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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1.06 Behind The Story

    나약함은 곧 악이다, 〈리니지W〉 최초의 적대 클래스 귀검사 스토리

    예로부터 여우는 우리의 주변에 살며, 인가에 내려와 농작물을 훔쳐 먹거나 주변 가축을 잡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한국 전승 설화에서는 무덤을 파헤쳐 시신을 먹거나 천년을 살아 아홉 꼬리를 얻은 구미호가 사람을 홀린다는 이야기가 널리 전해지면서 대체로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요물로 알려져 있는데요.

    〈리니지W〉가 4주년을 맞아 새롭게 선보이는 다섯 번째 시그니처 클래스 귀검사는 이렇게 요물로 알려진 여우의 힘과 귀검을 다루는 클래스입니다. 처음으로 선보이는 동양풍, 그리고 양기를 빼앗아 적에게 죽음을 안겨주는 캐릭터로 이전과는 다른 색다른 재미를 안겨주는데요. 귀검사는 도대체 왜 여우의 힘을 얻게 된 것일지 그의 여정을 따라가봅니다.


    붉은 달의 서막

    피 냄새가 진하게 스며든 언덕 위, 내 발 밑에는 이미 수십의 시체가 깔려 있었다. 그들의 양기가 내 손끝으로 흘러 들어와 검이 낮게 울렸다.

    귓가에는 여우 요괴의 속삭임이 스쳤다.  

    ‘인간 천(千)의 양기를 거두어라. 그리하면 네가 꿈꾸던 자리에 닿으리라.’

    그 순간, 왜 내가 이렇게 되어야 했는지를 떠올렸다. 벼가 넘실대던 평화로운 황금 들녘이 붉은 안개와 피로 물들던 날, 신수의 땅에는 요괴가 창궐했다. 사람들은 살기 위해 서로를 밀어내다 끝내 대부분 몰살당했고, 나는 요괴가 아닌 그들 때문에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었다. 요괴가 아닌 인간에게서 처음 악을 보았다. 뒤늦게 도착한 선사 한 명이 나를 간신히 구해주었다. 그날 이후, 내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이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

    ‘나약함은 악을 부르고, 약자는 악에 잡아 먹힐 뿐이다.’

    살기 위해, 그리고 가장 강한 자가 되기 위해 나는 구해준 선사의 제자가 되었다. 이제까지 세상은 선이 지배하는 곳이었다. 선을 수호하고 악을 멸하기 위해 끝없이 수련하여 무와 술법을 익힌 자들은 스스로를 선사라 칭했다. 과거에는 무가 선을 해칠 것이라 배척했으나, 갑작스럽게 등장한 요괴들로 말미암아 무가 필요한 시대가 도래했다. 선인들마저 선사를 필요로 했던 난세, 나는 그 속에서 살아남은 것이다.

    억눌린 불꽃

    “너는 너무 빠르다. 불꽃이 자라면… 모든 걸 태우게 되리라.”

    스승은 나의 성장을 억눌렀다. 이미 깨우친 검법을 반복하게 하고, 다른 제자에게는 가르친 비기를 나에겐 보여주지도 않았다. 나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내 잠재력이 부족해 차별받는 것은 아닌가 추측할 뿐이었다. 하지만 스스로를 다독일수록, 분노는 점점 내 안에서 타올랐다.

    그러다 문득 떠올렸다. 양기를 빼앗아 신격에 이르려는 여우 요괴. 그 요괴가 빼앗은 양기를 삼키면, 분명 스승의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것. 나는 바로 여우 요괴가 은신하고 있는 동굴로 향했다. 검은 안개가 드리운 동굴에 도착했을 때,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듯 여우 요괴는 내게 웃으며 말했다.

    “안쓰럽구나, 어리석은 아이야.”

    나는 말없이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그에게는 단순한 장난에 불과했다.

    “내, 너를 삼켜 억눌린 불꽃을 피워주마.”

    요괴는 내 상반신을 한순간에 물어 삼키려 했고, 발버둥칠수록 그의 이빨은 내 몸을 깊게 파고들었다. 죽음을 직감하던 순간, 여우 요괴의 몸 깊은 곳에서 빛나는 붉은 구슬이 내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여우 요괴가 빼앗은 양기의 결집체가 아닐까 싶었다. 붉은 빛이 탐스러웠다. 저걸 삼키면 나는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 마지막 힘을 다해 손을 뻗어 구슬을 삼키자, 여우 요괴가 흩어지며 내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 같았고, 나는 곧 정신을 잃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기절했다가 깨어난 나는 몸속에 여우 요괴의 압도적인 힘과 이질적인 기운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이것이… 너의 불꽃을 가두던 족쇄이자 나를 삼킬 때 널 태우지 않게 지켜낸 힘이었구나.”

    여우의 속삭임이 다시 내 귀를 스쳤다.

    “나의 열망을 마시어 억눌린 불꽃을 피워보겠느냐?”

    스승이 그동안 내 성장을 억제해 왔다는 걸 알게 되자,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바로 요괴의 힘을 흡수하자, 순식간에 스승을 능가할 경지에 오르게 될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

    타오르는 불꽃

    억눌렸던 만큼 더 빠르게 타오른 내 불꽃은 자연스럽게 스승에 대한 분노로 이어졌다. 성장하지 못한 채 의문만 품어야 했던 지난 시간이 허망했고, 무의 정점에 오르고 싶던 내 열망을 인정해주지 않은 스승이 원망스러웠다.

