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만든다는 건 전에 없던 세상을 창조하는 일입니다. 화면 속 멋지고 화려한 세계의 이면에는 뼈대부터 하나하나 만들어 가는 고된 작업이 있습니다.
과정은 쉽지 않지만, 우리는 ‘즐거움’의 가치에 확신이 있습니다. 서로 다른 전문가들이 모여 새로운 즐거움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상상합니다. 이런 즐거움을 향한 고집이 퀄리티를 결정합니다.
우리는 퀄리티를 타협하지 않습니다. 엔씨 퀄리티의 시작 < The Originality >
2019.07.03 The Originality
게임을 만든다는 건 전에 없던 세상을 창조하는 일입니다. 화면 속 멋지고 화려한 세계의 이면에는 뼈대부터 하나하나 만들어 가는 고된 작업이 있습니다.
과정은 쉽지 않지만, 우리는 ‘즐거움’의 가치에 확신이 있습니다. 서로 다른 전문가들이 모여 새로운 즐거움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상상합니다. 이런 즐거움을 향한 고집이 퀄리티를 결정합니다.
우리는 퀄리티를 타협하지 않습니다. 엔씨 퀄리티의 시작 < The Originality >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다. 엔씨에서 리니지 IP로 게임을 만드는 건 상상도 못할 부담과 압박을 수반한다. 하지만, 역시 게임 만드는 게 가장 재미있다. 그 고생을 하고도 또 엄청난 게임을 만들고 싶다.
리니지M의 게임 디자인 방향성을 결정하고, 전체적인 퀄리티를 극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개발 초기엔 설계의 디테일한 요소까지 참여했다면 지금은 더 멀리서 게임을 바라본다. 파트 별 리드 기획자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매일 지표를 확인하면서 다음 실행 계획을 고민한다.
리니지M이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 2년은 정말 힘들었다. 나름 경력도 있고, 그동안 힘든 일도 많았는데 비교할 수없이 힘들었다. 포기하고 사표 쓸까 싶을 때도 많았다.
엔씨에서 리니지 IP로 게임을 만드는 건 굉장한 부담이 따른다. 안팎으로 기대감도 높고 잘 돼야 한다는 압박도 크다. 내부에는 리니지의 지식과 경험치가 높은 분들이 많다. 상대적으로 그들보다 리니지를 잘 모른다는 생각이 두려움을 키우기도 했다.
하지만 기획자로서 리니지 IP에 확신이 있었다. 물론 초반엔 우려도 많았다. 하지만 팀원들과 끊임 없이 고민하고, 바꾸고, 다시 시작하는 과정에서 윤곽이 잡혔다. 잘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무조건 잘 만들 거고, 기획한 대로 간다면 잘 될 거였다. ‘이 게임 만들고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의지로 버텼다.
지금은 기획한 대로 즐겨주는 유저들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 의도대로 즐겨줄 때의 쾌감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
우리 개발실 원들은 리니지M에 오너십과 자부심이 강하다. 개인적인 부분까지 희생 해가면서 만든 작품이다.
게임에 진심으로 애정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모두가 이 게임이 올바르게 잘 컸으면 하는 마음으로 움직인다. 보통 런칭까지의 과정이 힘들어 포기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인데, 기획 조직에선 이탈자가 하나도 없었다.
우리 개발실은 ‘집단 지성’ 체제로 굴러간다. 이 방식이 전체적인 퀄리티를 컨트롤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다양한 의견이 필요하면 팀과 상관없이 모여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한다. 강한 핸들러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슈퍼맨 한 사람의 능력으로 움직이는 팀이 아니다.
눈에 안 보일 만큼 사소하고 오밀조밀한 거 하나 건드려 놓으면 그게 나중에 퀄리티로 나타난다. 내 역할은 남들보다 잘 봐야 하는 것이다. 무언가를 더 볼 수 있나 없나의 차이가 게임의 퀄리티를 결정한다. 사실 이런 면에서 타고난 것 같다. 어릴 때부터 만들고 그리는 걸 좋아했다. 그때부터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까지 그렸던 것 같다.
20년 가까이 게임을 만들어 올 수 있었던 건 기본적으로 내가 ‘만드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운 좋게도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맞아 성과가 나기도 했다. 좋아하기 때문에 버텼다.
게임 기획자는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재미있게 즐겼던 경험 때문에 시작하면, 실망하기 십상이다. 상상보다 하는 일이 전문적이고 세밀하다. 면접을 보다 보면 좋아하는 게임 이야기는 잘 하면서 어떻게 개발하고 싶은지 물어보면 대답을 못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요즘은 실무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많다. 경험해보면서 내가 정말 만드는 게 좋은지 알고 오면 좋겠다.
