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W〉가 2주년을 맞이해 두 번째 신규 클래스 총사를 공개했습니다. 발라카스가 잠든 후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화룡의 둥지는 비옥한 땅으로 변화했습니다. 드워프를 비롯해 여러 지역을 방랑하던 이들은 이 땅에 정착해 살아갔습니다. 총사는 갓난아이 때 여기서 발견되어 자신의 출신에 관해 전혀 모른 채 드워프에게 공학을 배우며 자랐는데요. 조용하고 평화롭던 이곳이 어떻게 용암으로 뒤덮였으며, 총사는 왜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는지를 그의 과거 이야기를 통해 알아봅니다.
푸두두두둑!
모두가 잠든 고요한 밤, 갑자기 엄청나게 많은 새가 날아가는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깼다. 밖을 보니 화룡의 둥지의 가장 높은 곳에서 새빨간 빛이 흘러넘쳤다. 거기에 있었던 발라카스 봉인석은 이미 여기저기 부서져 파편이 튀고 있었다. 계속되는 폭발과 용암으로 내가 살던 터전이 녹아 사라졌다.
“피… 피닉스다!”
누군가가 소리쳤다. 피닉스가 용암 사이에서 나오더니 눈에 보이는 생명체들을 낚아채 용암 속으로 던져버렸다. 나는 삽시간에 벌어지는 광경에 어쩔 줄 몰라 제자리에 굳어버렸지만 테오필라는 침착했다. 다른 드워프들에 비해 실력은 조금 모자라지만… 그래도 내게 많은 걸 이야기하고 가르쳐준 테오필라는 이런 날이 올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내게는 말해주지 않았다.
과거, 드워프 마을에서 자란 호기심 많은 꼬마
“이런 갓난아이를 언제 버리고 갔지? 이대로 두면 분명 죽고 말 텐데….”
테오필라는 내가 갓난아이였을 때 버려져 있는 것을 발견해 데려왔다고 한다. 주위에는 아무런 단서가 없었지만 내 외모를 보고 요정의 피가 섞여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고 한다.
“네게서는 마력이 느껴져. 아니면 마법사의 피를 타고났는지….”
드워프 테오필라는 내게 마법을 직접 가르쳐줄 순 없었지만 내가 잠재된 힘을 사용할 수 있도록 어릴 때부터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나는 궁금한 걸 참지 못하고 이것저것 건드리다가 사고를 치곤 했는데 테오필라는 한 번도 화내지 않았다.
“이건 뭐야? 만져봐도 돼요?”
“그건 총이야. 잘못 다루면 위험할 수 있으니… 아니다. 차라리 제대로 알려주는 게 낫겠구나.”
결국 테오필라는 어린 나에게 총 다루는 방법은 물론 만드는 법도 차근차근 알려줬다. 그는 자신이 다른 드워프에 비해 실력이 떨어진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했지만 나에게는 좋은 스승이었다. 몇 년이 지나자 테오필라는 내가 쓸 총을 직접 만들어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물론 딱 맞는 것을 만들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그만큼 내가 사용하기 적합한 녀석을 손에 쥐게 될 거라고 말이다.
“넌 재능이 있단다. 분명 대단한 공학자가 될 거야!”
상아탑의 균열, 잠든 용을 깨우다
어느 날 나는 테오필라에게 물었다.
“테오필라, 봉인석 밑에는 진짜 발라카스가 잠들어 있나요?”
“그럼, 예전에 용살자 드루가 가문과 많은 사람이 힘을 모아서 겨우 그 용을 여기에 봉인했지. 발라카스 말고도 그 용을 지키는 타곤이란 녀석도 무시무시했다고 해.”
“타곤?”
“응. 머리에는 큰 뿔이 두 개 달려 있고, 갈기와 발톱은 불타고 있지. 그놈이 발라카스 앞을 떡하니 막아서는 바람에 발라카스를 물리치는 게 더 힘들었다더구나. 또 피닉스도 있는데….”
“불타는 새 말이죠? 드루가 기사들이 얘기하는 걸 들은 적 있어요.”
“그래, 발라카스를 따르는 녀석들은 불의 힘을 다스린단다.”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기를 좋아한 나는 테오필라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광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발라카스의 힘이 봉인되어 있다는 봉인석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나는 많은 사람이 모여 언제나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이끌려 자주 광장에 놀러 나갔다. 그런데 이곳 봉인석 아래에 용이 잠들어 있다니 무섭고도 신기했다. 그때 내 귀에 발라카스라는 단어가 들려왔다. 구석에서 낯선 무리가 소곤소곤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는 몰래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상아탑의 균열이 곧 이곳에 도달할 것입니다. 발라카스가 깨어날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그 무시무시한 용이 깨어난다고?’
