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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7.29 Behind The Story

    [SCRUM NOTE] ep.1 Throne and Liberty 아트 디렉터는 왜 알래스카를 공부했을까

    스크럼 노트 : NC의 새로운 도전 과정 속 고민을 있는 그대로 담습니다.

    개발자의 기록을 통해 NC의 새로운 도전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들여다봅니다.  

    이번 <Throne and Liberty> (이하 TL) 의 ‘얼어붙은 경계 : 닉스’ 업데이트를 준비하면서 아트 디렉터는 어떤 미션을 만났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했을까요?  

    겨울의 차분함을 좋아한다는 TL 아트 디렉터가 남긴 기록을 따라가 봅니다.  

    스크럼 노트 | 3줄 요약  

    PART 1 : 웅장한 설원, 신규 영지 닉스를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구현하였습니다.

    PART 2 : 몸이 곧 무기가 되는, 신규 무기 권갑의 손맛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만들었습니다.

    REVIEW : 비주얼과 게임성이 결합되도록 언제나 노력합니다.  


    PART 1. 신규 영지, 닉스

    MISSION : 압도적인 북방의 대지, 웅장한 설원을 구현하라

    지난 2026년 6월, TL은 대규모 업데이트를 통해 저희가 열심히 만든 신규 영지 '닉스'를 선보였습니다. 닉스는 시각적으로도, 플레이 스타일 면에서도 새로운 긴장감을 드리기 위해, 지금까지 TL에 없었던 설원을 콘셉트로 기획되었습니다.  

    닉스의 첫 비주얼 방향을 잡으며 마주한 첫 번째 과제는 실제 설원의 시각적 밀도를 구현하는 것이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설원 위로 거대한 빙설 산맥과 빙벽이 마치 수평선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압도적인 북방의 대지'가 닉스가 향해야 할 모습이었습니다.  

      

    또한 끝없는 눈보라와 매서운 추위가 지배하는 곳, 베일에 싸여 있던 혹한의 땅이라는 감각이 시각적으로 바로 느껴지기를 바랐습니다. 그런 욕심 때문이었을까요? 이번 프로젝트는 색도, 형태도 거의 없는 '흰 도화지' 같은 세계로 하나의 거대한 영지를 채워야 하는 굉장히 도전적인 작업이었습니다.

    ISSUE : 거리감이 사라지다, 화이트아웃

    * 출처 Unsplash (Todd Diemer)

    프로젝트에 착수하니, 거대한 Full 3D 오픈월드를 하얀 눈으로 채우는 작업에는 단순히 색을 칠하는 것 이상의 과제가 있었습니다. 색과 형태가 제한된 세계에서는 화면 전체가 하얗게 뒤덮이면서 모든 공간이 평면처럼 합쳐져 입체감과 거리감을 잃는 '화이트아웃' 현상이 난제였습니다.  

      

    위 사진처럼 눈으로 가득 찬 공간은 쉽게 주변 지형지물을 인식하지 못하게 되고, 공간 감각과 원근감이 사라져버리는 이슈가 있었습니다. 이는 닉스를 탐험하는 모험가분들의 경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기에 꼭 해결해야 하는 문제였습니다. 게다가 많은 양의 눈을 표현하면 하얗게, 밝게 표현될 수밖에 없는데, 눈 특유의 오묘한 빛 반사를 구현하면서도 밝음으로 인한 모험가분들의 눈 피로도를 최소화 해야 하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SOLUTION : 자연에서 답을 찾다, 질감 설계

    1. 알래스카의 산맥과 빙하에서 얻어낸 풍경

    * 알래스카 톰슨 패스(추가치 산맥을 지나는 해발 약 816미터의 아름다운 산악 고갯길)의 항공 사진  

    우선 실제 설원은 어떤 구조감을 보이는가, 현실 속 자연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를 먼저 참고했습니다. 전체적인 공간의 스케일과 광활한 설원 지형은 알래스카 톰슨 패스(Thompson Pass, Alaska)의 넓게 열려 있는 설산 계곡과 바람에 깎인 설면에서 참고했으며, 이를 보고 끝없이 이어지는 백색의 지형 사이로 거대한 산맥이 장벽처럼 솟아오르는 인상을 닉스의 기본 풍경으로 잡았습니다.

