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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9.02 Behind The Story

    어디에나 있다: 세계 신화 속 뇌신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일기예보를 통해 곧 천둥이 치리라는 것을 알고 대비할 수 있다. 반면 먼 옛날 사람들에게는 예측할 수 없는 천재지변인 천둥이 그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이윽고 인류가 농경 사회를 이룩하면서 비나 바람, 천둥은 농사에 중요하고 귀한 존재로 탈바꿈했다. 실제로 천둥번개가 치면 공기 중에 질산과 아질산가스가 생기는데 이것이 비와 섞여 땅에 떨어지면 토양이 비옥해진다. 과거 사람들은 이러한 과학적 원리를 몰랐지만 그 효과는 경험으로 체득했을 것이다.

    어느 문화권에나 비나 바람, 천둥을 관장하는 신이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농사와 밀접하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한국의 건국신화에서도 이러한 신들을 찾아볼 수 있다. 하늘을 다스리는 최고의 신 환인의 아들 환웅이 자신만의 나라를 다스리고자 바람의 신 풍백, 비의 신 우사, 구름의 신 운사 등과 함께 하늘에서 내려와 농업을 관장했다.

    자연현상과 관련된 다양한 신 중 뇌신은 번개의 성질과 동일한 파괴를 불러오는 전쟁의 신으로 묘사되기도 하고,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어 풍작을 불러오는 선한 신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서양 신화 속 뇌신들

    천둥의 신 하면 역시 ‘토르Thor’를 빼놓을 수 없다. 북유럽 신화에서 가장 유명한 신이기도 한 토르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자주 등장해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다. 토르는 손잡이가 짧은 망치 묠니르Mjölnir를 언제나 가지고 다닌다. 이 망치는 돌에 부딪히면 번개를 일으키고 내던지면 벼락이 되며, 아무리 멀리 던져도 항상 토르의 손으로 되돌아온다. 본래 토르는 전쟁의 신이지만 하늘, 천둥, 번개, 폭풍, 비를 관장하기도 한다. 고기를 잡거나 농사를 짓는 데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공포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숭배의 대상이었다. 그렇기에 일부 지역에서는 그의 아버지 오딘Odin보다 위상이 높다. 독일에서는 고대 게르만족의 뇌신 도나르Donar가 토르와 같은 신이다.

    마르텐 에스킬 빙게Mårten Eskil WingeThor's Fight with the Giants, 1872

    (염소가 이끄는 마차를 탄 천둥의 신 토르가 번개를 휘두르고 있다.)

    아즈텍 신화에 따르면 현재의 세상은 네 번의 다른 세상을 거쳐 다섯 번째로 생겨났다고 한다. 각 세상은 태양이 새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시작되어 태양이 파괴되는 것으로 끝났는데, 그중 세 번째 태양이 바로 비의 신 틀랄록Tlaloc이다. 푸른색 몸에 ‘안경’을 쓰고 뱀의 이빨을 가졌다고 묘사되는 틀랄록은 물과 비를 창조했으며 천둥, 번개도 관장한다. 그래서 농부들은 풍요의 신으로 숭배하는 한편으로 두려움에 떨기도 했다. 틀랄록이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비탄에 빠진 이후 세상에 비를 내려주지 않아 가뭄이 지속되었다. 가뭄을 멈춰달라고 사람들이 요청하자 물 대신 불을 내려 세상을 잿더미로 만들어버리기도 했다. 이 세 번째 태양은 여러 번 탄생한 태양 중 가장 짧은 기간인 312년간 존속했다.

    아즈텍 신화의 틀랄록

    그리스 신화에서는 신들의 왕으로 불리는 제우스Zeus가 구름과 비를 다스리고 벼락을 무기로 사용했다. 제우스는 이처럼 자연현상을 주재할 뿐만 아니라 세계의 질서와 정의를 유지하는 신이었다. 로마 신화에는 제우스와 유사한 유피테르Jupiter가 있다. 제우스와 마찬가지로 하늘에서 천둥, 번개를 집어던진다고 하여 토난스Tonans(천둥을 울리는 자)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켈트 신화에 등장하는 타라니스Taranis 또한 천둥의 신이다. 근대 브르타뉴어(켈트어파 중 하나로 프랑스 브르타뉴에서 사용되는 언어)로 천둥을 뜻하는 단어 타란taran이 여기서 유래했다. 타라니스는 게르만의 신 도나르, 로마의 신 유피테르와 동일시되었다. 한 손에는 천둥을, 다른 한 손에는 바퀴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된 경우가 많다. 바큇살이 6개 또는 8개인 바퀴는 켈트 다신교의 상징 중 하나다.

