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 한국어
    • ENGLISH
    • 日本語
    • 中文-繁體

    2025.12.17 Behind The Story

    기억의 섬에 깃든 전설, 〈리니지M〉 암흑룡 할파스 스토리

    2025년 12월, 〈리니지M〉이 신규 월드 던전 '기억의 섬'과 암흑룡 할파스 레이드를 포함한 대규모 업데이트 ‘THE DARKNESS: 암흑의 해방’을 공개했습니다. 이번 업데이트는 고룡을 치유하라는 위험한 신탁을 둘러싼, 구원과 희생의 서사를 담았습니다. 과거 아덴을 뒤흔들었지만 상처 입은 암흑룡 할파스, 신탁을 따라 그를 치유한 마리엘라, 그리고 세상을 구하려던 기사단장 세드릭까지. 이들의 선택이 만들어낸 비현실의 공간, 기억의 섬에 얽힌 전설을 알아봅니다.


    프롤로그: 낙원이 아닌 섬

    섬은 마치 한 인간의 가장 깊은 기억 속에서 태어난 꿈처럼 공중에 떠 있다. 물은 사라지고, 대신 허공 속을 떠도는 수중 생명들이 조용히 유영하며, 빛은 공기를 타고 흔들린다. 시간은 정지한 듯 보이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남은 고통의 잔재와 치유의 흔적이 절묘하게 뒤섞여 가만히 흐른다.

    그곳은 낙원이 아니었다.

    푸른빛이 감도는 머리칼을 지닌 여인이 피투성이가 된 채, 힘없이 손을 뻗었다. 그 손끝이 그의 가슴에 닿는 순간, 심장이 찢어지는 듯한 포효가 터져 나오며 인간의 형체로 있었던 존재가 산산히 부서졌다.

    1막: 신탁의 항해, 미지의 땅으로

    아덴 전역에 균열이 번지고 바다가 붉게 끓기 시작할 무렵, 에바 신전은 재앙의 근원이 암흑룡 할파스임을 고했고, 치유사 마리엘라에게 신탁을 내렸었다.

    마리엘라

    “그의 고통을 치유하라. 그러나 조심하라. 그대가 그의 심장에 손을 대는 순간, 세상은 다시 울 것이다.”

    신성한 신탁을 받았지만 그녀는 이미 회의에 빠져 있었다.

    과거, 한바탕 폭풍이 휩쓴 바다에서 마리엘라는 반쯤 부서진 붉은 기사단의 함선을 발견했다. 그녀는 갑판 위의 부상병들 사이를 오가며 치유의 마법을 펼쳤다. 병사들은 상처가 아물자 곧바로 무기를 들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마리엘라의 표정은 차가워졌다. 붉은 기사단의 원정대장 세드릭이 말했다.

    붉은 기사단 원정대장 세드릭

    “너는 생명을 살렸어. 그게 정의야.”

    그의 말에 마리엘라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제가 살린 건, 전쟁이에요.”

    마리엘라는 깨달았다. 누구도 죽지 않게 하려던 치유는 결국 ‘구원’이 아니라 ‘피의 순환’이었음을….

    ‘내가 살린 이들은… 또 누군가를 죽이게 되겠지.’

    결국 마리엘라는 마법을 멈추고 그들 곁을 떠났다. 치유사의 사명을 버리고 전장을 떠나는 것은 비겁한 일이지만, 더는 견딜 수가 없었다.

    그 후 마리엘라는 신탁에만 전해지던 미지의 땅을 찾아 홀로 항해를 시작했다. 폭풍과 균열이 뒤섞인 바다 위, 그녀를 이끈 것은 외로운 마력의 잔향이었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것 같았다. 그녀는 그 흐름을 따라 거대한 차원문 앞에 다다랐다.

    2막: 고룡에게 손을 내밀다

    차원문을 너머 펼쳐진 세계는 침묵으로 가득했다.