    2. 빙하의 재질, 설원의 안개로 만든 입체감

    * (좌) 알래스카의 빙하 (우) ‘설야의 땅’ 인게임 캡처  

    단순히 하얀 눈밭만 있으면 지형의 깊이감이 살지 않기 때문에, 미국 알래스카의 대형 빙하 마타누스카 글래처(Matanuska Glacier) 등 현지 빙하 지형 자료를 참고하며, 현실 속 극지방에 존재하는 깊게 갈라진 빙하의 단면이나 영롱한 청색을 머금은 얼음층, 눈과 암석이 날카롭게 맞물린 거대한 계곡의 실루엣을 게임에 적용하였습니다. 특히 빙설 아래로 드러나는 거친 지질감을 엔진 레벨에서 묵직하게 구현해 낸 덕분에, TL만의 차갑고 장엄한 자연환경을 완성도 있게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색과 형태가 제한된 세계에서 화이트아웃 현상을 줄이고 입체감과 거리감을 살리기 위해 가까운 곳은 눈의 결정이 보일 듯한 서늘한 질감과 거친 암석의 디테일을 살려 밀도를 높였고, 멀어질수록 설원 특유의 푸르스름한 대기 안개(Fog)를 과감하게 레이어로 깔아 자연스러운 거리감을 확보했습니다.  

    3. 기술 발전으로 더 풍부해진 재질 표현

    이러한 설계는 과거 국내 MMORPG들이 보여준 설경을 돌아보게 합니다. 과거 <아이온>, <블레스>, <블레이드 앤 소울>에서 구현된 설경들과 비교했을 때, 지금 닉스가 보여주는 결과물은 기술의 성장에 힘입어 표현의 '체급'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음을 느끼게 합니다. 

    ONE MORE THING : 설원 하늘의 은하수마저 구현하다, 미리내

    * 마력 입자로 만들어진 인공 은하수, 미리내 / 닉스 내에서 이동하는 데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닉스에는 공들인 장소가 많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우여곡절이 많았던 곳은 '미리내가 흐르는 상공'입니다. 지상에서 설원을 바라보는 평면적인 구성에서 벗어나, 상공에 흐르는 인공 은하수와 하얗게 깔린 눈 구름을 입체적으로 연결하는 작업은 꼭 성공시키고 싶었던 도전이었는데, 실제로 인게임에서 구현된 서늘한 공기감과 은하수의 은은한 빛을 보았을 때 다행히 잘 표현된 것 같아 뿌듯합니다.   

    이렇게 하나의 세계를 완성해나가는 과정을 거치며, 다음 목표도 자연스럽게 그려졌습니다. 앞으로는 단순히 고정된 아름다운 배경을 넘어, '유저의 행동과 상호작용하며 실시간으로 살아 움직이는 생태계 중심의 월드'를 더 깊게 파고들어 보고 싶습니다. 유저의 발자국이나 스킬 이펙트에 따라 단순히 지형의 눈이 파이는 것을 넘어, 바람의 방향과 기온에 따라 실시간으로 고드름이 얼고 녹거나, 식생들이 자라나고 시드는 등 '시간과 환경의 흐름이 눈에 보이게 완벽히 동기화되는 세계'를 구현하고 싶습니다.  


    PART 2. 신규 무기, 권갑

    MISSION : 칼도 활도 아닌, 몸이 곧 무기가 되는 무기 만들기

    기존의 검, 활, 지팡이 같은 무기들이 고유의 사거리를 활용하거나 특정 위치를 사수하는 전투 방식을 탈피한, 새로운 형태의 플레이 스타일을 지닌 무기를 만들 수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 권갑의 개발이 시작되었습니다.   
      

    특히 디자인적으로 권갑은 캐릭터의 몸 자체가 무기가 되는 만큼 비주얼과 연출의 접근 방식부터 완전히 달라야 했습니다. 무기의 외형적 화려함에만 치중하기보다, 캐릭터의 신체 동선과 타격 순간의 엣지가 가장 돋보일 수 있는 형태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며 권갑을 개발했습니다.  

    ISSUE : 몸에서 떨어진 무기, 반감된 손맛

    * 권갑의 초기 디자인 일러스트  

    사실 초기 기획 단계에서 권갑은 손에 직접 착용하는 일반적인 형태가 아니었습니다. 캐릭터의 팔 주변 상공에 마법처럼 부유하며 원격으로 힘을 투사하는 형태였습니다. 처음에는 이 형태가 비주얼적으로 굉장히 새롭고 신비로운 느낌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개발을 진행하며 프로토타입을 뽑아 인게임 테스트를 해보니, 치명적인 딜레마에 부딪혔습니다.   

      

    몸 자체가 무기가 되어 적을 때려 부수는 권갑 특유의 '묵직한 타격감'과 '손맛'이, 무기가 몸에서 떨어져 떠 있는 순간 시각적으로 반감되더군요. 액션은 화려한데 물리적인 충격력이 유저에게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는 이질감이 있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기본 모드와 혈식 모드라는 상반된 두 얼굴을 하나의 무기 안에 설득력 있게 담아내는 '전환의 직관성' 역시 큰 과제였습니다.  

