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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4.20 웃는땅콩

    웃는땅콩, 변화를 위한 작은 발걸음

    엔씨의 사내 어린이집 ‘웃는땅콩’은 설립 이후 지금까지 ‘아이들이 행복해야 가정이 행복하고, 행복한 모든 구성원의 응원 속에 회사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가치를 충실하게 실현해 가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일을 잘할 수 있는 첫 번째 조건이 '가정의 행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웃는땅콩이 가정에 전달한 행복한 에너지는 가족 구성원들이 다시 회사에 관심과 애정을 갖게 하는 선순환을 만듭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웃는땅콩 이야기>에 실린 학부모들의 수기를 전합니다. 워킹맘으로 육아와 일 모두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웃는땅콩과 인연을 맺은 법무실 법무팀 이윤선 님의 이야기입니다.


    웃는땅콩은 내 아들이 만난 첫 번째 작은 사회다. 조금 일찍, 작게 태어난 아이를 천천히 키우고자 마음먹은 나는 직장에 다니며 친정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30개월 넘게 기관에 보내지 않고 아이를 보살폈다. 일 욕심이 참 많은 엄마인지라 고충도 많았지만 제대로 된 육아와 일 어느 것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이전 직장은 업계에서 최고로 꼽히는 곳이었지만 워킹맘에 대한 지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당연한 권리도 눈치 보며 커리어를 포기해야만 누릴 수 있었다. 잦은 야근과 지방 출장, 일의 연장선상에 있는 저녁 회식이나 미팅은 워킹맘에게 너무나 큰 희생을 요구했고, 이는 자연히 직장에 대한 회의감으로 이어졌다. 내가 이직을 고민하며 가장 우선 고려한 조건은 워킹맘으로 삶의 밸런스를 맞출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엔씨소프트를 선택했다. 엔씨소프트의 직장 어린이집 웃는땅콩과 가정 친화적인 사원 복지 제도 등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에 이곳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훌륭한 인재가 육아 문제로 커리어를 포기하는 것을 막고자 웃는땅콩을 설립했다는 윤송이 사장님의 인터뷰도 마음에 와 닿았다. 2017년 엔씨소프트에 입사해 그해 5월 즈음에 아들이 웃는땅콩 만 2세반에 입소했다. 이미 다른 친구들은 새 학기에 적응한 상황에서 아이가 처음 접하는 단체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됐다. 하지만 다행히 아이는 빠르게 적응해 금세 웃는땅콩과 사랑에 빠졌다. 지금은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는 동안에는 이직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현재 우리 가족은 남편은 직장 문제로 미국 뉴욕에서, 나와 아이는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사람은 열이면 열 같은 질문을 한다. 일부러 조기유학도 보내는데 왜 미국에 가지 않느냐고 말이다. 사실 언제라도 미국으로 이주할 수 있지만, 나는 지금이 좋다. 아직 어린 아들에게 환경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크다. 그저 사랑을 듬뿍 받고 또래와 함께 즐거운 기억으로 가득한 매일을 보내게 하고 싶다. 아이 역시 웃는땅콩 선생님, 친구들과 지내는 지금이 너무 좋아서 미국에 갈 마음이 없어 보인다.

    물론 일하며 혼자 아이를 돌보는 일상이 만만한 것은 아니다. 종일 일하고 집에 돌아와서 아이를 위해 제대로 된 저녁밥을 차려 내는 것도 종종 힘에 부친다. 그럴 때면 웃는땅콩에서 아이가 먹는 건강하고 맛있는 점심, 저녁 식사가 너무나 감사하다. 아이가 종종 어린이집에서 저녁을 먹고 싶다고 말하면 나는 운동을 하며 나만의 시간을 가진 뒤 더 좋은 에너지로 아이를 대하곤 한다.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웃는땅콩 덕분에 워킹맘들은 아무 걱정 없이 일에 집중할 수 있다. 그저 제한된 테두리 안에서 안전하게 지내는 정도가 아니라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웃는땅콩에서 지내는 시간이 풍성하고 행복하게 채워지니 더 바랄 게 없다. 몸과 마음이 하루가 다르게 단단해지는 아이를 보며 얼마나 좋은 환경에서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지 문득 실감한다.

    내 아들은 30개월이 될 때까지 말도 느리고 감정 표현도 잘 하지 않는, 자주 보채는 아이였다. 그런데 웃는땅콩을 다니면서 놀랍도록 표현력이 풍부하고 확실해졌다. 나는 이런 변화가 선생님들이 아이의 이야기를 늘 귀담아들어 주고, 계속해서 질문하고, 살펴보고, 호응해 준 결과라고 확신한다.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말로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말이다.

    요즘 내가 뭔가를 급하게 서두르면 “엄마, 침착하세요. 침착하면 더 잘될 거야.”라며 어른스러운 말로 다독여 나를 웃게 하고, 가끔 화를 낼 때면 내 손을 잡고 “엄마가 아까 소리 질러서 놀라고 속상했어.”라며 조곤조곤 속마음을 털어놓는 꼬마. 아이의 이런 기특한 모습을 보면 웃는땅콩의 교육법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성격이 무심한 편인 나는 평소 아이 곁에서 사려 깊게 대화를 유도하거나 호응해 주지 못할 때가 많은데, 부모가 놓치는 부분을 전문가인 선생님이 든든하게 메우고 때로는 이끌어 주는 느낌이랄까. 선생님들을 볼 때마다 느꼈던 밝은 표정, 긍정적인 언어 표현, 따스한 마음을 내 아이가 잘 배워 가고 있다는 게 너무나 감사하다. 독립적이고 마음이 튼튼한 아이로 자라는 데 웃는땅콩 선생님들의 너무나 큰 도움을 받고 있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는 유명한 속담이 있다. 내가 아이를 낳고 절절히 공감했던 말이다. 육아는 부모 두 사람의 힘만으로는 절대 할 수 없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유지되고 발전하려면 육아를 개인의 몫이 아닌 사회의 일로 인식하고, 워킹맘을 특별한 배려가 아니라 당연한 권리를 이야기하는 사람, 같이 걸어가야 하는 사람으로 여겨야 하지 않을까? 나는 엔씨소프트에 입사한 후 직장 어린이집, 유연근무제 등을 경험하며 제도적인 뒷받침이 워킹맘에게 왜 필요하고,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깨달았다.

    몇 해 전 윤송이 사장님과 여자 사우들이 대화의 자리를 가진 적이 있다. 여자라서, 워킹맘이라서 약자가 될 수밖에 없는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개인과 기업이 함께 노력하자는 취지의 자리였다. 당시 우리는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고 워킹맘들은 여전히 현실을 살아가야 하니, 개인과 기업이 각자 할 수 있는 노력을 하면 그것이 모여 언젠가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 거란 희망을 이야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워킹맘들이 부당함 앞에 포기하거나 주저하지 말고 당당하게 자신의 커리어를 이어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본인만 희생하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기꺼이 받으며, 각자 후회 없는 성장을 해 나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나 역시 당당하게 내 권리를 주장하고 책임감 있는 행동으로 신뢰를 쌓으며 멋지게 나아가고 싶다.


    이윤선

    PM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