    켈트 신화의 타라니스

    동양의 뇌신들

    가나안 신화에서 가장 유명한 바알Baal은 비와 풍요의 신이다. 목소리가 천둥 같은 바알은 궁전 마루의 구멍을 통해 대지에 물을 주었다. 바알은 바다의 신 얌Yam과 결투를 벌였는데, 신들이 만들어준 천둥 철퇴와 번개 창을 휘둘러 승리했다. 이후 그는 자만에 빠져 죽음의 신 모트Mot에게 도전했다가 살해되었다. 누이이자 부인인 아나트Anat가 복수에 나서서 모트를 죽이자 바알이 부활했고 대지에는 다시 풍요가 찾아왔다고 한다.

    페니키아 해안 근처에서 발견된 바알의 청동 입상

    중국 도교에서는 뇌공雷公, Lei Kung이 천둥의 신이다. 폭풍과 바람, 비를 관장하는 신들을 이끄는 존재로서 주로 비의 신 우사와 같이 있다. 뇌공의 모습은 망치와 칼을 든 인간으로 묘사되는데, 많은 사람이 힌두교의 신 가루다Garuda의 영향을 받은 서기 1000년 무렵부터는 원숭이 얼굴을 가진 새의 모습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중국 도교의 뇌공

    일본에서는 라이진雷神, らいじん으로 불리며 대개 후진風神, ふうじん과 함께 있는 경우가 많다. 라이진은 온몸을 감싸는 원형 띠에 여러 개의 작은 북을 매달았고, 두 손에는 아령처럼 생긴 북채를 들고 있다.

    다와라야 소타쓰(俵屋宗達)의 「풍신뇌신도」

    (왼쪽이 라이진, 오른쪽이 후진이다.)

    한국에서는 ‘벼락장군’과 ‘번개장군’처럼 인간 형상으로 묘사되기도 하고, 중국의 영향을 받아 새의 부리를 한 얼굴로 묘사되기도 한다. 벼락장군과 번개장군은 지상에서 악행을 하는 자가 있으면 번개를 떨어뜨려 물리친다고 전해진다.

    리니지M 뇌신

    먼 옛날 아덴 왕국 북동쪽에 있었으며 지금은 황량해진 집시촌 썬더무어에는 번개의 신 아다드를 섬기는 한 부족이 살고 있었다. 이 부족은 악행을 저지른 자는 벼락에 맞아 타 죽는다고 믿으며 번개를 두려워하면서도 숭배했다. 이러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 덕분인지 이 부족민은 태어나면서부터 번개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태초부터 풍룡 린드비오르는 파괴와 재앙을 몰고 오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어느 날 린드비오르는 집시촌에 사는 사람들이 번개의 힘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미개한 종족이 자신과 비슷한 힘을 사용하는 점이 마뜩잖았다. 게다가 위대한 신의 혈통을 이어받은 자신을 섬기지 않고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은 아다드를 섬기는 모습을 보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래서 린드비오르는 아다드 신전을 찾아내 아다드를 쫓아낸 다음 구름 대정령에게 점령하도록 하고, 토렌에게는 강력한 힘을 준다고 약속하며 썬더무어를 치라고 명했다.

    (왼쪽) 토렌, (오른쪽) 구름 대정령

    어둑한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 낀 어느 날, 토렌 군단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집시촌에 쳐들어갔다. 카인은 다른 전사들과 맞서 싸웠지만 점차 밀리기 시작했다. 친구 로즈마리도 중상을 입고 사망했고, 벌벌 떨면서 살려달라고 기도하는 노인과 아이까지 전부 죽고 말았다. 이 모습을 보고 분노한 카인은 마지막 힘을 겨우 짜내 토렌을 처치하고 쓰러졌다. 이날 이곳에서는 카인만이 살아남았다.

    카인은 꿈속에서 어릴 때 형과 로즈마리와 자주 갔던 안식의 평원에 있었다. 그곳에서 그는 로즈마리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구름 대정령이 점령하고 있는 아다드 신전을 탈환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모든 것을 잃은 카인에게는 오직 복수만이 남았다. 카인의 천부적인 재능에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더해지자 번개의 힘이 더욱 강력해졌다. 꿈에서 깨어난 카인은 바로 아다드 신전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을 점령하고 있던 구름 대정령을 격퇴하고 신전을 탈환했다.

    그때 마침 붉은 기사단이 풍룡 린드비오르를 토벌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카인은 복수를 위해 은기사 마을로 향한다.

    “만일 내게 사흘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하루는 일족을 잃은 분노를 창 끝에 새기고

    또 하루는 홀로 남겨진 슬픔을 울부짖는 우레로 바꾸리라.

    마지막 하루는 죽음의 폭풍을 감당할 이들과 피의 맹세를 맺으리라.

    그리고 모든 날이 완성될 때

    뇌신의 이름으로 린드비오르를 처단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