    SOLUTION : 본질로 돌아가, 구현해낸 손맛

    1. 손에 단단히 밀착되는 형태로의 변경

    콘셉트를 유지하느냐, 아니면 일정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본질로 돌아가느냐의 기로에 섰을 때, 결국 TL의 모험가님들이 권갑에 기대하는 본질은 결국 '내 주먹이 적에게 직접 꽂히는 카타르시스'라고 판단했고, 과감하게 처음부터 다시 제작하기로 했습니다.  

      

    일정이 타이트한 상황에서 이미 만들어 둔 리소스를 엎고, 손에 단단히 밀착되는 물리적 형태로 콘셉트를 뒤집는 과정은 저와 이펙트 팀원들에게 정말 큰 부담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완성된 권갑의 묵직한 손맛과 모험가분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면서 '그때 본질을 선택하길 정말 잘했다'는 안도감이 듭니다.  

    2. 변신을 통해 만들어낸 타격의 쾌감과 리듬의 변화

    * (좌) 권갑의 기본 모드 (우) 권갑의 혈식 모드  

    권갑의 가장 큰 매력은 ‘기본 모드와 혈식 모드의 확실한 온도 차’였습니다. 하나의 무기 안에 절제된 타격감과 폭발적인 야성을 동시에 담아야 했기 때문이죠. 이러한 상반된 변신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핵심적인 인상은 '타격의 쾌감과 리듬의 변화'였습니다.   

      

    단순히 공격 이펙트의 색깔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전투의 호흡 자체가 묵직하고 정교한 타격전에서 순식간에 야만적이고 속도감 있는 난타전으로 전환되는 시각적인 변화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기본 모드에서는 공격 하나하나에 확실한 무게감을 실어 이펙트를 선명하게 연출하여 안정감이 느껴지도록, 반면 혈식 모드에서는 한층 경쾌하고 날카로운 이펙트를 가미해 속도감과 쾌감이 잘 느껴지도록 개발하였습니다.

    3. 손맛과 시각적 쾌감을 살리는 완벽한 싱크

    * 타격 타이밍과 프레임을 맞춰 다채로운 사냥 경험을 만들어 낸 장면 

    제작 도중 크게 형태를 바꾼 만큼 걱정이 많았지만, 첫 테스트 플레이를 마쳤을 때 든 생각은 '다행이다, 맞춤 옷을 제대로 찾아 입혔다'는 안도감이었습니다. 손맛과 시각적 쾌감을 동시에 살리기 위해 가장 공들인 지점은 타격 타이밍과 프레임의 완벽한 싱크였는데, 원하는 느낌을 찾을 때까지 이펙트 팀, 애니메이션 팀, 전투 기획 팀이 계속해서 테스트하고 튜닝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타이밍을 당기고 밀기를 반복한 끝에, 지금의 묵직하면서도 끊김 없는 권갑 특유의 속도감과 손맛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REVIEW : 스크럼 회고를 마치며…

    * (좌) 툼기르 무덤의 게임아트 (우) 툼기르 무덤의 인게임 캡처  

    다사다난한 작업을 통해 완성된 닉스와 권갑을 인게임에서 처음 마주하니, 자연스럽게 함께 고생해 준 이펙트 팀원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형태와 색이 제한된 하얀 화면을 종일 모니터링하며 눈의 피로를 견뎌내던 순간부터, 손끝의 타격감 하나까지 완성하기 위해 몇 번이고 다시 튜닝을 반복하던 순간까지.   

      

    텍스처 하나하나를 정교하게 깎아 내고, 타이밍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맞춰 나가던 팀원들의 치열했던 과정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툼기르 유적지의 돌벽이나 수인의 신전에 들어간 사소한 문양부터 권갑의 타격 프레임 하나까지도 팀원들의 고민과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혼자 고민하고 영감이 떠오르길 기다리기보다는, 팀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답을 찾는 것. 그것이 아트 디렉터로서 제가 일하는 방식입니다. 그 안에서 항상 염두에 두는 건 '비주얼과 게임성의 결합'입니다. 이번 닉스의 설원 지형과 권갑의 형태 변경도 결국 플레이 경험을 최우선에 두고 내린 결정들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TL을 아껴주시고 플레이해 주시는 모험가님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번에 치열하게 고민해서 선보인 닉스의 광활한 설원과 상공, 그리고 권갑의 묵직한 타격감을 온전히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