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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6.08 Players

    LLL 김채현 | 게임에 빛을 채우는 라이팅 아티스트

    <TECH TRACK> 시리즈는 엔씨에서 개발 중인 게임의 개발자들을 조명합니다. 게임 개발에 필요한 다양한 직무와 하는 일, 그리고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쌓아온 커리어패스를 살펴보세요.

    세 번째로 만나볼 분은 〈LLL〉 Lighting팀의 라이팅 아티스트 김채현 님입니다.

    LLL | 오픈월드 MMORPG 슈팅 게임. 10세기 비잔티움, 21세기 서울, 23세기 미래 사회 세 시대가 공존하는 SF 세계관을 바탕으로 매력적인 스토리텔링과 슈팅게임 플레이를 함께 즐길 수 있다.

    TRACK 1 | my CAREER

    게임의 빛을 만드는 사람

    장면 속 빛의 색깔과 양, 방향을 디자인하다

    라이팅은 게임 영상에 등장하는 모든 종류의 빛을 연출하는 업무다. 빛은 게임의 전체적 분위기와 리얼함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라이팅 아티스트는 플레이어가 게임과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도록 영상 속 빛의 색깔과 양, 방향을 디자인한다.

    게임 라이팅은 무작정 멋을 부리기 위해 힘주는 것이 최선이 아니다. 때론 가볍고 부드러워야 한다. 사실 가벼우면서 멋지기가 더 어렵다. 궁극적으로 좋은 게임 라이팅이란 플레이어가 게임 영상에 위화감 없이 몰입하고 캐릭터와 하나 되어 숨쉬는 듯이 특별한 플레이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마치 한 편의 작품을 본 듯한 느낌. ‘그 게임 분위기 장난 아니더라’, ‘몰입감이 대단했어’ 같은 피드백을 받기 위해 다양한 시뮬레이션과 연구를 거쳐 하나의 룩을 완성하고 있다.

    (역사내 라이팅 테스트 장면. 빛의 사용법에 따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미세한 빛의 차이가 극적인 연출을 끌어낸다

    〈LLL〉은 음산한 분위기를 메인 컨셉으로 삼았다. 어두운 화면 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빛의 양이 한정적이면 적은 빛에도 전체적인 분위기가 영향을 받아서 작업이 더욱 까다로워진다. 때문에 적은 양으로 어떻게 디자인해야 가장 사실적이면서도 극적으로 연출할 수 있느냐는 고민이 업무의 주를 이룬다.

    시행착오를 가장 많이 거친 장소 중 하나는 트레일러에 공개된 봉은사역이다. 봉은사역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컨셉이어서 많은 빛을 사용할 수 없었다. 한정된 빛으로 어둡게 작업하면 캐릭터가 안 보이고, 그렇다고 간접광을 늘려 전체적으로 밝히면 화면의 입체감이 낮아졌다. 여러 번 피드백하고 테스트한 후에야 지금의 룩을 만들 수 있었다.

    (봉은사역 내 장면)

    현재는 해당 영상의 배경에서 코엑스 구역을 더 확장하고 있는데, 장소의 규모가 커진 만큼 중요도도 높아졌다. 레벨 작업을 완료하면 그 위에 라이팅하기 위해 일주일 단위로 정해진 키 컨셉 안에서 어떤 분위기가 더 어울릴지 라이팅 계획을 세우고 있다. 레퍼런스를 수집하고 팀원과 방향성을 공유한 후 시각화하는 작업이다. 전체적으로 〈LLL〉의 우울한 키워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테스트하고 있다.

    (증축된 봉은사역 내부 구조도)

    CAREER PATH | ‘게임 라이팅 아티스트’가 되기까지

    애니메이션과를 졸업한 후 2D 애니메이션 프리랜서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캐릭터 디자인부터 연출, 애니메이팅, 편집 등 기회가 닿는 대로 모든 일을 했다. 이후 3D 게임 시네마틱을 주로 하는 광고 회사에 입사했고, 1년 뒤 팀이 분할될 때 라이팅을 선택했다. 그림을 그리는 일이 아님에도 빛을 이용해 이야기를 만들고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 있었다.