    바람은 방향을 잃었고, 빛은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다. 그 중심에는 상처 입은 고룡이 그르렁대고 있었다. 할파스였다. 찢긴 날개, 갈라진 비늘, 불규칙한 숨결. 붉은 눈동자 안에는 증오와 고독, 그리고 오래된 상처가 깊게 새겨져 있었다. 그러나 할파스는 그녀를 공격하지 않았다. 언제든지 한 줌의 마력으로도 소멸시킬 수 있는 가녀린 여인. 서로의 언어가 통할 리 없겠지만 할파스는 조용히 읊조렸다.

     

    “정의의 탈을 쓴 탐욕한 자여… 다가오지 마라.”

     

    마리엘라는 그의 말을 어렴풋이 이해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당신의 고통이 세상을 뒤흔들고 있어요. 저는 싸우러 온 게 아니라… 치유하러 왔어요.”

     

    그에게 다가가 떨리는 손을 내밀고 바로 마력을 펼쳤다. 할파스는 그녀의 손길을 거부하며 노려보다가 이내 눈을 감았다.

    그날 이후 마리엘라는 매일 그를 치유했다. 가끔 그녀는 할파스에게 말을 걸었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하늘에 공허하게 흩어질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리엘라의 마력이 할파스의 심장파와 공명했다. 마리엘라는 그의 심연 안의 잠재워진 기억 속으로 끌려 들어갔다. 불타는 둥지, 무너진 날개, 인간이 남긴 상처, 고룡들의 절규.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있던 할파스의 분노와 무력감. 그것은 인간이 ‘정의’라 부르며 용의 심장을 수확하던, 감춰진 폭력의 흔적이었다. 마리엘라는 숨을 헐떡이며 깨어났다.

     

    “당신의 상처는… 인간… 우리가 만든 거군요.”

     

    할파스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3막: 증오의 껍질을 벗다

    어느 날, 깊은 상처에 손을 대는 순간이었다. 둘 사이를 잇던 마력이 폭주하고, 공간을 뒤흔들었다. 숨이 끊길 듯한 고통 속에서 마리엘라의 치유진만이 희미한 청색 빛을 띄며 버티고 있었다.

    “이젠 홀로 감당하지 마요. 당신의 고통은… 내 몫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마리엘라의 마력이 한계에 다다르며 폭발했다. 그 찰나의 순간 할파스는 본능적으로 찢긴 날개를 펼쳐 그녀를 감쌌다.

    붉은 마력과 청색의 빛이 충돌하며 동굴 안은 거대한 빛으로 뒤덮였다. 하늘이 무너지고 시간도 멎은 듯한 정적 속에서 용의 형체가 천천히 해체되기 시작했다. 비늘이 산산히 부서지고, 거대한 날개도 서서히 사라지고, 허물을 벗듯 그 중심에서 인간의 형상이 보였다. 빛이 서서히 사그러들자 붉은 눈동자를 한 남자, 옛 용의 위엄과 비극이 인간의 형체에 녹아든 할파스가 서 있었다.

    “왜 멈추지 않았지? 보잘것없는 생명 주제에… 두렵지 않은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게 된 할파스가 말했다.

    “이 고통을 끝내는 것, 그것만이 나의 유일한 속죄… 그게 나의 선택이에요.”

    마리엘라는 떨리는 숨을 삼키며 말했다.

    “미물이 ‘선택’을 말하다니… 우습군. …그러나 네 손끝에 두려움이 없었다.”

    할파스는 천천히 손을 들어 자신의 심장을 짚었다.

    “이 형상은… 너와 공명한 대가인가….”

    할파스는 여전히 인간을 증오했지만, 자신의 고통을 이해한 눈앞의 존재를 처음으로 받아들였다.

