐름에 맞춰 리니지의 아이덴티티는 깨지 않으면서도 계속 여러 가지를 시도하려고 한다. 물론 리니지의 본질은 잃지 않으면서 말이다.
*리니지 헤오스 업데이트의 주요 아트는 아래에서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