    2019년 즈음 언리얼 엔진4(UE4)에서 오프라인 랜더와 맞먹는 퀄리티를 보여주는 게임 영상들이 공개됐다. 게임 엔진으로도 영화 같은 퀄리티를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봤고,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게임 업계로 이직하기로 결심했고, 엔씨에서 게임 라이팅 아티스트로 본격적인 일을 시작했다.

    예술가의 눈으로 게임을 개발하다

    우리는 이미지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사람들이다. 때문에 보는 눈이 좋아야 한다. 좋은 그림을 보고 왜 좋은지 분석하며 직접 제작해보는 경험을 점진적으로 쌓는 것이 라이팅 아티스트의 성장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회화는 물론이고 영화나 AAA급 게임, 사진 같은 모든 비주얼 소스가 실무에 피와 살이 되는 레퍼런스다.

    동시에 개발 엔진에 대한 기초 지식이 필수다. 궁극적으로 게임은 보는 것보다 플레이하는 것이 핵심이다 보니 라이팅 역시 최적화를 피해 갈 수 없다. 하지만 라이팅팀을 따로 뒀다는 것은 그만큼 프로젝트 차원에서 비주얼에 대한 의지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가장 가볍게, 최적화된 방법으로 연출 의도에 맞는 퀄리티를 뽑아낼지를 연구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다. 그러기 위해선 예술가적 안목을 갖추되, 그 바탕에는 게임 개발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깔려 있어야 한다.

    TRACK 2 | my PROJECT

    R&D를 향한 진심으로, 집요하게

    변화를 위해 설득의 근거를 만들어 가다

    〈LLL〉 라이팅팀은 최근 사용하는 엔진을 UE4에서 UE5로 전환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UE4의 라이팅 플러그인 인라이튼(Enlighten)1에서 UE5의 루멘(Lumen)으로 전체적인 이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라이팅을 위한 셋업을 모두 갖춘 상황에서 엔진을 전환하는 대형 작업은 시간과 품이 많이 들어간다. 그럼에도 우리 팀이 전환을 감내한 이유는, 지금 변화해야 궁극적으로 고퀄리티와 최적화된 게임을 완성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 변화의 필요성을 설득하기 위해 우리 팀은 집요한 실험을 거쳐 근거를 만들어갔다.

    다음은 동일한 조건과 환경에서 UE5의 루멘이 기존 UE4의 인라이튼보다 얼마나 더 나은 결과물을 보여주는지 증명하기 위해 진행한 테스트 중 일부다.

    1 실시간 G.I 계산을 가볍게 해주는 UE4 외부 플러그인. LLL시스템에 맞춰 수정하며 쓰고 있었다. 지금은 UE5의 루멘(Lumen)을 사용하면서 사용하지 않는다.

    G.I(글로벌 일루미네이션 Global Illumination) 이슈

    3D 그래픽에서 사실적인 라이팅을 위한 난반사 알고리즘인G.I를 표현할 때 UE4의 인라이튼과 UE5의 루멘의 퀄리티가 얼마나 다른지 증명해 보이는 R&D 작업이 가장 큰 성과였다. UE5가 공개되기 전까지 게임에서 실시간 G.I 표현은 연산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시스템 중 하나였다. UE4에선 대안으로 인라이트를 사용해 비교적 저렴하게 다이내믹 G.I(Dynamic Global Illumination)를 표현할 수 있지만 주변 환경이나 어셋의 상태 등에 따라 잘못된 그림자와 G.I 표현이 많이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UE5의 루멘이 비주얼적으로 훨씬 뛰어나다. 인라이튼의 간접광 표현은 매우 부정확하고, UE5의 루멘이나 패스트레이싱에 비해 그림자를 제대로 그리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라이튼, 루멘, 패스트레이싱 각각의 간접광 비교 화면)

    이후 〈LLL〉 어셋을 추가 수정 없이 그대로 UE5의 루멘으로 옮겼을 때 비주얼 퀄리티가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R&D도 진행했다. 동일한 어셋을 적용한 결과물도 인라이튼이 더 부정확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일 앞쪽 건물 벽면 텍스처를 보면 인라이튼 표현이 무척 러프하다.