    “그자의 양기를 거둬들이거라. 허면 나의 모든 기운이 너의 불꽃으로 흘러 들어가리라.”

    원망과 분노로 가득한 내 마음속을 파고든 여우 요괴의 속삭임은 달콤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속내가 의심스러웠다. 본래 요괴란 반발심이 강하고, 숨은 목적이 있기 마련이니까.

    “네가 바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강해지는 것. 신 위의 신이 되는 것.”

    그 말에 나는 바로 수긍했다. 뒤이어 요괴는 말을 이었다.

    “네 불꽃은 이미 내 구슬을 삼켰다. 그 불길이 더 크게 타오르길 바라지 않느냐.”

    그렇다. 이 힘이야말로 가장 강한 자, 그토록 바라던 선인에 오르는 길일지도 모른다. 그길로 스승을 찾아간 나는 망설임 없이 검을 휘둘렀다. 일격에 그의 양기를 흡수했다. 처음 사람을 베었지만 죄책감은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은 통쾌함과 비약적으로 강해진 힘에 도취되었다.

    그 후 나는 인간과 요괴를 가리지 않고 양기를 흡수했다. 어느덧 무의 정점에 오르게 되었지만 선인 사회에서는 인정받지 못했다. 요괴를 토벌한 만큼 그 과정에서 희생된 인간이 셀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세간에서는 나를 귀신과 같은 검을 쓴다 하여 ‘귀검사’라 불렀다. 선사가 아닌 검사로 불린 것에는 그들의 두려움이 내재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어떻게 불리든지 상관없다. 나는 강하고 싶을 뿐이니까.

    꺼져가는 불씨

    고지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 요괴의 속삭임은 점점 강해졌다. 특히 인간의 양기를 흡수할수록 그 속삭임은 짙어졌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요괴의 힘으로 움직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마치 진짜 요괴가 된 것처럼 말이다. 그렇지만 그 힘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니 꿈만 같았다.

    “인간 천 명의 양기가 모이면 네가 꿈꾸던 자리에 닿으리라.”

    어느 때보다 달콤하게 들렸다. 나는 주저 없이 검을 들었다. 천 명의 인간을 죽이기 위해 한 고을을 습격해 어른, 노인, 아이 할 것 없이 내 눈앞에 보이는 인간을 모두 베었다. 마을에 남은 생명이 거의 남지 않았을 때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이 예사롭지 않음을 느끼고 공격을 멈췄다. 수많은 선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에 대한 소문은 어디에 어떻게 퍼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내 목숨을 거둬야 한다며 공격했다. 내 검에 수많은 선사가 속수무책으로 쓰러지고 양기를 흡수했다. 그래도 그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내가 잠시 요괴에게 정신을 팔린 순간을 노리는 것도 같았다. 그들은 많은 희생을 감내하면서도 나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어느덧 여우의 속삭임이 줄어들었고, 내 몸에 있던 인간의 양기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얼마 남지 않은 요괴의 양기를 짜내 일격을 날렸다. 하지만 이미 힘을 많이 뺏긴 터라 선사들에게는 큰 위협이 되지 않았고, 곧 내 복부에는 검이 꽂혔다.

    눈앞에 낯익은 인상의 사내가 피를 토하는 나를 보며 검을 더 깊이 밀어 넣었다.

    “스승께선 마지막까지 널 가여워하셨다.”

    그는 그 말을 남기고 난 뒤 검을 뽑아 들었다. 나는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새로운 시작의 길

    “꺼져가는 불씨 속 잿빛이 남았으니, 너 또한 아직 소멸하지 않았다.”

    나는 마치 꿈속을 걷는 듯 실체 없는 공간에서 눈을 떴다. 발밑은 불안정했고, 걸을 때마다 메아리 같은 울림이 퍼졌다. 그러나 주위는 끝없는 어둠뿐이었다.

    “이곳은 차원과 차원을 잇는 곳… 머무는 자 없는 경계다.”

    속삭임은 이어졌다.

    “경계를 벗어나 다시 취하라. 그것 만이 꺼져가는 불씨를 살리리라.”

    이 말을 남기고 속삭임은 잠잠해졌다.

     

    이 어둠을 벗어나기 위해,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다. 나는 그저 가장 강해지기 위해 선택을 했을 뿐이다. 어렵사리 한 걸음 한 걸음을 떼자 다시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네는… 그래, 어쩌면 그 어두운 힘이 우리에게 빛을 가져다줄 수도 있겠군. 탁기가 옅어 진 지금이 기회일지도….”

    그 말과 함께 알 수 없는 힘이 나를 끌어당겼다. 이미 양기가 빠져 반항조차 할 수 없는 나는 그 힘이 이끄는 곳으로 향했다. 한순간 발밑에서 축축하고 차가운 기운이 솟구쳤다. 그리고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며 그 중심에서 어떤 형상이 어렴풋하게 나타났다.

    “길을 선택하라. 너의 불꽃은 이미 깨어났다.”

    나는 그 목소리에 몸을 떨었다. 그 목소리, 느낌, 모든 것이 내 안의 불꽃을 자극했다. 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 맑고 명료했다.

    ‘이것이… 나의 길인가.’

    내가 가야 할 길, 맞서야 할 운명, 기회는 다시 올 것이다. 나는 공허 속에서 천천히 발을 앞으로 내딛었다.

    Lineage W | 아덴에서 만나는 동양의 세계, 귀검사와 신수의 땅

    *The Game Art에서 귀검사와 신수의 땅의 비주얼도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