    4막: 둘만의 세계, 기억의 낙원

    이후 할파스는 마리엘라의 치유를 거부하지 않았다. 마리엘라도 그에게 고통 없이 숨 쉴 수 있는 곳에 대해 이야기했고, 할파스는 그녀의 기억을 읽어내며 그녀가 느낀 안정감을 함께했다. 마리엘라의 기억 속 가장 평온했던 순간, 바다와 하늘, 그리고 고요한 심연… 결국 할파스는 자신의 마력으로 그 공간을 형상화했다.

    섬은 마치 한 인간의 가장 깊은 기억 속에서 태어난 꿈처럼 공중에 떠 있다. 물은 사라지고, 대신 허공 속을 떠도는 수중 생명들이 조용히 유영하며, 빛은 공기를 타고 흔들린다. 시간은 정지한 듯 보이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남은 고통의 잔재와 치유의 흔적이 절묘하게 뒤섞여 가만히 흐른다. 

    할파스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

     

    “…이곳이라면… 그대가 숨쉬기 편한가.”

     

    마리엘라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은 구원자와 구원받는 자의 경계 따위를 초월한, 고통을 인정한 둘만의 조용한 낙원이었다.

     

    “너는 왜… 여전히 나를 돕는가.”

    “당신이 아프기 때문이죠.”

     

    할파스는 마리엘라를 바라보며 처음으로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그것은 분노도, 고통도 아닌… 이해할 수 없는 낯선 감정이었다. 그러나 그 감정이 막 형체를 가지려던 순간, 섬의 경계가 뒤흔들렸다.

    5막: 끝내 완성되지 못한 구원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마리엘라의 항해 기록을 추적한 붉은 기사단이 차원문을 열고 기억의 섬을 들이닥쳤다. 그들의 목표는 오직 하나, 켄라우헬과 케레니스에 맞설 ‘할파스의 심장’이었다.

    한때 마리엘라에게 치유받았던 기사, 세드릭이 그녀 앞에 섰다.

    “마리엘라.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는 그 심장이 필요하다.”

    “세드릭… 당신의 구원은 또 다른 생명을 희생시켜야만 가능한 건가요?”

    곧 붉은 기사단 원정대의 강력한 포격이 천장을 꿰뚫고, 폭발과 함께 거대한 암반이 무너져 내렸다. 마리엘라는 미처 보호 마법을 쓸 새도 없이 바위더미에 깔렸다. 그녀의 은청색 로브는 피로 붉게 물들었다. 마리엘라는 마지막으로 힘을 짜내 할파스에게 손을 뻗었고, 그녀의 손끝이 할파스의 가슴에 닿는 순간… 에바의 신탁 대로 봉인이 풀렸다.  

    “그녀의 빛이 꺼졌으니 이 세상도 빛을 잃어라.”

    봉인이 풀린 할파스는 다시 완전한 암흑룡으로 강림했다. 분노와 고통에 찬 포효가 하늘을 갈랐다. 그의 힘에 기사단은 삽시간에 궤멸했고, 세드릭은 파편 위에서 마지막 숨을 몰아쉬었다. 시야 끝에 마리엘라의 부서진 항해 일지가 바람에 흩날렸다.

    “그녀가 지키려던 건… 단 한 생명이었지. 하지만 우리가 구하려던 건… 세상이었어.”

    기억의 섬은 더는 조용한 안식처가 아니다. 그렇게 고통과 분노가 기류에 얽히며 비극의 심연으로 변했다.

    에필로그: 끝나지 않은 심연

    세월이 흘러, 미지의 땅 하늘 위에는 거대한 용오름이 다시 열렸다. 전설은 말한다. “그곳에는 인간을 증오한 용과 그 용을 이해한 소녀의 흔적들이 모여 만들어진 세계가 있다”고.

    모험가들은 그곳에 잠들었다는 전설의 보물과 암흑룡의 잔재를 찾아 나선다. 그러나 그들이 향하는 곳은 낙원이 아니다. 물은 없고 수중 생명이 허공을 헤엄치는, 현실과 기억의 경계가 무너진 섬. 구원과 파멸의 흔적이 겹쳐진 마지막 심연, 기억의 섬일 뿐이다.