    리플렉션 캡처 에러이슈

    UE4에서 인라이튼을 사용할 때 리플렉션 캡처(Reflection Capture)라는 볼륨 엑터를 활용한다. 볼륨이 설치된 공간에 인라이튼이 정확히 반사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엑터다. 그런데 이 엑터가 인라이튼 퀄리티 세팅 상태에 따라 일정하지 않은 결과물을 도출했다. 정상적인 빛의 상태에서는 오른쪽 이미지처럼 공간의 색이 묻어나야 제대로 빛의 반사가 이루어지지만, 기존에는 왼쪽 이미지처럼 공간에 대한 빛의 영향이 무시된 채 리플렉션되고 있었다.

    이외에도 여러 장소와 어셋을 바탕으로 다양한 경우의 수의 라이팅 비교 실험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팀원 모두가 투입되어 R&D가 다각도로 이루어졌다. R&D를 통해 UE5 루멘의 성능이 UE4 인라이튼보다 좋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고, 실제 결과를 근거로 UE5로 이전하도록 설득할 수 있었다.

    이처럼 세부적 R&D에 욕심내고 공을 들이는 근본적인 배경에는 비주얼적으로 완성도 높은 트리플 A 게임을 추구하는 〈LLL〉 프로젝트의 자부심이 깔려 있다. 앞으로도 우리 팀은 보다 높은 퀄리티와 최적의 결과물을 내기 위해 집요한 연구와 시행착오에 기꺼이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다.

    TRACK 3 | my ENVIRONMENT

    높게 성장하기 위해 경험의 스펙트럼을 넓히다

    안목 있는 사람들

    Lighting팀은 총 4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팀장님은 게임 업계의 11년 차 모델러 및 라이팅 아티스트시고, 팀원 두 분은 나처럼 게임 시네마틱을 주로 하는 광고 회사에서 오셨다. 다들 경험이 출중한 프로다. 특히 아티스트이자 기술자로서 ‘보는 눈’들이 탁월하다. 작업 중에 모르는 것을 팀장님에게 물어보면 거침없이 바로 답해준다. 사전 같다고 생각하곤 한다. 또 팀원들이 찾아 온 레퍼런스만 보고도 놀랄 때가 많다. 역시 보는 눈이 좋은 사람은 레퍼런스 고르는 능력도 탁월하다는 것을 느낀다. 옆에서 결과물을 보며 많이 배우고 있다.

    업무는 기본적으로 자율적으로 이루어진다. 정해진 미팅이 있지 않는 한 업무시간에 대한 자유도도 높은 편이다. 팀장님과 팀원 간 신뢰도가 높아 가능한 일이다. 같은 광고 업계에 있었던 경험 덕에 서로 공감대도 많고, 작업이 안 풀리거나 힘들 때 의지가 된다.

    직접 손품 발품 팔아 경험을 수집한다

    게임 개발과 다른 분야에서 이직해 왔기 때문에 게임이라는 콘텐츠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 그럴 때면 일단 닥치는 대로 보고 듣고 실제로 해보면서 경험치를 쌓으려고 했다.

    기본적으로 엔씨에 게임을 자유롭게 테스트하고 자료 수집과 열람을 쉽게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어서, 입사 초기에는 최대한 사내 자원들을 활용하고자 했다. 지금도 내 자리엔 예산으로 구입한 플레이스테이션과 게임 CD가 있다. 일단 도장 깨듯 AAA 게임들의 엔딩을 하나씩 보자는 생각이었다. 초반에는 〈라스트 오브 어스2〉부터 〈칼리스토 프로토콜〉, 〈디비전2〉 등을 플레이하며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직접 플레이하는 과정에서 영상 레퍼런스를 하나둘 수집하며 유사한 게임 장르를 보는 눈과 감을 익힐 수 있었다.

    직무 외적인 부분에서도 다양한 사람의 커리어와 스토리에 귀 기울이고 있는데, 내가 겪어보지 않은 일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 결국 내 성장의 자양분이 된다. 특히 엔씨 R&D 프로젝트들의 제작 과정 및 인터뷰 기사, Dev Talks 같은 영상 콘텐츠를 가장 좋아한다. 작업하면서 마주한 고민과 결과물, 작업 철학, 지금까지 밟아온 발자국과 앞으로의 계획까지, 나는 미처 못 했던 동료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어서 경험치를 쌓는다는 자세로 타인의 경험들도 열심히 수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