이야기를 더 자세히 들으려고 다가가던 나는 그만 돌을 잘못 밟아 큰소리를 내고 말았다.
“거… 거기, 누구야?”
나는 얼른 그 자리를 벗어났다. 이전에 테오필라가 들려준 이야기가 생각났다. 발라카스가 지배하던 시절에는 이곳이 용암으로 뒤덮여서 무척 뜨거웠다. 사람들은 이곳에 접근할 수 없었고, 혼란 속에서 두려움에 떨며 살았다고 했다. 하지만 혼란스러운 틈을 타서 이익을 취하거나 용을 사냥해 명예를 드높이려는 자들이 있었다. 테오필라는 그들을 이해할 수 없다며, 다시는 그런 사람들이 활개 치는 시절이 오지 않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테오필라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낯선 무리의 말처럼 오렌의 상아탑에서 시작된 균열은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살아가는 터전, 화룡의 둥지에 다다랐다.
다시, 그날
용암은 빠르게 밀려들며 마을을 통째로 삼켰고 불바다를 만들었다. 미처 도망치지 못한 사람들은 용암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잠들어 있던 용의 수하 피닉스가 용암 안에서 솟구치며 모습을 드러냈다.
“어서 도망쳐!”
테오필라가 내게 소리쳤다. 그 순간 피닉스가 불꽃으로 사람들을 마구 휩쓸었고, 날카로운 발톱으로 낚아채 용암에 던져버렸다. 그동안 함께 살았던 동네 사람들이 무방비로 죽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니 내 몸속에서 무언가가 끓어올랐다. 나의 힘이라고는 할 수 없을 정도로 위력이 엄청났다.
‘이것이 테오필라가 말했던 그 마력인가?’
나는 그 힘을 피닉스에게 날렸다. 다행히도 그 힘에 강타당한 피닉스는 멀리 사라졌다.
“괜찮니? 다친 데는 없고?”
테오필라가 다가와 나를 살폈다.
“으응, 괜찮아.”
정신을 차린 나는 그동안 내가 자란 곳을 바라보았다. 해안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 살았던 마을은 화산재와 용암으로 뒤덮였고, 산기슭에서부터 쓸려 내려온 주택의 잔해, 그리고 피닉스에 찢겨 죽은 마을 사람들의 시체가 모래사장에 쌓여 있었다.
다행히 내 곁에는 테오필라가 있었다. 핏줄로 엮이진 않았지만 나를 길러준 나의 스승… 나의 아버지… 그날 이후 나는 내 마력을 총에 담을 방법을 연구했다.
테오필라는 그날 이후 부쩍 수척해졌다. 이미 나이가 많기도 했지만, 나처럼 살던 터전을 잃고 충격받은 것 같았다. 아니, 피닉스가 깨어난 이후 벌어질 상황들을 짐작해서 두려운 것 같기도 했다. 피닉스까지 나타났으니 발라카스가 깨어날 날이 머지않았기 때문이다.
“네가 요만했던 적이 엊그제 같은데… 그동안 열심히 연구해서 완성한 무기를 챙기거라.”
테오필라는 더 이상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았지만 나의 힘이 더 강해질 것은 분명했다. 나는 바로 짐을 챙겨 그와 길을 나섰다. 우리는 한참을 말없이 걸었다. 그러다 테오필라가 더 이상 같이 갈 힘이 없으니 저 앞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말하고는 나에게 숲속 깊은 곳에 들어가라고 했다.
“그곳에는 한없이 뜨겁고 방대한 힘이 있어. 그걸 이용해서 마력을 강화해라.”
그래, 나는 아직 힘이 너무 부족하다. 하지만 그날처럼 사람들이 내 앞에서 죽어가는 것을 더는 볼 수 없다. 언젠가 나타날 발라카스를 막아야만 한다. 엄청난 힘을 지닌 무리와 대적할 힘을 길러야 한다. 보다 더 강한 힘을. 이제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때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승리하고
어떤 공포에서도 승리하며 그 길이 아무리 험해도 승리해야 하지.
승리 없이는 생존도 없으니까.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처절하게 싸우고 끝까지 살아남아주지.
그게 바로 승부사가 사는 법이니까.”
*이후 총사가 되는 과정은 〈리니지W〉 총사 캐릭터가 되어 퀘스트를 통해 직접 확인해보세요.
*이 이야기는 〈리니지W〉의 총사 이야기를 토대로 각색하여 일부 내용이 실제 게임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