게임 기획자에게 필요한 역량을 한 가지 꼽자면, 일단 상상력이다. 여기에 상상을 구체화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상상한 걸 모두 게임에 옮길 수 없다. 그걸 어떻게 구현할 지 설계 할 수 있어야 한다.
중학교 1학년 때 ‘파이널 판타지3’를 접하고 인생이 바뀌었다. 그때까진 공부도 안 하고 책도 안 읽었다. 그래서 스토리텔링에 깊이 빠져본 경험도 없었다. 이 게임을 하면서 환상의 세계로의 여행을 처음 떠난 거다. 여기에 감명을 받고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게 지금은 흔한 이야기지만 그때는 게임 기획자라는 개념도 생소할 때였다. 하지만 확신은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게임이 문화적으로 엄청난 가치가 있을 거 같았다. 그래도 마냥 꿈만 꿀 때였다. 유일하게 잘하는 게 그림 그리고 만드는 거라 보드게임이나 레고 게임 만들고 놀았다.
파이널 판타지3
게임을 너무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게임을 만들려면 뭐부터 해야 할 지 몰랐다. 그러던 중 친척이 자신의 회사로 불렀다. 게임 쪽으로 사업을 진출하고 싶어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업계의 전문가가 없다 보니 게임을 많이 하는 나를 부른 거다. 그래서 내가 제안한 대로 게임이 만들어졌다.
게임을 제안하긴 했지만 실제론 도트를 찍는 잡일을 했다. 기획은 하고 싶은 영역일 뿐이지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개발을 체험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청소만 시킨다고 해도 했을 거다. 게임을 만드는 곳에 있다는 거 자체가 내겐 판타지였다.
이후 군대도 다녀오고 대학도 다녔다. 게임 업계에 다시 취업하면서 이 길에 확신이 생겼다. 그리고 로드맵을 하나 그렸다. 닥치는 대로 게임 만들다 10년 후에는 멋진 IP를 가진 회사에 가는 것.
신기하게도 로드맵대로 가고 있다. 이 프로젝트 저 프로젝트 경험하고, 10년 차 즈음 리니지 개발실에서 연락이 와 같이 일하자고 했다. 이전 회사 대표님에게 “이제 그만두고 엔씨소프트 같은 회사 가고 싶어요.”라고 말했는데 진짜 연락이 왔다.
엔씨에 오기 전까지 정말 다양한 게임을 만들었다. 리듬 게임, 탱크 전투 시뮬레이션, 대전 액션 등 장르 별로 콘솔, PC, 오락실 게임기 등 플랫폼 별로도 다양하게 경험했다. 교육용 보드게임을 만든 적도 있다. 그때 <판타지 수학대전>이라는 게임으로 ‘이 달의 우수 게임상’도 받았다.
당시 게임의 본질이 무엇인지 정말 원 없이 고민해본 것 같다. 컴퓨터를 기반으로 개발하면 다양한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하지만 보드게임은 자동화되어 있지 않으니 한 사람이 플레이 할 때 다른 사람은 뭘 해야 하는 것까지 고민해야 됐다. 리니지M은 물약을 먹으면 효과가 화면에 나타난다. 하지만 보드게임은 상호 간 합의가 있어야 한다. 소통 하에 모든 행동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굉장히 논리적이어야 한다. 서로 소통할 수 없는 코드를 만들면 싸우니까.
이때의 고민들이 지금 게임을 만드는 데 많은 영향을 준다. 조금 더 다양한 시각에서 게임을 바라볼 수 있는 것 같다.
여행하다 만나는 의외의 경험을 좋아한다. 예고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움을 경험하는 건 나를 자극한다. 처음엔 정말 준비할 시간이 없어서 무계획으로 갔는데 지금은 일부러 계획 없이 떠난다. 스트레스가 있으면 여행 가서 한 번에 털어내고 온다. 잠깐 모든 걸 끊어 버리고 와야 에너지가 충전돼 딴 걸 할 수 있다. 틈나는 대로 떠나려고 하지만 쉽진 않다. 일년에 한 두 번 정도는 2주 정도 장기 여행을 가려고 노력한다.
필름 사진을 찍거나 고전 게임을 하면서 영감을 많이 받는다
몰디브에서 직접 찍은 별 사진, 우주 이야기 또한 영감을 주는 것 중 하나
리니지M 만들 때 너무 힘들어서 ‘진짜 이것만 하고 그만 하자’싶었다. 그런데 지금 또 엄청난 게임을 만들고 싶다.
이 과정 또한 여행 같다. 여행에서 만나는 모든 건 스쳐지나 간다. 그러면서 낯선 세계를 경험하고 또 배워가고 쉬어가기도 한다. 내게 리니지M은 종착지가 아니다. 앞으로 또 새로움을 찾아 떠나고 싶다. 그래서 또 한 번 대단한 게임,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